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대전' 읽고 가야할 길 찾아

김삼웅 2024. 8. 1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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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의 인물열전 - 진짜 선비 남명 조식 평전 5] 남명은 공부했던 자신을 돌아보았다

[김삼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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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은 좌절과 실의에 빠져 청춘을 보내고 있었다.

학문적·정신적으로 방황하였다. 그래서 가끔 산사를 찾았다. 유생의 신분으로 산사를 찾는 일은 흔치 않았던 시절이다. 벗들과 <성리대전(性理大全)>을 읽었다. 여기서 원나라 문인 노재(魯齋) 허형(許衡)의 글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가히 그의 생애를 가름하는 내용이었다.

이윤(伊尹)이 지향했던 바를 지향하고 안자(顔子)가 배웠던 내용을 배운다. 출사(出仕)하면 이룩함(爲)이 있고 물러나면 지킴(守)이 있어야 한다. 대장부라면 이러해야 한다. 출사해도 이룩함이 없고 물러나서도 지키는 것이 없다면 지향하고 배웠던 것은 장차 무엇이 되겠는가? (주석 1)

과거에 수석 급제할 만큼 유능한 청년이 생의 진로를 바꾸게 만든 허형의 글, 이윤과 안자는 누구인가. <맹자>에 나오는 이윤이다. 다소 길지만, 면암을 알기 위해서는 '건너냐 할 강'이 아닐까 싶다.

백이(伯夷)는 눈으로 나쁜 색을 보지 않았고 귀로 나쁜 소리를 듣지 않았다. 자신의 군주가 아니면 섬기지 않았고, 자신의 백성이 아니면 다스리지 않았다. 나라가 잘 다스려지면 나아갔고 나라가 잘 다스려지지 않으면 물러났다. 법도를 따르지 않는 정치가 행해지는 곳과 법도를 따르지 않는 백성이 사는 곳에는 차마 거하지 않았다. 향촌 사람과 같이 있는 것을 마치 조복(朝服)과 조관(朝冠)을 착용하고서 진흙이나 숯에 앉는 것처럼 생각했다. 주(紂) 임금 때 북쪽 바닷가에 살면서 천하가 깨끗해지기를 기다렸다. 따라서 백이의 풍격을 들은 사람 중 몰지각한 사람은 분별력 있게 되었고 유약한 사람은 뜻을 세우게 되었다.

이윤은 '누구를 섬긴들 군주가 아닌가? 누구를 부린들 백성이 아닌가?' 라고 말했다. 나라가 다스려져도 출사했고 나라가 어지러워도 출사했으니, 하늘이 이 백성을 낳았으니, 먼저 지식을 체득한 사람(先知)한테 아직 지식을 체득하지 못한 사람(後知)을 일깨워주게 했고 먼저 깨달은 사람(先覺)한테 아직 깨닫지 못한 사람(後覺)을 일깨워주게 했다. 나는 하늘이 낳은 백성의 선각자이다.

나는 이 도로 백성을 일깨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천하의 백성 중 한 사람이라도 요순임금의 은택을 입지 못하고 있으면 마치 자기자신이 도랑 속으로 밀려 떨어진 것처럼 생각했다. 그는 천하의 중책을 자임했던 자였다.

유하혜(柳下惠)는 그릇된 군주를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미관말직을 사양하지 않았다. 출사하면 자신의 현명함을 숨기지 않았고 반드시 올바른 도로 행했다. 등용되지 않아도 원망하지 않았고, 곤궁한 처지에 있어도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시골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여유롭게 있었다.

너는 너고 나는 나이다. 설사 네가 내 옆에서 웃통을 벗어제치고 어깨를 드러내놓거나 벌거벗고 있어도 네가 어떻게 나를 더럽힐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래서 유하혜의 풍격을 들은 사람 중 마음이 좁은 사람은 관대하게 되었고 천박한 사람은 중후하게 되었다. (주석 2)

안자는 공자의 수제자 안연(顔淵)을 일컫는다. 중국의 철학자 주돈이(周敦頤)의 '안자상'이다.

안자는 한 그릇의 밥을 먹고 한 바가지의 물을 마셨으며 허름한 거리에 살았는데, 다른 사람이라면 거기에 대한 걱정을 감당하지 못했겠지만 안자는 자신의 즐거움을 바꾸지 않았다. 무릇 부귀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다. 안자가 부귀를 좋아하지도 추구하지도 않고서 가난함을 즐겼던 까닭은 도대체 어떤 마음 때문이었는가? 천지 사이에는 좋아하고 추구할 만하며 가난함과 다른 부귀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을 알고 중요치 않은 것은 잊을 따름이다. 중요한 것을 알면 마음이 크고 너그러워진다. 마음이 크고 너그러워지면 부족함이 없고, 부족함이 없게 되면 부귀와 빈천에 처하는 것이 똑같다. 처하는 것이 똑같으면 백성을 교화시키고 구제할 수 있기 때문에, 안자는 아성(亞聖)인 것이다. (주석 3)

남명은 허형의 글을 읽기 전까지 공부했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는 애초에 타고난 자질이 매우 둔한데다 스승과 벗들의 규계(規戒)도 없어서, 오직 남에게 오만한 것으로 고상함을 삼았다. 사람에게만 오만하였을 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해서도 오만한 마음이 있어서, 부귀와 재리를 보면 마치 지푸라기나 진흙처럼 멸시하였다. 사람됨이 가벼워 진실 되지 못하고, 호쾌히 휘파람을 불기도 하고 팔을 걷어붙이기도 하였으며, 항상 세상사를 잊고 살 듯한 기상이 있었다. 이 어찌 돈독하고 두텁고, 두루 믿음직하며, 소박하고 착실한 기상이겠는가? 날마다 소인이 되는 쪽을 달려가면서도 스스로 모르고 있었다. (주석 4)

주석
1> <노재위서(魯齋違書)>, <어록>, 26.
2> 이동환, <남명사상과 그 시대적 의의>, <남명학보>, 창간호, 17쪽.
3> 이원석, <남명 출처관의 철학적 근거>, <남명학보>, 창간호, 20~21쪽.
4> <남명집>, 권2.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진짜 선비 남명 조식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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