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전임 지주 회장 친인척에 350억원 부적정 대출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 등에 총 616억원(42건)을 무더기로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50억원(23건)의 대출이 대출심사와 관리 과정에서 통상 기준‧절차를 따르지 않은 부적정 대출이었다.
부실로 이어진 친인척 대출
11일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 따르면 손 전 회장의 친인척에게 대출이 다수 실행된 건 2020년 4월부터 지난 1월까지다. 손 전 회장은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가 다시 출범하면서 지주 회장과 은행장직을 함께 수행하다가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지주 회장을 연임했다. 손 전 회장이 지주 회장을 맡기 전까지 친인척 관련 대출은 5건(4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대출 차주가 제출한 허위 서류를 확인하지 않거나 담보 가치가 없는 물건을 담보 설정하는 등 부적정 대출은 대거 부실로 이어졌다. 예컨대 이미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가용가액이 전무한 부동산을 담보로 20억원의 대출을 실행하거나 본점 승인을 거쳐야 함에도 지점 전결로 대출을 임의 처리하는 식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19일 기준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 42건 중 19건(대출잔액 269억원)에서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됐다고 밝혔다. 관련 대출의 절반 이상이 부적정 대출이었고, 그중에서 절반 이상은 부실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위법 혐의 수사기관 통보
금감원은 제재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위법 혐의 등에 대해서는 수사 기관에 별도 통보할 예정이다. 손 전 회장 친인척 대출을 주도한 건 우리은행 전 선릉금융센터장이었는데 어떤 이유로 대출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했는지 등이 검찰 수사로 밝힐 부분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적정 대출 사유 등 수사기관에서 추가로 규명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지주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행 체계에서 지주와 은행의 내부 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여신취급 소홀 등의 책임을 물어 본부장 및 관련 임직원 8명에 대해 면직 등 징계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업무처리절차를 대폭 개선하고 감독당국 및 수사당국 조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은행 내에서 유사 사례가 반복되다 보니 내부 통제 부실에 대한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예정이다. 앞서 지난 6월엔 우리은행 경남지역 지점 직원이 고객 17명의 명의로 허위 대출을 신청해 177억7000만원을 빼돌리는 사기 대출을 했다가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2022년엔 본점에서 8년에 걸쳐 697억3000만원을 횡령한 사건이 드러나기도 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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