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버’ 임지연 “내려놓는 연기, 큰 용기 필요했다”

임세정 2024. 8. 1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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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전도연)의 어디가 그렇게 좋냐는 질문에 윤선(임지연)이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외친다.

임지연은 "윤선은 어두운 세계에서 술집 마담 생활을 하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여자다. 나쁜 짓하는 사람들을 숱하게 봤고, 남자도 많이 만났다"며 "누군가에게 접근하고 이용하는 게 일상인 윤선이 자신의 처지를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상황에서 수영을 만났는데 아주 멋져보였던 거다. 수영을 만나 미묘하게 변해가는 윤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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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웃음 이끌어내는 조력자 윤선 역
자칭 ‘한예종 전도연’…“호흡 맞춰 행복”
“스크린 꽉 채우는 배우되는 게 목표”
영화 '리볼버' 스틸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에브리씽!”

수영(전도연)의 어디가 그렇게 좋냐는 질문에 윤선(임지연)이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외친다. 수영은 자신과 만나던 남자 석용(이정재)의 전 연인이자 전직 경찰이다. 한없이 건조한 성격을 가진, 끝까지 타락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여자다.

자신과 공통점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수영을 윤선은 점차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화려하게 치장하고 부담스럽게 다가가는 윤선이지만 이상하게 사랑스럽다.

최근 개봉한 영화 ‘리볼버’에서 복수를 위해 질주하는 수영의 조력자 윤선을 연기한 배우 임지연을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임지연은 “영화가 정말 하고 싶었지만 시작할 땐 ‘난다 긴다 하는 선배들 사이에서 과연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과 불안이 있었다”며 “완성된 영화를 보니 오랜만에 스크린에 나온 내 모습만으로도 성취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배우 임지연.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윤선은 차가운 수영과 대조되는 밝고 톡톡 튀는 성격, 실리에 따라 이쪽저쪽을 오가는 가벼운 인물로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낸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인데 임지연이 조 사장 역의 정만식, 형사 신동호 역의 김준한과 등장하는 장면들은 코미디 그 자체다. 임지연은 윤선의 겉모습을 “독특함, 적절한 ‘싼티’가 배어있는 화려함, 너무 어려 보이지도 나이들어 보이지도 않는 외모”라고 분석했다.

임지연은 “윤선은 어두운 세계에서 술집 마담 생활을 하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여자다. 나쁜 짓하는 사람들을 숱하게 봤고, 남자도 많이 만났다”며 “누군가에게 접근하고 이용하는 게 일상인 윤선이 자신의 처지를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상황에서 수영을 만났는데 아주 멋져보였던 거다. 수영을 만나 미묘하게 변해가는 윤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임지연은 늘 잘하고 싶은 마음에 캐릭터를 분석해 긴 서사도 만들어보고, 호흡 하나하나를 다 머릿속으로 계산해둔 다음 현장에 가는 배우였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 번 내려놔볼까’하는 생각을 했고 실행에 옮겼다.

임지연은 “그렇게 하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다”며 “많이 생각하지 말자, 현장의 공기를 느끼고 상대방이 나한테 주는 것들에 반응하는 데 집중해보자고 다짐했다. ‘리볼버’는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촬영장으로 향한 유일한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학창시절 스스로를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전도연’이라고 소개하고 다닐만큼 임지연은 전도연을 오래전부터 동경했다. 그는 “선배가 캐릭터에 집중하는 모습에 방해되고 싶지 않아 많이 표현하거나 다가가지 못했다. 그게 선배와 나를 위한 배려라 생각했다”며 “멀리서 많이 배웠다. 존경하던 선배와 닮고 싶은 후배가 아닌, 수영과 윤선이란 인물로 한 공간에 있다는 게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임지연을 보고 여전히 ‘더 글로리’의 연진을 떠올린다. 임지연은 “당시 캐릭터가 워낙 강렬했고 사랑받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더 글로리’ 이후 내가 연기하는 인물들은 연진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캐릭터로 이미지가 고정될까봐 걱정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새로운 인물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임지연은 어떤 배우를 꿈꾸고 있을까. 그는 “언젠가 전도연 선배처럼 스크린을 꽉 채우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내게 ‘누구보다 대단한 재능’은 없지만 노력 하나는 주연상감이라 생각한다”며 웃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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