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버팀목 금리, 최대 0.4%p 인상…정부, '대출죄기' 시동
정부가 오는 16일부터 주택 구입 자금용 정책대출인 디딤돌과 버팀목 대출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상한다. 대출 금리가 낮은 정책금융에 수요가 쏠리며, 집값 오름세를 자극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 8일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대출 문턱을 높여 수요 억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는 “디딤돌 대출(구입 자금) 금리를 2.15~3.55%에서 2.35~3.95%로, 버팀목 대출(전세자금) 금리는 1.5~2.9%에서 1.7~3.3%로 조정한다”고 11일 밝혔다. 인상 금리는 이달 16일부터 기금e든든(인터넷 사이트) 또는 은행 영업점의 대면 접수분부터 적용한다. 심사 단계인 대출 건에는 인상분을 적용하지 않는다.
디딤돌과 버팀목 대출은 정책금융상품으로 주택도시기금 재원으로 공급한다. 부부합산 연 소득 6000만원 이하(신혼부부 85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가 수도권에서 6억원 이하 주택(비수도권은 5억원 이하)을 살 때 낮은 금리에 최대 4억원까지 빌릴 수 있는 게 디딤돌 대출이다. 이번 금리 인상분은 대출자의 소득에 따라 차등(0.2~0.4%포인트) 적용한다. 예컨대 연 소득이 6000만원 이하인 대출자가 30년 만기로 빚을 낼 경우 연 3.6%로 0.3%포인트 인상된다. 반면, 같은 조건에서 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경우엔 0.2%포인트 인상돼 연 2.9%다.
버팀목 대출은 전세자금용 대출 창구다. 부부합산 합산 소득이 연간 5000만원 이하(2자녀 가구인 경우 6000만원 이하, 신혼부부인 경우는 7500만원 이하 등)가 대상이다. 이들도 16일부터 버팀목 대출을 이용할 경우, 소득 수준에 따라 0.2~0.4%포인트 인상된 금리가 적용된다.
다만 이번 금리 인상 조치에서 신생아 특례 디딤돌ㆍ버팀목 대출, 신혼희망타운 모기지 등 저출생 대응을 위한 상품은 제외됐다. 해당 상품들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올해 상반기 주택도시기금의 대출 공급액 28조8000억원 중 신생아 특례대출의 공급 규모는 14%(약 4조원)다.
국토부가 정책대출 문턱을 높인 것은 상대적으로 대출 금리가 낮은 디딤돌 같은 정책 상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집값 오름세를 더 자극할 수 있어서다. 최근 석 달(4∼6월) 사이 은행권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60%가 정책금융 상품이었다. 특히 디딤돌 대출의 상반기 공급액(집행 실적 기준)은 약 15조원으로 지난해 상반기(8조2000억원)대비 1.8배 불어났다.
최근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잇달아 주담대 가산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 금리가 낮은 정책 대출에 자금이 더 몰렸다. 국토부가 이번에 정책대출의 금리를 인상한 것도 시중은행 주담대 상품과의 금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정책대출과 시중은행 주담대의 금리 차이가 자꾸 벌어지고 있다”며 “금리 차가 일정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중심으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점도 정부가 정책대출 조이기에 나선 요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보다 0.26% 오르며 지난 3월 말 이후 20주 연속 고공 행진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 폭은 서울 아파트값이 치솟은 지난 2021년과 비슷하다.
시장에선 정부가 불붙은 집값과 급증한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음 달부터는 대출 한도를 더 죄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한다. 은행권 주담대에만 적용했던 1단계와 달리, 2단계에선 은행권 신용대출, 저축은행 등 2금융 주담대까지 포함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가계대출 전반에 대해 증가 속도와 리스크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 분석을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방안을 조만간 마련하겠다”며 추가 규제를 예고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정책대출 수요 급증이 집값 오름세를 일부 자극했다”며 “이번 기회에 주택기금이 투입되는 정책대출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청약저축 금리를 다음 달부터 현행 최대 2.8%에서 3.1%로 0.3%포인트 인상한다. 이번 정부 들어 세 번째 인상으로 총 1.3%포인트가 인상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2500만명가량이 금리 인상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식이 좀 모자라긴 한데” 미국의 전두환 평가 이랬다 | 중앙일보
- 조국 딸 조민 비공개 결혼식…野인사 총출동, 하객 누가 왔나 | 중앙일보
- "엄마 언제 돌아가세요?"…의사 민망해진 그날 생긴 일 | 중앙일보
- '베드신 몸매 보정' 거부한 여배우, 이번엔 뱃살 당당히 드러냈다 | 중앙일보
- 역도 캐스터 나선 전현무 "혜정이 가족처럼 중계 몰입했다" | 중앙일보
- 한지민과 열애 최정훈 "그렇게 됐다, 심장 요동쳐 청심환 먹어" | 중앙일보
- [단독] 16세 귀화, 16년간의 기다림…'한국인' 전지희 키운 탁구스승 | 중앙일보
- 성생활 재활? 요즘은 그룹치료하며 동병상련 정보 공유 | 중앙일보
- "잘생기니 알아서 비춰주네"…탁구 동메달 중계 잡힌 뜻밖의 인물 | 중앙일보
- 외신도 놀란 '금욕의 공간' 반전…낙산사 미팅 성공률 60% 비결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