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가 이걸로 웹툰만 봐요” 학교서 준 디벗 부작용 속출

김승연 2024. 8. 1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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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딸을 둔 학부모 심모(43)씨는 여름방학 내내 딸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딸이 학교로부터 받은 태블릿 PC인 '디벗'으로 웹툰 삼매경에 빠졌기 때문이다.

심씨는 11일 "학부모 단톡방에서도 방학에 아이들이 디벗과 한 몸이 돼서 힘들다는 하소연뿐"이라며 "사춘기 탓에 잔소리해도 듣지 않는다. 가끔은 기기를 갖다 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방학의 경우 디벗을 교육 외 목적으로 사용할 시간이 늘어나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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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가 스마트 기기를 들여다보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중학교 1학년 딸을 둔 학부모 심모(43)씨는 여름방학 내내 딸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딸이 학교로부터 받은 태블릿 PC인 ‘디벗’으로 웹툰 삼매경에 빠졌기 때문이다. 심씨의 딸은 하루 5~6시간씩 웹툰을 시청해, 방학 중 생활패턴이 엉망이 됐다. 다니던 학원에서도 태도가 좋지 않다며 연락이 왔다. 어르고 달래봤지만 잠깐일 뿐, 디벗으로 숙제를 하는 척 금세 웹툰을 켰다.

심씨는 11일 “학부모 단톡방에서도 방학에 아이들이 디벗과 한 몸이 돼서 힘들다는 하소연뿐”이라며 “사춘기 탓에 잔소리해도 듣지 않는다. 가끔은 기기를 갖다 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학부모 A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A씨의 자녀는 방학이 되자 방에 틀어박혀 디벗으로 SNS에 상시 접속했다. A씨는 딸이 SNS를 통해 범죄의 대상이 되거나, 유해영상에 무분별하게 노출될까 걱정이다. 학교와 교육청에 ‘디벗을 학교에서 보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교육과정 상 그럴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최근 학부모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방학 중 디벗 사용에 대한 고민이 주된 화제다. ‘밤새 디벗을 붙들고 있던 아이를 보고 화가 나 말다툼으로 번졌다’ ‘디벗의 목적은 교육인데 부모와 아이 관계만 나빠지는 것 같다’ ‘고장이나 분실이 생기면 전부 가정 책임인데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부정적 반응이 주를 이룬다.

디지털과 벗을 합친 ‘디벗’은 서울시교육청이 2022년부터 학생 학습 결손을 해소하고, 디지털 교과서 등 미래 교육에 대비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한 태블릿 PC다. 학생들이 이 디벗을 학습 대신 각종 게임이나 웹툰을 보는 데 활용하면서 부작용이 증폭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까지 1339억원을 들여 약 19만5000대의 디벗을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교육청은 추후 3100억원을 더 투입해 수혜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내년 1학기부터는 초등학생한테도 디벗을 제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업 도입 이후 학생들이 디벗으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웹툰을 본다는 학부모 민원이 꾸준히 이어졌다. 특히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방학의 경우 디벗을 교육 외 목적으로 사용할 시간이 늘어나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학부모 민원이 이어지자 서울시교육청은 유해정보 차단 강화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강화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게임 애플리케이션(앱)을 전수조사하고 유해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을 이미 가동했다”며 “학교 스마트기기 통합관리 시스템도 개발해 기기별 사용 시간을 제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제재들은 소용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는 디벗 내 제어 프로그램을 우회하는 방법이 널리 공유되고 있다. 인터넷에선 교사들의 디벗 사용내역 검사에 대비해 프로그램 이용 이력을 지우는 법도 꼼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학생들은 태블릿PC의 펌웨어(하드웨어에 포함된 소프트웨어)를 초기화하거나 버전을 바꾸는 방식으로 교육청의 통제를 무력화시키거나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에 일부 학부모는 교육용 스마트 기기를 학교에서만 쓰고 수업 후 반납하도록 해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모든 학교에 디벗 보관함이 설치된 건 아니고, 보관 원칙도 학교마다 달라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디벗의 취약점을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디벗 우회 사용 사례가 발생하면 추가적인 차단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를 반영해 해결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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