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학살" vs "하마스 제거"…이스라엘 가자 학교 폭격 파장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휴전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민간인이 밀집한 학교를 겨냥한 공격을 한 달 이상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간)에도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의 한 학교 건물을 공습해 약 1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은 학교에 은신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유엔과 유럽연합(EU) 등은 “집단 학살”이라 비난했다.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가자시티 알바타인의 학교 건물을 폭격했다. 하마스의 통제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번 공격으로 약 100명이 숨졌다”며 “끔찍한 학살”이라고 비난했다. 알자지라는 이날 새벽 기도 시간을 맞아 피란민 250명이 모여있던 학교 기도실에 이스라엘군 포탄이 명중해 피해가 커졌다고 전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공습을 규탄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X(옛 트위터)에 “이런 대학살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프란체스카 알바니즈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 상황 특별 보고관도 “이스라엘의 공격은 집단학살(제노사이드)”라고 비난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도 “이스라엘군의 공격과 비극적인 인명 피해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지하드(PIJ) 대원을 겨냥한 정밀 타격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공습은 3발의 정밀 폭탄을 활용해 하마스와 PIJ 대원 19명을 제거했다”며 “(하마스 측이 주장하는 수준의) 피해를 일으킬 수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학교·병원 등 피란민이 밀집한 가자지구 시설을 공격해왔다. 하마스 대원들이 은신처로 삼아 비밀리에 무장활동을 벌이고 있어 공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지난달부터는 학교를 중점적으로 공격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가자지구 내에서 최소 21개의 학교 건물이 공격받아 사망자 수백명이 발생했다.
하지만 가자지구 주민들이 최후의 피난처로 삼는 학교를 공격한 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지난 5일 “많은 사람에게 학교는 음식과 물에 접근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며 “이스라엘의 고의적 공격이 전개되는 패턴에 공포를 느낀다”고 우려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도 이스라엘의 강공에 노심초사다. 11월 미 대선 전에 전쟁 국면을 종식하려는 구상이 물거품이 될까 봐서다. 미국은 이스라엘군의 가자 철수와 하마스의 인질 석방이 차례로 이행되는 3단계 휴전안을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수용하라고 종용해 왔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너무나 많은 민간인이 죽었다. 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숀 세이벳 백악관 NSC 대변인도 “이스라엘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장 미국·이집트·카타르 등 중재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오는 15일 카타르 도하나 이집트 카이로에서 휴전 협상을 재개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번 학교 공습으로 협상 재개는 더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리어 이번 학교 공습이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을 천명한 이란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공격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이란 관영 통신 IRNA는 “이스라엘이 이스라엘 명절 ‘티샤베아브’ 기간(12~13일)동안 보복 공격을 우려해 정보기관 4곳을 텔아비브로부터 대피시켰다”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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