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CEO된 ‘승진 비결’ “여러분은 C급이 아닙니다”
릴레이 인터뷰 <20> 이인석 전 이랜드 서비스 대표
이인석(56) 전 이랜드 서비스 대표는 최근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과 가진 모임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기독 청년들을 평가할 때 선입견이 앞섰다는 것. 인사 담당자들은 기독 청년들이 실력도 없고 책임감도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기독교를 미신이라 여기는 사회에서 믿음을 지키면서 실력도 갖춰야 할 기독 청년들에게 이런 평가는 너무 가혹하다”며 “갓플렉스 인터뷰를 통해 청년 직장인들과 용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김을호 국민독서문화진흥회 회장의 추천을 받아 이번 갓플렉스 인터뷰이로 선정됐다. 김 회장은 “취업·직장 문제로 고민이 적지 않을 기독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이 전 대표를) 추천한다”고 했다. 2007년 설립된 이랜드 서비스는 그룹 계열사들에 행정 지원과 시설 유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랜드 그룹 자회사다. 이 전 대표는 “일종의 ‘경영 지원실’로 이해하면 쉽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현재 이랜드 그룹 경영고문을 맡고 있다. 그와의 인터뷰는 최근 경기도 고양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평사원으로 시작해 CEO가 된 일의 프로’ ‘2017년 대한민국 최고경영자 대상’. 이 전 대표를 설명할 때 거론되는 단골 수식어들이다. 하지만 그의 시작은 평사원이 아니었다. 대학생 여름 인턴 활동이 그와 이랜드의 첫 만남이었다.
“이랜드 경영 이념을 보니까 ‘나눔과 섬김’이었어요. 이랜드에게 돈은 사회적 가치를 구현할 도구였어요. 이윤 10%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재정 원칙도 매력적이었고요. 이런 기독교 기업이 성장하면 다른 기업에도 선한 영향력을 주겠다고 생각하고 인턴 지원서를 냈죠. 하지만 인턴이 끝난 뒤 정규직 전환에는 실패했어요. 정규직엔 1994년 다시 도전해 합격했습니다. 꼭 다니고 싶은 직장이었거든요.”
하지만 믿음의 기업이 개인의 믿음까지 지켜주진 않았다. 기독교 기업에도 ‘꼰대 상사’는 있는 법. 그는 “바인더를 집어 던지거나 직원들을 C급이라고 소문내는 상사들을 볼 때마다 사표를 내고 싶은 충동이 수차례 들었다”고 회상했다. “마냥 천국일 줄 알았던 직장에서 괴리감을 느낄 때마다 영적 에너지도 덩달아 고갈됐다”며.
이 전 대표가 사표 대신 선택한 건 사내 복음화였다. 그는 “‘일도 힘든데 무슨 사내 선교까지 하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면서도 “기독 직장인이라면 영적으로 충전이 돼 있을 때 일할 힘도 나지 않나. 무엇보다 일터 선교엔 그렇게 큰 품이 들진 않는다”고 했다.
“직장 동료나 선후배에게 ‘교회 가자’며 노골적으로 복음을 전하지 않아도 됩니다. 성경 모임 같은 소그룹은 하면 좋겠지만 필수는 아니에요. 그저 선하게 일하면 돼요. 내가 크리스천이란 사실은 다들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이 전 대표가 일터에 적용한 선교 방식은 ‘이타적인 삶’이었다. 그는 직장 선후배들의 승진을 도왔다. 그는 “업무 담당자를 비판하면 자신이 그 영역에서 특출나 보일 거로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기독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태도는 비판이 아닌 조력이다. 동료의 성과는 치켜세워주고 실수는 되도록 가려주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부하 직원들의 성장을 도울 때 나도 성장할 수 있었고, 그들의 급여와 처우를 개선할 때 내 처우도 좋아졌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2005년부터 멘토링 프로그램이나 초청 강연을 다니며 전국의 크리스천 직장인들에게 이 얘길 해줬다고 했다.
“어쩌면 기독 직장인들에겐 출발선이 더 뒤에 그어져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크리스천을 호평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기독교인에 대한 요구는 높잖아요. 교회 다니면 더 윤리적으로 살아야 하고 더 이타적이어야 합니다. 청년들과 상담할 때마다 안쓰럽고 미안해요. 그럼에도 ‘직장에서 믿음의 삶을 살라’고 권합니다. ‘이렇게 살면 승진할 수 있다’는 약속은 못 하겠어요. 하지만 이건 장담합니다. 직장 생활이 지금보다 행복해질 거예요.”
고양=글·사진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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