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많이 싸워요"... 오은영은 '이것'부터 하라고 했다
[김종성 기자]
얼마 전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는 육아 공포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비난 받았다. 어떤 소아과 전문의는 문제가 심각한 예외적인 케이스인 '금쪽이'를 일반화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부 공감가는 접근이지만, 이를 출생률 저하로 연결짓는 접근은 과도했다. 무엇보다 문제의 초점을 '금쪽이'에게만 맞추는 시선이 아쉬웠다. 본질은 결국 '부모'이기 때문이다.
9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한국 생활 10년 차 엄마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부부는 삼 남매(9세 딸, 6세 딸, 3살 아들)를 육아 중이었는데, 막내인 금쪽이의 떼쓰기는 한번 시작되면 그칠 줄을 몰랐다. 시도 때도 없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떼쓰기에 엄마는 답답하기만 했다. 그런데 부부는 금쪽이의 문제가 서로의 탓이라고 주장하며 핏대를 세웠다.
금쪽이는 엄마에게 자신의 말에 '알았어'라고 대답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침부터 식사 준비를 하고 옷을 입히느라 기진맥진해진 암마는 조금 성의 없이 '알았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금쪽이는 도돌이표처럼 계속 같은 요구를 했다. 왜 계속 같은 말을 하라고 하는 걸까. 엄마는 대답을 하지 않았냐며 짜증을 냈다. 그러지 금쪽이는 떼를 쓰기 시작했다. 정말 이유가 없는 걸까.
"금쪽이의 요구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육아 스킬이 업그레이드 될 거예요." (오은영)
오은영은 엄마가 금쪽이가 말하는 '알았어'라는 단어에만 초점을 맞췄고, 원하는 대로 대답을 했으니 요구를 들어줬다고 생각했던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금쪽이가 바란 건 '감정이 담긴' 대답이었다. 다시 말해 다정하게 말해달라는 것이다. 오은영은 엄마의 말투를 지적하며 변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금쪽이를 대하는 엄마의 반응이 부드럽지 못한 이유가 밝혀졌다.
▲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한 장면. |
ⓒ 채널A |
오은영은 부부 싸움으로 비롯된 사달인데, 아이의 마음을 달래기보다 자신의 육아 방법만 맞다고 내세우는 것을 지적했다. 오은영은 우선 엄마가 아이를 지나치게 거칠게 다룬다며, 이 경우 불안감이 높아져 특정한 요구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통제적 요구는 악순환을 야기하기 마련이다. 오은영은 해결책으로 부드러운 행동으로 아이의 불안감을 낮춰줄 것을 제안했다.
한편, 아빠의 극단적 유아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식사 시간에 클래식 음악을 틀어두는가 싶더니 금쪽이가 의자를 까딱하며 장난을 치자 파리채를 들고 혼을 냈고, 군기 훈련까지 시켰다. 금쪽이는 손들기까지 하고 벌을 서야했다. 누가 봐도 의자 장난이 그 정도의 잘못은 아니었다. 아이들은 불안감 속에 식사를 해야 했다. 아빠는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는 육아관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아빠가 어떠한 방식으로 아이를 지도할 때 가장 도움이 될까 라는 고민을 많이 안 한 거라고 봐요." (오은영)
평소 체벌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던 오은영은 아빠의 경우 훈육 방법의 부재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거라고 지적했다. 그러니 점점 더 '매'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오은영은 물리적으로 체벌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물리적 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자칫 평생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아이를 위하는 훈육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금쪽이네 가정의 위계질서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다. 아빠는 아이들이 집안일을 도울 때마다 칭찬 도장을 찍어줬는데, 충격적이게도 그 목록에 엄마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빠는 엄마를 아이들과 똑같이 대했다. 첫째는 아빠의 태도와 말투를 따라하며 엄마를 타박했고, 동생 대하듯 엄마의 마리를 쓰다듬기도 했다. 엄마는 자식들 앞에서 아이 취급하는 아빠에게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첫째는 아빠를 따라 군기반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눈앞의 엄마는 신경쓰지 않고, 동생들에게 잔소리를 쏟아부었다. 집안 내 서열에서 엄마보다 높아 보였다. 아빠는 아이들이 제안해서 엄마도 칭찬 도장 목록에 올린 것이라 해명했지만, 그건 그저 변명일 뿐이었다. 오은영은 첫째의 행동은 힘의 우위를 독식하고 있는 아빠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본능적으로 발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거실에 있는 CCTV 카메라를 치워버리는 엄마의 모습이 관찰됐다. 아이들의 안전을 파악하고 공부를 관리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엄마는 아빠에게 감시당하는 것 같다며 불쾌함을 호소했다. 오은영은 파리채처럼 CCTV 역시 아빠의 안전장치라고 분석했다. 분명 가족을 향한 아빠의 사랑은 크지만, 그 방식에 가족들은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본인만의 틀을 짜서 통제하며 가족을 보호해 왔던 아빠의 방식은 여러모로 한계가 뚜렷했다. 엄마에게는 불신이라는 상처를 주고 있었고, 일일이 지시에 따라야 하는 자녀들은 자율성이 결여됐다. 게다가 퇴근 후 아빠는 집 앞 놀이터에 나가 친정 엄마와 영상 통화를 하는 엄마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감시했다. "애 셋 보는 게 하루 이틀 일이야?"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엄마 아빠가 많이 싸워요. 무서워. 무서워. (...) 엄마가 슬퍼 보여." (금쪽이)
또 반복되는 부부 싸움이 아이들은 불안에 휩싸였다. 엄마는 타국에서의 생활과 삼 남매 육아, 잦은 부부 싸움에 한계에 봉착해 있었다. 아이들의 속마음은 어떨까. 첫째는 엄마 아빠가 떠날까 봐 걱정된다며 눈물을 흘렸다. 바라는 게 있냐는 질문에 행복해지고 싶다고 대답했다. 금쪽이는 두려움을 호소하며 엄마가 슬퍼 보인다고 말했다. 아빠의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한 장면. |
ⓒ 채널A |
불만과 비난은 그만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대화를 시도했다. 먼저, 상냥한 말투로 대화를 나누며 변화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 또, 아빠의 주도로 가족 관계도를 다시 그려보며 아이들이 올바른 가족 관계와 역할을 이해하게 도왔다. 엄마는 금쪽이의 울음이 지닌 속뜻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저 떼를 쓰는 거라 생각했지만, 금쪽이는 각기 다른 이유로 울고 있었다.
금쪽이는 엄마 아빠가 싸울 때는 불안 때문에, 아빠의 훈육 시에는 두려움에 울음을 터뜨렸던 것이었다. 울음의 이유를 알고 나니 부모의 책임이 더 크게 다가왔다. 결국 돌고 돌아 '부모'였다. 아이의 떼쓰기는 이유가 있었다. 아이의 불안도 마찬가지다. 금쪽이가 금쪽이가 된 이유, 금쪽이가 금쪽이처럼 비치는 이유를 금쪽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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