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공포 확산…간이변기·비상랜턴, 재난용품 구입 급증
11일 오후 도쿄 긴자(銀座)의 한 생활용품 판매점에 마련된 재난 대비용품코너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부부는 이날 장바구니 한가득 목장갑, 밧줄, 호루라기 세트, 비상용 조명, 보조 배터리 등을 샀다.
다른 손님은 “TV에서 난카이(南海) 해저협곡 대지진에 대한 이야기를 봤다. 지진에 대비하려고 물건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평소보다 많은 이들이 방재용품을 구입하자 비상 랜턴, 간이 변기 등이 놓였던 일부 진열대는 텅 빈 모습이었다.
지난 8일 규슈 앞바다에 발생한 지진을 계기로 일본에 거대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대지진 발생 확률이 높아졌다'는 일본 기상청의 발표에 지진을 대비한 물품에 대한 구매가 크게 증가하고 여행을 미루는 시민,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이날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8일 지진 당시 가장 강한 흔들림이 감지된 미야자키(宮崎)현 니치난(日南)시의 슈퍼에는 지진 발생 후 방재용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됐다. 가구 고정용 도구, 생수 등은 다음날 저녁까지 대부분 팔렸고, 간이 화장실용품도 1시간 만에 100개가 팔렸다고 매체는 전했다.
특히 오는 15일 전통 명절인 '오봉(御盆·한국의 추석 격)' 연휴를 맞아 고향을 찾거나 여행하는 이들은 여행에 앞서 비상용 랜턴 등 방재용품을 마련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미에(三重)현 등 도카이(東海) 지역 숙박시설에서는 지진을 걱정하는 전화 문의가 빗발쳤고 예약 취소도 잇따랐다.
일부 지자체는 해수욕장 운영을 중지하고 불꽃놀이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지진 정보 앱을 이용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오사카부가 운영하는 방재 앱은 미야자키현 지진이 발생한 지난 8일부터 9일 오후 3시까지 5300회 다운로드됐다.
"30년 이내 대지진 확률 70~80%"
앞서 지난 8일 일본 기상청은 미야자키현 앞바다에 발생한 규모 7.1 지진을 계기로 '난카이 해저협곡(해곡) 지진 임시 정보'를 발표했다. 피난 장소와 경로를 확인하고 가구를 고정하며 물과 비상식량 등을 미리 준비하는 등 대지진 발생에 주의하라는 내용이다. 이번에 발령된 임시 정보는 피난을 권고하는 '거대 지진 경계'보다는 한 단계 낮은 '거대 지진 주의'다.
난카이 해곡 대지진은 일본 시즈오카(静岡)현에서부터 규슈 남단에 이르기까지 태평양 연안과 맞닿아 있는 약 800㎞의 해저협곡 지역에서 발생하는 거대 지진이다. 약 100~150년을 주기로 규모 8.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본 정부는 규모 8~9의 지진을 상정하는 난카이 대지진이 실제로 일어나면 2011년 동일본대지진(규모 9.0)과 맞먹는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NHK에 따르면 난카이 대지진 피해 예상 규모는 최대 220조3000억엔(약 2073조원)에 달한다.
일본 전문가들은 향후 30년 이내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70~80%로 보고있다. 일본 기상청은 이번 미야자키현 강진을 계기로 난카이 해곡 대지진 발생 확률이 기존 0.1%에서 0.4%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2017년부터 난카이 지진 예상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대지진 임박 여부를 판단해 발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실제로 이를 발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상청의 관련 정보 발표 다음날인 지난 9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당초 예정했던 몽골·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순방 일정을 취소했다.
일본 기상청은 미야자키현 해역에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각 뒤틀림을 관측하는 지점 3곳에서는 8일 지진 이후 특별한 이상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미야자키현과 가고시마현 경계에 있는 기리시마(霧島)산 가라쿠니다케(韓國岳) 부근을 진원으로 하는 지진은 늘어났다고 NHK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향후 지각에 큰 변화가 없을 경우, 오는 15일 오후 5시 난카이 지진 임시 정보를 해제할 방침이다.
한편 일본 전역에 지진 불안감이 확산된 가운데 제5호 태풍 '마리아'가 오는 12일 혼슈 동북부 도호쿠(東北) 지방에 상륙해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돼 일부 지역에선 주민에게 피난을 요청하고 있다. NHK 등에 따르면 태풍 마리아는 도호쿠에서 북서쪽으로 이동하며 일본 열도를 빠져나갈 전망이다.
태풍 상륙에 따라 일본에선 이날 밤부터 13일 이와테(岩手)현, 미야기(宮城)현 등에 강한 바람이 불고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교도통신은 "이번 태풍으로 교통 혼란이 예상되고 고속열차 신칸센과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전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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