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여행? 포기했다"…'日대지진 임박' 우려에 취소 속출
11일 일본 후쿠오카로 3박 4일 여름휴가를 가려던 하모(38‧남)씨는 일본 대지진 우려에 출발을 이틀 앞둔 지난 9일 여행을 취소했다. 항공권과 숙박 등 여행 준비에 쓴 85만원은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씨는 “어차피 지금 여행을 가면 불안한 마음에 제대로 놀지도 못할 것 같아 같이 여행을 가기로 한 친구와 상의 끝에 일본 여행을 포기했다”며 “항공권은 30만원 손해를 보고 취소했고 숙박 예정이던 료칸 등 호텔에는 취소 문의 메일을 보내놨는데 환불을 해 줄지는 모르겠다. 큰돈을 날린 게 속이 쓰리긴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느니 마음 편한 게 낫다”고 말했다.
휴가철 인기 해외 여행지인 일본 여행을 앞둔 시민들이 일정을 취소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일본 정부가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정보(거대지진주의)’를 발표하는 등 지난 2011년 일본 열도에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를 가져온 동일본 대지진과 유사한 상황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일본 여행을 예약했던 시민들이 수십만원 안팎의 취소 수수료를 감수하면서 여행을 취소하거나 취소를 고민하고 있다. 회원 수가 177만명이 넘는 일본 여행 관련 온라인 카페에선 지난 10일부터 11일 오후 2시까지 총 45건의 여행 취소 글이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8월 14일 도쿄 여행을 취소했다. 혼자 가는 거면 갔을 텐데 가족들이 가는 거라 도무지 리스크(위험)를 안고 가기가 어렵다” “엄마랑 가려던 도쿄 여행을 취소했다” “11일~19일 8박 9일 규슈 전역 여행을 난카이 해구 대지진 경고로 인해 취소했다”는 등 내용의 글을 올렸다.
급하게 대만이나 태국 등 다른 나라로 가는 항공권을 사거나 “호텔 측에 직접 문의하니 취소해 줬다”며 환불 위약금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꿀팁’을 공유하는 글도 있었다. 여행사를 통해 예약한 일부 관광객들은 여행사가 업무를 하지 않는 주말 동안 취소가 불가능해서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글들이 공유되면서 혼란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누리꾼들은 ‘X(옛 트위터)’에서 “난카이 해구 지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홋카이도” “후쿠오카나 오사카는 위험하다” 등 안전한 지역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한 인스타그램 여행 계정 운영자는 일본 마트에서 생필품이나 생수 등이 동이 났다면서 선반이 텅 비어있는 영상을 올렸고 “내일 오사카 가는데 괜찮을까요?” “저런 곳 본 적이 없는데 너무 오버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여행·관광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가 채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일본 여행 취소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5월에 약 74만명, 6월엔 약 70만명이 방문한 내국인 해외여행 1위 목적지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대규모 취소 사태 등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번 대지진 주의는 워낙 큰 이슈이기 때문에 현지 상황이나 취소 현황 등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주말 이후 상황을 보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준 강원대 지구물리학과 교수는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이 학자들이 예견한 대지진의 전조라면 한 달 이내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안전에 유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SNS에서 확인되지 않은 글 등을 무분별하게 믿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최근과 같은 우려 상황에선 당분간 여행을 자제할 필요도 있다”며 “불가피하게 일본에 머무르게 됐다면 반드시 안전수칙과 대피 요령을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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