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잘알X파일]6개월마다 '가격 인상'…버거플레이션 주도자 '맥도날드'

임온유 2024. 8. 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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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가장 자주 올린 곳은 맥도날드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단품 KFC, 세트 맥날
불가피한 인상이라면서 영업이익은 급증

편집자주 - [맛잘알 X파일]은 먹거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파헤칩니다.

김밥과 햄버거. 외식 물가가 고공행진하는 '런치플레이션' 속 가격 상승률이 유독 두드러지는 메뉴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김밥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33.12, 햄버거는 131.02였지요. 외식 메뉴 가운데 130이 넘는 것은 이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기준년도 2020년 대비 평균 가격이 130% 이상이라는 뜻이지요.

사실 김밥 가격이야 왜 이렇게 오르는지 이해는 갑니다. '검은 반도체'라 불릴 만큼 김 수출이 활황인 데다, 이상기후로 김 수급이 어려우니 가격이 뛴다고 알려져 있죠. 그런데 햄버거값이 빠르게 뛰는 이유는 뭘까요?

'햄버거값 도미노 인상'…가장 자주 올린 곳은 '맥도날드'

근본적 요인은 차근차근 따져보기로 하고, 일단 가격 상승을 이끄는 건 역시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입니다. 요즘 가격을 올리지 않은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없죠. 올해만 해도 2월 노브랜드 버거를 시작으로 5월 맥도날드, 6월 KFC가 가격을 올렸고 최근에는 롯데리아도 이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그 결과 더 이상 햄버거는 '가벼운 한끼'가 아닙니다. 각사별 대표메뉴 가격을 한번 볼까요. 맥도날드 빅맥 세트는 7200원, 롯데리아 불고기버거 세트는 7100원, 버거킹 와퍼 세트는 9100원, 맘스터치 싸이버거 세트는 6900원, KFC 징거버거 세트는 7900원이네요.

사실 인상폭은 몇백원 수준입니다. 적으면 100원, 많으면 400원 정도요. 하지만 더 이상 햄버거값이 가볍다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짧은 인상 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과거 통상적인 가격 인상 주기가 1년이었다면, 요즘에는 확실히 짧아지는 추세입니다.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가격 인상 주기를 분석해봤습니다. 가장 짧고 잦은 곳은 맥도날드였습니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를 보면 맥도날드는 2022년 2월→2022년 8월→2023년 2월→2023년 11월→2024년 5월 총 5번 가격 인상을 단행했네요. 대부분 6개월 주기였고요.

다음으로 KFC가 2022년 1월→2022년 7월→2023년 2월→2024년 6월 4번의 가격 인상을 했습니다. 맘스터치도 2022년 2월→2022년 8월→2023년 3월→2023년 10월 4번 가격을 올렸는데, 마지막 인상 이후 현재까지 10개월 동안 변동이 없는 상태입니다. 맘스터치는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하네요.

10년간 인상률 가장 높은 햄버거는…단품 KFC 징거버거, 세트 맥도날드 빅맥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햄버거값은 얼마나 올랐을까요. 10년 전 세상에 없었던 노브랜드버거를 제외하고 5개 업체 대표 메뉴 가격을 단품과 세트로 나누어 비교해봤습니다.

단품 기준 가장 인상률이 높은 곳은 KFC네요. 징거버거 가격은 2014년 4000원에서 2024년 5900원으로 47.5%(1900원) 올랐습니다. 다음으로 롯데리아 불고기버거가 3300원에서 4800원으로 45.5%(1500원) 인상됐네요. 이외에 맘스터치 싸이버거가 43.8%(1400원), 버거킹 와퍼가 42%(2100원), 맥도날드 빅맥(1400원)이 34.1% 올랐습니다.

세트 기준 인상률이 가장 높은 곳은 맥도날드였습니다. 빅맥 세트는 2014년 5300원에서 2024년 7200원으로 35.8%(1900원) 올랐네요. 롯데리아 불고기버거 세트가 5300원에서 7100원으로 34%(1800원) 인상됐고, 다음으로 버거킹 와퍼 세트가 28%(2000원), 맘스터치 싸이버거 세트가 27.8%(1500원), KFC 징거버거 세트가 21.5%(1400원) 올랐습니다.

"그러니까 햄버거값이 특히 더 오른 이유는 뭐냐고요?"

각 프랜차이즈에 햄버거 가격이 오른 이유에 대해 물었습니다. 모두들 입 모아 말하더군요. 배달 수수료, 인건비, 물류비, 전기, 가스, 원자잿값 상승….

하지만 이것은 모든 외식 물가 상승 요인에 해당하지요. 그렇다면 특히나 햄버거 물가지수가 높은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 업체들은 머뭇거렸습니다. 김밥처럼 특별한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러면서도 '원래 싼 가격' 때문에 착시가 일어났다고 말하더군요. 햄버거값이 다른 외식 가격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똑같은 값을 올려도 비율적으로 더 크게 오른 것처럼 보인다고요.

납득이 가면서도 왠지 찜찜함이 남는 설명인데요. 아마도 가격 인상과 함께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개선된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의 실적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해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영업이익 208억원을 기록했네요. 1년 전 17억원의 12배 수준이죠. 버거킹을 운영하는 비케이알의 영업이익은 239억원으로 전년(79억원) 대비 205% 증가했고요.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맘스터치앤컴퍼니 영업이익도 603억원으로 전년(524억원) 대비 15% 늘었습니다. 맥도날드는 역대 최고 매출 기록에도 20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적자폭은 이전보다 훨씬 줄었네요. 과도하다고 지적되는 미국 본사에 지급한 로열티 등 600억원가량이 없었다면 400억대 흑자였겠고요.

가격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하면서도 영업이익을 늘려가는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을 보고 있자니, 고물가 속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로선 어쩐지 씁쓸한 마음입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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