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선수' 전지희-이은혜, 올림픽 메달 꿈 이뤘다

양형석 2024. 8. 1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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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10일 독일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단식 승리로 한국 동메달 견인

[양형석 기자]

한국 여자 탁구가 16년 만에 귀중한 단체전 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지희와 이은혜, 신유빈으로 구성된 탁구 여자 대표팀은 10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을 매치 스코어 3-0으로 꺾고 동메달을 따냈다. 이로써 한국 여자탁구 대표팀은 2008 베이징 올림픽의 김경아와 당예서, 박미영의 동메달 이후 16년 만에 올림픽 단체전에서 메달을 수확하는 값진 성과를 만들어냈다.

혼합 복식 동메달에 이어 단체전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건 '삐약이' 신유빈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현정화와 김택수(이상 단·복식 동메달) 이후 32년 만에 단일 올림픽에서 '멀티 메달'을 따낸 탁구 선수가 됐다. 또한 중국에서 태어나 2011년 나란히 한국으로 귀화한 전지희와 이은혜는 태극마크를 달고 함께 출전한 올림픽에서 생애 첫 메달을 목에 거는 감격적인 순간을 맞았다.

3번째 올림픽 도전 만에 메달 획득

1992년 중국 허베이성에서 태어난 전지희는 7살 때부터 탁구를 시작해 2007년 세계 청소년 탁구 대회에서 단식2위를 기록할 정도로 촉망 받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중국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좀처럼 성인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한 전지희는 2008년 서울시청 탁구단을 이끌던 김형석 감독의 제안을 받고 한국으로 건너와 2011년 귀화하면서 정식으로 한국 사람이 됐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혼합복식 동메달을 딴 전지희는 2016 리우 올림픽을 통해 생애 첫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메달은 따지 못했다. 하지만 전지희는 이어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단식에서 동메달을 따면서 한국 국가대표 선수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국 여자탁구의 에이스가 된 전지희는 2019년 만16세의 신유빈과 '영혼의 복식조'를 결성했다.

전지희는 도쿄 올림픽에서도 단식 8강에 진출했지만 일본의 이토 미마에게 패하며 탈락했고 단체전에서도 '복병' 독일에게 패했다. 하지만 전지희는 신유빈과 짝을 이룬 국제 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렸고 작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6년 만에 결승에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어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복식 금메달과 단체전,혼합복식 동메달을 목에 걸며 3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전지희는 파리 올림픽 단식 64강에서 포르투갈의 푸위에게 패하며 탈락했지만 단체전에서 단식의 아쉬움을 달랬다. 신유빈과 함께 출전한 첫 번째 매치 복식과 3번째 매치 단식 주자로 나선 전지희는 16강과 8강에서 나란히 2승씩 챙겼다. 전지희는 준결승에서 중국에게 0-3으로 패했지만 독일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복식 3-2 승리에 이어 3번째 매치 단식에서도 3-0 승리를 따내는 맹활약을 펼쳤다.

물론 룩셈부르크의 니 시아리안처럼 환갑의 나이에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도 있지만 만31세의 전지희 역시 탁구선수로서 결코 젊은 나이는 아니다. 하지만 전지희는 10대의 나이에 한국에 귀화해 3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뤘다. 전지희의 커리어를 지켜 본 탁구팬이라면 신유빈의 멀티 메달만큼이나 2전3기 끝에 따낸 전지희의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이 귀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독일 신예 제압한 대기만성형 선수

사실 국가대표 선수로는 커리어가 썩 화려하지 않지만 이은혜 역시 전지희와 같은 2011년에 한국 귀화를 선택한 선수다. 1995년 중국 허베이성에서 태어나 중국의 내몽골 자치구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이은혜는 현역 시절 현정화와 함께 '환상의 복식조'로 이름을 날렸던 양영자의 눈에 띄면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탁구를 배웠다(당시 양영자는 몽골로 선교 활동을 떠났다가 이은혜를 발견했다).

2011년 한국으로 귀화해 단원고에서 선수 생활을 한 이은혜는 실업팀 대한항공에 입단해 10년 넘게 활약했지만 대표팀에 선발되기 시작한 것은 2022년부터였다. 작년 평창 아시아 선수권대회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이은혜는 올해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랭킹 8위와 12위로 올림픽 본선에 직행한 신유빈, 전지희와 달리 치열한 선발전을 통해 조금 어렵게 파리행 티켓을 따냈다.

이은혜는 진천 선수촌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양하은, 이시온, 김나영과 경쟁해 8전 전승을 기록하며 한국 여자탁구 대표팀의 마지막 멤버로 선발됐다. 다만 대표팀 중 랭킹이 가장 낮았던 이은혜는 단식과 혼합복식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하고 단체전 경기만 출전하게 됐다. 실제로 이은혜는 에이스 신유빈이 혼합복식과 단식에 연속으로 출전할 때 동료들을 응원하며 기회가 오기만 기다렸다.

단체전에서 한국의 2단식 멤버로 활약한 이은혜는 단체전 멤버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실제로 이은혜는 16강부터 동메달 결정전까지 4경기를 치르면서 3승1패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이은혜의 유일한 1패는 중국과의 준결승에서 세계 1위 쑨잉샤에게 당한 패배였다. 특히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준결승에서 독일의 유일한 매치승리를 안겼던 2006년생 신예 아네트 카우프만을 3-0으로 가볍게 꺾었다.

3살 언니인 전지희가 리우 올림픽부터 3번째 올림픽에 출전했고 만20세의 신유빈 역시 도쿄 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이었다. 하지만 뒤늦게 빛을 본 대기만성형 선수 이은혜는 이번 파리 올림픽이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이었다. 국내 선발전이라는 힘든 과정을 거쳤고 단체전에서도 귀중한 3번의 승리를 따내면서 한국의 동메달에 크게 기여한 이은혜는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될 자격이 충분한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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