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날고 좀비 나오는 '호수' 오페라에 객석 꽉…티켓 99% 팔린다
한스-페터 메츨러 축제 회장 인터뷰
지난달 중순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밤 9시 15분에야 오페라 공연이 시작됐다. 거대한 호수 위로 석양이 완전히 사라지고 막을 올리기 위해서다. 호수 위에는 높이 12m의 교회 탑과 지름 6m의 달을 비롯한 대형 무대가 떠 있었다. 한겨울의 눈이 쌓인 산속 마을의 건물은 무너지거나 물에 잠겼다. 카를 폰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1821년 작품) 공연을 위한 신작 무대다. 폐허가 된 마을을 표현한 무대 주위로는 녹음된 까마귀 울음과 천둥소리가 공연 전부터 울려 퍼졌다.
브레겐츠 음악제는 1946년 시작해 올해로 78년째 계속되고 있다. 오스트리아ㆍ독일ㆍ스위스의 접경지대인 콘스탄츠(보덴) 호수에 바지선을 띄우고 그 위에 무대를 설치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야외 오페라, 또 새로운 무대의 대명사이자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2012년부터 페스티벌의 회장을 맡고 있는 한스-페터 메츨러는 중앙일보와 e메일 인터뷰에서 “매 공연의 티켓 평균 판매율이 99%”라며 “4주 동안 20만명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올해는 ‘마탄의 사수’가 공연되는 첫해였다. 브레겐츠는 2년마다 오페라를 교체한다. 그동안 ‘카르멘’ ‘리골레토’ ‘코지 판 투테’ 처럼 보편적 작품을 공연해왔던 브레겐츠는 올해·내년의 작품으로 독일의 가장 독일다운 오페라 ‘마탄의 사수’를 골라 들었다. 독일어권 청중에게 친숙한 작품이다.
'독일 마당극'이 된 오페라
이번에 연출을 담당한 필립 슈톨츨은 극의 내용에도 손을 댔다. 주인공 막스가 마법의 탄환으로 대회에서 우승해 결혼하려 하는 여주인공 아가테는 임신 중이었고, 아가테의 하녀 엔헨은 레즈비언이었다. 여기에 좀비의 공격, 교수형 장면, 인어의 등장 등이 첨가되면서 작품은 화려한 서커스나 쇼에 가까워졌다.
메츨러 회장은 이런 파격적 연출에 대해 “영화적 효과를 도입해 시각적으로 매혹적인 경험을 선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오페라는 베버의 다른 작품과 달리 초자연적인 것을 탐구한다. 마법, 민속, 신비주의의 요소가 줄거리에 있어 으스스하며 매혹적인 분위기가 필요하다.” 그는 또 “대사가 중요한 작품이라 생각해 대사를 다시 쓰고 완전히 현대화하기로 결정했다”며 “관객 대부분이 이 오페라를 여러 번 보고 이해한 독일어권 출신”이라고 했다.
오케스트라는 실내, 성악가는 호수 위에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자 엔리케 마졸라, 프라하 필하모닉 합창단은 실내의 극장에서 연주했고 호수 무대 위의 성악가들은 모니터를 통해 이들의 음악과 합을 맞췄다. 금관 악기의 사운드와 성악가들의 성량은 풍부했지만 약간의 어긋남은 감수해야 했다.
올해 브레겐츠 ‘마탄의 사수’에 대해 해외 언론도 엇갈린 평을 내놨다. 영국의 리뷰 사이트인 바흐트랙은 “오페라를 한 번도 본 적 없고 엔터테인먼트를 원하는 관객에게 100% 성공한 작품”이라며 “베버의 음악에 좀 더 집중했다면 보다 가치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대형 객석과 최첨단 기술을 갖춘 브레겐츠는 대중을 즐겁게 하기 위해 오페라와 서커스를 혼합했고, 의심할 여지 없이 재미있었다”고 평했다.
인구 2만에 청중 20만
메츨러 회장은 “축제 예산 중 공공 보조금은 10%에 불과하며 메르세데스 벤츠와 같은 기업 스폰서 기부금도 10% 정도”라며 “80%가 티켓 판매 금액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는 또 이러한 관객의 호응을 끌어낸 요소로 셋을 꼽았다. “자연환경, 축제의 대중적인 형식, 적당한 티켓 가격이 목표 달성에 기여한다.” 브레겐츠 호반 오페라의 티켓은 고급스러운 좌석에 날씨 영향을 안 받는 라운지석이 415유로(약 61만원)이지만 가장 저렴한 티켓은 30유로(약 4만원)다. 올해 축제는 18일에 막을 내리고, '마탄의 사수'는 내년에 한 번 더 공연된다.
브레겐츠(오스트리아)=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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