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닦자마자 좌절한 우상혁 "전웅태 형은 꼭 메달 따길 바랐는데..." [파리 현장]

김지수 기자 2024. 8. 1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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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파리, 김지수 기자) '스마일 점퍼' 우상혁(28·용인시청)이 근대5종 전웅태(29·광주시청)의 입상권 진입 무산에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남자 높이뛰기 메달 획득 도전이 불발된 뒤 겨우 감정을 추스르고 있던 상황에서 절친한 형의 소식을 접한 뒤 고개를 숙일 정도였다.

우상혁은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 올림픽 남자 육상 높이뛰기 결승에 출전, 전체 12명의 출전 선수 중 최종 7위를 기록했다. 

우상혁은 이날 결승에서 첫 번째 순서로 점프에 나섰다. 2m17과 2m22을 모두 1차 시기에 가볍게 뛰어넘으면서 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우상혁은 2m27 1차 시기에서는 바를 살짝 건드리면서 주춤하기도 했다. 다만 2차 시기에서는 깔끔하게 점프를 성공시킨 뒤 힘차게 오른손으로 가슴을 툭툭 치는 특유의 세리머니를 펼치며 자신감을 살렸다. 

우상혁이 11일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 올림픽 남자 육상 높이뛰기 결선에 출전, 전체 12명의 출전 선수 중 최종 7위를 기록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우상혁은 2m31의 벽에 막혔다. 1차, 2차, 3차 시기까지 모두 바를 건드리면서 실패했다. 2022년 유진 세계선수권에서 2m35를 넘고 은메달, 카타르 도하 다이아몬드리그 1차 대회에서 2m33를 넘고 우승을 차지한 점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결과였다. 자신의 최고 기록 2m36에도 미치지 못하는 높이에서 올림픽 메달 획득이 좌절됐다.

우상혁은 결선 종료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였다. 환한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인 우상혁도 지난 3년의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한 아쉬움에 감정이 착잡해 보였다.

우상혁은 "(김도균) 감독님만 생각하면 너무 눈물이 난다. 지난 3년 동안 나도 힘들었지만 감독님이 더 힘드셨다. 오늘 같은 날 기쁘게 못 해 드린 게 너무 아쉽다"며 "항상 모든 경기를 마치면 자극과 동기부여, 희망을 얻는다. 도쿄 대회 때는 파리에서 (잘 뛸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이번에는 다음 대회에서 내 불꽃을 태울 수 있는 자극을 얻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상혁이 11일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 올림픽 남자 육상 높이뛰기 결승에 출전, 전체 12명의 출전 선수 중 최종 7위를 기록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우상혁은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8위를 기록한 남자 높이뛰기 이진택에 이후 25년 만에 하계 올림픽 결승 무대를 밟은 한국 트랙 앤드 필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결승에서는 2m35를 넘고 당시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육상 트랙 앤드 필드 선수로는 하계 올림픽 역대 최고인 4위를 기록하며 단숨에 '월드 클래스'로 떠올랐다.

우상혁은 자연스레 파리 올림픽 개막 전부터 남자 높이뛰기 종목에서 유력한 메달리스트 후보로 꼽혔다. 2022년 세계실내선수권 우승, 같은 해 미국 유진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실외) 은메달을 목에 걸고 한국 육상의 세계선수권 첫 메달리스트 쾌거를 일궈냈다.

우상혁은 기세를 몰아 지난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서 2m35를 또 한 번 넘고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도 목에 걸면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우상혁이 11일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 올림픽 남자 육상 높이뛰기 결승에 출전, 전체 12명의 출전 선수 중 최종 7위를 기록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우상혁은 자연스럽게 파리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종목에서 유력한 메달리스트 후보로 꼽혔다. 지난 8일 예선에서 2m27을 넘고 전체 출전 선수 28명 중 공동 3위에 올랐다. 12위까지 주어지는 결승 티켓을 쉽게 획득하며 기대감은 더 높아졌다.

그러나 우상혁은 결승전 당일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 우상혁은 다만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주는 설렘, 선수로서 느끼는 감정들을 이야기 하면서 이번 대회가 실패만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어느 정도 심적인 안정을 찾았다.

우상혁은 "올림픽은 4년에 한 번이다. 이 경기장에서 뛰는 게 내게는 너무 뜻 깊다. (관계자들이) 밖으로 나가라고만 하지 않으면 메달을 따고 못 따고를 떠나 여기서 자고 가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우상혁은 다만 현장 취재진으로부터 전웅태가 최종 6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뒤 그 자리에서 주저 앉을 정도로 안타까워했다.

우상혁이 11일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 올림픽 남자 육상 높이뛰기 결승에 출전, 전체 12명의 출전 선수 중 최종 7위를 기록했다. 우상혁이 도약 전 관중에 박수를 유도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우상혁은 절친한 형까지 포디움에 서지 못한 사실에 더 마음이 무거워진 듯 보였다. 전웅태는 이날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마련된 근대5종 경기장에서 열린 이번 대회 근대5종 남자부 결승에서 최종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우상혁은 "웅태 형과 함께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싶었다. 내가 못 하더라도 웅태 형은 꼭 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아쉽다"며 "웅태 형이랑 둘이서 서로를 격려하고 앞으로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우상혁과 전웅태는 종목은 다르지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준비 과정에서 가까워졌다. 전웅태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올림픽 역사상 첫 근대5종 메달리스트가 됐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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