“선풍기조차 못 틀어”…보호망 없는 요양보호사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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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A씨는 최근 방문상담을 갈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A씨가 담당하는 어르신이 집에서 냉방기기를 전혀 틀지 않기 때문이다.
B씨가 담당하는 어르신도 냉방기기를 틀면 춥다는 이유로 찜통 같은 집에서 그냥 지낸다.
2주 넘게 최고 기온이 30도 중반을 상회하는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65세 이상 어르신 집을 직접 방문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들의 고충이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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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A씨는 최근 방문상담을 갈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A씨가 담당하는 어르신이 집에서 냉방기기를 전혀 틀지 않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켜면 춥고, 전기세도 많이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전국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나들던 지난 3일 A씨는 어르신 댁을 찾았다. 3시간 가량 음식을 만들고 청소를 하자 A씨의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A씨는 소속된 방문요양센터에 고충을 털어놨다. 하지만 센터 측은 “어르신에게 최대한 맞춰달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A씨는 11일 “일하면서 더위를 피할 별다른 방법이 없어 휴대용선풍기를 사서 다닌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경남 지역에 사는 요양보호사 B씨의 상황도 비슷하다. B씨가 담당하는 어르신도 냉방기기를 틀면 춥다는 이유로 찜통 같은 집에서 그냥 지낸다. B씨는 어르신을 목욕시킬 때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추위에 민감한 어르신 탓에 뜨거운 증기가 가득 찬 욕실에서 환풍기조차 틀지 못하기 때문이다.
B씨는 “일을 할 때면 비 오듯 땀이 쏟아진다. 그렇게 일하면 퇴근하는 길에 두통이 밀려온다”며 “휴대용 넥쿨러를 껴봤지만 금세 녹아 결국 얇은 수건에 물을 묻혀 계속 얼굴을 닦고 있다”고 말했다.
2주 넘게 최고 기온이 30도 중반을 상회하는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65세 이상 어르신 집을 직접 방문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들의 고충이 더 커지고 있다. 서비스 이용자인 노인이 거주하는 사적 공간에서 일해야하는 직업 특성상 더위를 피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폭염에도 어르신들이 냉방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여서 냉방기구를 장만할 형편이 안 돼 집에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는 경우가 많다. 또 냉방기기를 갖췄지만 전기료를 낼 수 없는 경우도 흔하다. 어르신이 단순히 추위에 민감해 냉방을 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이처럼 이용자인 노인 각자의 사정으로 요양보호사는 폭염 속 위험한 노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상 방문요양보호사가 이용자의 부당행위로 고충을 겪을 경우, 방문요양센터의 장은 적절한 조치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폭염시 근무처럼 노동 환경에 대한 고충은 조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센터에서 이용자가 ‘수익’과 직결돼 있기에 방문요양보호사들의 고충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서비스 이용자인 어르신들은 자신을 돌봐줄 센터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이에 센터 간 이용자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냉방을 권유했다가 고객을 잃게 될까봐 센터 측은 요양보호사 복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방문요양보호사들은 폭염에 취약한 업무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영 돌봄노조 조합원은 “폭염시에는 작업을 잠시 중단하거나, 요양센터 측이 방문요양보호사에게 냉방용품이나 폭염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규정이 신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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