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안전 기술 고도화 사활…차량 충전 습관도 분석해준다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시민 불안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안전 기술 고도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한 개에만 이상이 생겨도 단시간에 고열과 인화성 가스를 발생시키는 ‘열 폭주’ 현상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 업체들은 인접 배터리까지 연쇄적으로 열 전파가 일어나 큰 화재나 폭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1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는 분리막 손상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배터리는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으로 구성되는데 분리막은 양극재와 음극재를 분리하는 안전장치다. 이 분리막이 손상되면 배터리 내부에서 단락(합선)이 발생해 불이 날 수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결함이 있는 배터리의 경우 리튬 일부가 음극 표면에 쌓여 생기는 ‘덴드라이트’ 현상으로 인해 분리막이 손상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열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셀 여러 개를 묶어 놓은 모듈과 팩의 소재를 강화해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모듈에 방화 소재를 적용하고, 팩은 발화되더라도 팩 밖으로 불이 빠져나오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소재로 만들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인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는 설계 최적화를 통해 열 안전성을 30% 이상 향상했다. 올해 말 양산 예정인 원통형 46-시리즈에는 연쇄 발화를 방지하는 ‘디렉셔널 벤팅’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배터리 제조 이후에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통해 배터리 이상 징후를 사전 모니터링한다.
삼성SDI는 셀부터 팩까지 단계별 전문가로 구성된 ‘열 전파 방지 협의체’를 통해 제품군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적용 중이다. 열 전파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고 고도화 중이다. 아울러 배터리 형태 중 현재까지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각형 배터리’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각형 배터리는 넓은 밑면을 통해 하부 냉각판과 접촉면을 키울 수 있어 열 전파 방지에 최적화돼 있다.
SK온은 분리막을 지그재그 형태로 쌓는 ‘Z폴딩’ 기법을 통해 배터리 셀이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양극과 음극의 접촉 가능성을 차단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분리막 사용량이 일반 공정 대비 많지만,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또 배터리 셀 사이에 방호재를 삽입해 열 전이를 막는 ‘S-팩’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SK온 관계자는 “지난해 배터리 안전성 평가센터의 문을 열고 안전성 분야의 핵심 역량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외부 충격에 약한 배터리 특성상 첨단 배터리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배터리 업계는 인화성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화재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가장 먼저 양산 목표를 잡은 곳은 삼성SDI다.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5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샘플을 공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업계는 차주들이 전기차를 이용하는 단계에서 적절한 충전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화재 예방을 위해 완전한 방전이나 완전한 충전을 반복하기보다는 30~90%로 충전 수준을 유지하는 게 좋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셀 간 균일한 전압을 맞추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은 완속으로 100% 충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급속 충전을 자주 이용하는 습관을 자제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운전자가 차량 내 배터리의 상태를 파악하고, 올바른 충전 습관을 지닐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들도 나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차주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자신의 배터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비-라이프케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충전 이력은 물론 개인별 운행 및 충전 습관을 분석해준다. 현재 약 1만 대의 차량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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