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린 우상혁, '노메달' 아쉬움 아닌 미안함 때문..."감독님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다" [파리 인터뷰]
(엑스포츠뉴스 프랑스 파리, 김지수 기자) '스마일 점퍼' 우상혁이 눈물을 흘렸다. 목표로 했던 파리 올림픽 포디움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아닌 자신을 위해 헌신했던 지도자를 향한 미안함이 더 컸다.
우상혁은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 올림픽 남자 육상 높이뛰기 결선에 출전, 전체 12명의 출전 선수 중 최종 7위를 기록했다.
우상혁은 결선 종료 후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 인터뷰에서 "오늘 같은(올림픽 결선을 뛰는) 날에는 안 좋아도 최대한 좋게 만들어야 하고 좋아도 계속 침착하게 가야 한다"며 "아쉽게도 내가 이 부분을 하지 못했고 좋은 점프를 하지 못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선수들도 나와 똑같은 마음일 거다. 침착하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게 우선인데 내가 아직도 조금은 부족했던 것 같다"며 결과를 깨끗하게 승복했다.
우상혁은 이날 결선에서 첫 번째 순서로 점프에 나섰다. 2m17과 2m22을 모두 1차 시기에 가볍게 뛰어넘으면서 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우상혁은 2m27 1차 시기에서는 바를 살짝 건드리면서 주춤하기도 했다. 다만 2차 시기에서는 깔끔하게 점프를 성공시킨 뒤 환한 미소와 함께 가슴을 툭툭 치는 특유의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하지만 우상혁은 2m31의 벽에 막혔다. 1차, 2차, 3차 시기까지 모두 바를 건드리면서 실패했다. 2022년 유진 세계선수권에서 2m35를 넘고 은메달, 카타르 도하 다이아몬드리그 1차 대회에서 2m33를 넘고 우승을 차지한 점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결과였다. 자신의 최고 기록 2m36에도 미치지 못하는 높이에서 올림픽 메달 획득이 좌절됐다.
반면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이 종목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 카타르의 무타즈 에사 바르심은 2m31을 1차 시기에서 성공시켰다. 미국의 셸비 매큐언도 바르심과 똑같이 단 한 번의 시도로 2m31을 넘고 포효했다.
이어 일본의 아카마쓰 료이치, 이탈리아의 스테파노 소틸레도 2m31을 통과했다. 우상혁은 자연스레 메달권에서 멀어졌고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우상혁은 앞서 지난 7일 열린 예선을 가뿐하게 통과했다. 2m27을 넘고 전체 출전 선수 28명 중 공동 3위에 올랐다. 12위까지 주어지는 결선 티켓을 쉽게 획득했다.
우상혁은 이번 파리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결선 진출로 한국 육상 역사상 최초로 하계 올림픽 육상 앤드 필드 종목 2회 연속 결선 무대를 밟은 주인공이 됐다.
우상혁은 파리 올림픽 개막 전부터 남자 높이뛰기 종목에서 유력한 메달리스트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목표로 했던 파리 포디움에 오르지 못한 채 4년 뒤 2028 LA 올림픽에서 재도전에 나서게 됐다.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금메달은 뉴질랜드의 해미시 커에게 돌아갔다. 셸비 매큐언이 은메달, 바르심은 동메달의 주인이 됐다.
우상혁은 2m31을 넘지 못해 메달권 진입 불발이 확정된 이후에도 트랙에 남아 다른 선수들을 응원했다.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에게는 진심으로 축하를 건네고 박수를 쳐줬다.
우상혁은 "(포디움이) 내가 있고 싶었던 자리지만 그래도 승부는 냉정하다. 높이뛰기는 어차피 정정당당히 기록으로 승부하는 경기다. 내가 떨어졌다고 해서 낙담하지 않고 계속해서 (결선에 오른 다른) 선수들을 응원했다"고 설명했다.
우상혁은 리우 대회를 마친 뒤 5년 후 나선 도쿄 대회에서 '월드 클래스'로 도약했다. 도쿄 올림픽 예선에서 2m29를 넘고 당당히 결승 진출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우상혁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8위를 기록한 남자 높이뛰기 이진택에 이후 25년 만에 하계 올림픽 결승 무대를 밟은 한국 트랙 필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우상혁은 도쿄 올림픽 결승 진출에 만족하지 않았다. 2m35를 넘고 당시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쉽게 메달 획득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한국 육상 트랙 앤드 필드 선수로는 하계 올림픽 역대 최고인 4위를 기록했다.
우상혁은 도쿄 올림픽에서의 선전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꾸준히 입증했다. 2022년 세계실내선수권에서 2m34를 넘고 우승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열린 미국 유진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실외)에서도 2m35를 넘으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육상의 세계선수권 첫 메달리스트 쾌거를 일궈냈다.
우상혁은 기세를 몰아 지난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서 2m35를 또 한 번 넘고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도 목에 걸면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우상혁은 파리 올림픽에서 커리어 유일의 공백으로 남아 있는 올림픽 메달을 손에 넣으려 했다. 결선에서 예상보다 제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하면서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우상혁은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지 못한 실망감보다는 함께 동고동락한 김도균 감독을 향한 미안함에 눈물을 흘렸다. 자신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을 쏟아줬던 지도자에게 성적으로 보답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쉽게 떨쳐내기 힘들어 보였다.
우상혁은 "감독님만 생각하면 너무 눈물이 난다. 지난 3년 동안 나도 힘들었지만 감독님이 더 힘드셨다. 오늘 같은 날 기쁘게 못 해 드린 게 너무 아쉽다. 4년 후 LA에서는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 날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또 "감독님께서는 계속 격려만 해주셨다. 내가 가장 속상하고 안타까워할 것 같다는 걸 잘 아시기 때문인 것 같다"며 "인터뷰를 마치면 감독님을 한 번 안아드리고 싶다. 감독님만 생각하면 너무 눈물이 난다. 나는 경기를 뛰기만 하면 되지만 감독님은 나보다 이것저것 신경 쓰실 게 많기 때문에 더 힘드시다. 지금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감독님과 포옹이다"라고 강조했다.
우상혁은 커리어 세 번째 올림픽에서도 포디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아예 빈손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 앞으로 더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붓고 불태우겠다는 투지를 가득 채웠다.
우상혁은 "항상 모든 경기를 마치면 자극과 동기부여, 희망을 얻는다"며 "도쿄 대회 때는 파리에서 (잘 뛸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이번에는 다음 대회에서 내 불꽃을 태울 수 있는 자극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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