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국장급 인사의 죽음…野 "권력살인" 與 "고인모독"

이창훈 2024. 8. 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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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 고위 간부의 사망 사건이 정치권 공방으로 번졌다. “권력 살인”이라는 야당 공세에 여당이 “고인 모독”이라고 받아치면서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왼쪽)과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각각 권익위원회 고위 간부 A씨의 사망 사건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1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권익위 간부 사망은) 정치적 타살이자 권력 살인”이라며 “김건희 여사에 대한 ‘주문식 면죄부’에 괴로워하던 이가 세상을 떠났다”고 비판했다.

해당 간부는 8일 세종시 자택에서 숨진 권익위 국장급 인사인 A씨다. A씨는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응급헬기 이용 사건과 관련해 조사 업무를 맡았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A씨가 김 여사 관련 의혹 업무를 맡은 점을 부각해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를 압박하고 있다. 황정아 대변인은 10일 논평에서 “특검법을 통과시켜 모든 의혹의 진실을 끝까지 밝히겠다”며 “‘(명품백 의혹을) 종결하지 말고 수사 기관에 보내야 한다’고 했던 A씨를 죽음으로 내몬 윗선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전 대표도 10일 “(A씨가) 외부 힘에 꺾여 생존 자체가 어려워져 극단적 선택을 한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같은 날 페이스북과 엑스(옛 트위터) 프로필을 추모 상징인 검은색 리본으로 바꾸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죄송하다”는 글도 올렸다. 권익위원장을 지낸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A씨 빈소에서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과 오간 설전을 공개하며 “정 부위원장은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라고 고함을 질렀다. 반성 없고 잔인한 윤석열 정권의 민낯”이라고 10일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야당의 파상 공세에 여당은 이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관련자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반격했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11일 “이 전 대표는 주변에서 일어난 수많은 의문의 죽음 앞에 무책임한 행동으로 일관했다”며 “A씨의 죽음을 이용해 정쟁을 부추기고, 분노와 증오심을 유발하는 민주당의 행위는 고인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A씨가 이 전 대표 응급헬기 이용 관련 사건 조사를 담당했던 것을 두곤 “당시 정무위 회의장에서 민주당은 고인을 증언대로 불러 고압적 자세로 압박해 심적 부담을 가중했다”고 강조했다.

A씨의 죽음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국회 상임위로까지 옮겨붙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운영위원회 차원에서 긴급 현안 질의, 청문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익위는 정무위 소관이지만,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의원이 여당 소속임을 고려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위원장인 운영위로 우회하겠다는 계산이다. 반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11일 “비극적인 사안을 정쟁화하는 청문회를 강행하면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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