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오른 고춧값, 25% 싸진 복숭아…희비 갈린 채소·과일, 왜

오삼권 2024. 8. 1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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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이은 장마와 폭염에 채소 가격이 크게 오른 반면 과일 가격은 생산량 증가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추석을 앞두고 채소 값은 쑥 오르고 과일 값은 뚝 떨어졌다.장마와 폭염이 계속 이어졌지만, 먹거리 물가 양상이 품목에 따라 달라지자 유통업계는 맞춤형 대응에 나섰다.


연이은 폭염에 훌쩍 뛴 채솟값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9일 소매 기준 채소 가격이 평년에 비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청양고추 가격은 100g에 1540원으로 평년 대비 57.6% 올랐다. 오이는 1개 1327원(39.8% 상승), 애호박은 1개 2094원(21%), 여름 배추는 1포기 5809원(15.8%)이었다. 평년은 최근 5년 새 최고 가격과 최소 가격을 제외한 3년의 평균값을 말한다.

채소 가격이 오른 건 장마철 잦은 호우와 이어진 폭염으로 생육이 부진해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박한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과일과채관측팀장은 “장마 영향 등으로 기상 여건이 악화돼 작물 생육이 부진하다”며 “고추·오이·애호박 등 주요 채소의 8월 출하량이 전년 대비 약 2~7% 감소할 전망”이라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긴 장마 뒤 폭염이 이어져 병충해가 확산하는 등 주요 채소의 작황 변동 폭이 커지고 있다”며 “유관 기관과 농가에 방제를 강화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부담 줄어든 과일 가격


1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복숭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9일 소매 기준 복숭아 가격은 지난해 대비 24.7% 내렸다. 사진 연합뉴스
반면 과일 가격은 안정세를 보인다. 9일 소매 가격 기준 복숭아 가격은 1개에 1889원으로 평년 대비 6%, 지난해 대비 24.7% 내렸다. 캠벨얼리 포도는 1kg에 1만2069원으로 평년과 지난해 대비 7.6% 저렴해졌다. 올해초 가격이 크게 올라 ‘금사과’로 불렸던 사과는 1개에 2920원으로 평년(2919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졌다.

채소와 달리 과일은 장마와 폭염 피해가 작아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안정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과일의 경우 장마 피해나 병해충 발생이 적어 생육 상황이 양호해 생산량이 늘어났다”며 “올해 사과·복숭아·포도의 생산량은 전년 대비 각각 20~24%, 15%, 6%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여름 과일 가격이 모두 안정세를 보인다”면서도 “단발성 집중호우로 품질 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 앞둔 유통업계 판촉전


지난 8일 홈플러스는 상품화 과정을 줄여 20~30% 저렴한 '산지 그대로 대파'를 출시했다. 사진은 이예림 홈플러스 채소팀 바이어가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강서점에서 '산지 그대로 대파'를 선보이는 모습. 사진 홈플러스
유통업계는 상품화 과정을 줄여 채소 가격 상승세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8일 일반 대파보다 20~30% 저렴한 ‘산지 그대로 대파’를 출시했다. 해당 대파는 흙을 완전히 털지 않고 산지에서 수확한 그대로 판매하는 상품으로 손질·포장 등 상품화 과정을 줄여 가격을 낮췄다. 같은 날 롯데마트는 일반 상품보다 30~50% 저렴한 ‘상생 다다기오이’와 ‘상생 깐마늘’을 출시했다. 맛과 신선도엔 차이가 없지만 모양에 편차가 있거나 일부 흠집이 있는 ‘못난이’ 채소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모델들이 추석 선물 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사전 예약을 통해 사과 등 과일 선물 세트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사진 연합뉴스
동시에 작황이 좋은 과일은 추석 선물용 상품 등으로 저렴하게 판매한다. 이마트는 사전 예약 전용 선물 세트 상품을 개발해 지난해보다 더 저렴하게 과일을 판매한다. 대표 상품인 사과 VIP 세트 가격은 4만3000원대로 지난해보다 5% 저렴하다. 백화점 업계도 사전 예약을 통해 추석 선물용 과일 세트를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장우석 현대백화점 식품사업부 상무는 “고물가로 영향으로 예약 판매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물 세트를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사전 예약 기간 동안 과일 등 선물 세트를 최대 30%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한다”라고 말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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