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소는 '부활동'이 키운다…신기한 동아리 천국[日요일日문화]
소·표고버섯 길러도…사람만 모으면 취향 존중
아침 연습·방학 합숙도 불사…재능발견 장 되기도
여러분은 학창 시절 동아리 활동하셨나요? 저도 했었는데, 떠올려보면 가장 재미있었던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그런 추억 때문인가 지금도 회사에서 운동 동아리에 들어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다만 우리나라에서 중·고등학생 신분으로 동아리 활동하기란 참 쉽지 않습니다. 저는 학교 축제에 공연을 올리는 동아리라 방학 연습이 필수였는데요. 매일 "그러면 공부는 언제 할래?"라는 부모님 잔소리에 눈치를 보며 몰래 연습에 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일본은 '부활동(부카츠)'으로 불리는 동아리 활동이 활발한 나라인데요.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 중 상당수가 운동을 동아리로 시작했다고도 하죠. 축구, 야구 등 운동부뿐만 아니라 별별 독특한 동아리도 있는데요. 오늘은 일본의 다양한 동아리를 소개합니다.
학생 70% 이상이 동아리원…동아리 활동은 당연한 것
마이나비 조사에 따르면 일본 고등학생의 동아리 가입 비율은 남성 75.3%, 여성 74.1%라고 합니다. 70% 이상이 동아리에 들어간다니 놀랍죠? 이 중에서도 축구, 야구 등 운동부와 합주, 미술 등 문화부로 보통 구분하는데 남성의 경우 운동부가 45.9%, 문화부는 24.7%라고 합니다. 여성의 경우 운동부가 38.8%, 문화부가 33.7%라고 하네요. 오죽하면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친구가 배구부를 그만두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키리시마가 부활동 그만둔대'라는 영화까지 탄생할까요.
운동부는 어떤 동아리가 인기가 많은지 볼까요? 스포츠 잡지 스포스루 매거진의 조사에 따르면 남학생에게 인기가 많은 운동부 동아리는 1위 축구(14만7000명), 2위 야구(13만1200명), 3위 농구(8만3600명), 4위 배드민턴(6만9000명), 5위 육상(5만9700명)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 '하이큐' 등으로 인기를 끈 배구 동아리는 6위(5만970명)에 등극했네요. 이 밖에도 탁구, 테니스, 검도 등도 순위권에 올랐습니다.
여학생에게 인기 많은 동아리는 1위가 배드민턴(5만6300명), 2위가 배구(5만5500명), 3위가 농구(5만2800명), 4위가 궁도(3만6200명), 5위가 육상(3만3400명)이네요. 궁도는 우리나라의 국궁과 비슷한 일본의 전통 활쏘기입니다.
스포츠부 이외는 어떨까요? 공립고등학교를 기준으로는 1위가 악기연주, 2위가 미술이나 공예, 3위가 다도, 4위가 서예, 5위가 밴드부라고 합니다. 다도 동아리가 생각보다 인기가 많죠?
일본은 동아리 활동에 꽤 진심인데요. 다도 동아리로 예시를 들면 다도를 동아리 부원 외의 사람들에게 알리고 체험해볼 수 있는 체험회를 열고요, 1학년들이 신입으로 들어오면 이 친구들을 상대로 다도의 규칙인 절하는 법, 서는 법, 앉는 법, 차를 내올 때 걷는 법 등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다른 학교 다도 동아리와 합동으로 다도회를 가지기도 합니다. 여름 방학 때는 일본의 전통 복식인 유카타를 스스로 입는 법을 가르치고 복장까지 갖춰 입은 정식 다도회를 가진다고 하네요. 그리고 축제 때는 말차를 직접 마셔볼 수 있는 행사에도 참여합니다. 다도 하나만 해도 1년이 훅 가겠죠?
보통 운동이나 악기를 다뤄 단체연습이 필요한 동아리는 아침 수업 전인 오전 7시 정도에 모여 정규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방과 후에 2~3시간 정도 연습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회를 앞두거나 한 곳은 주말을 불사하고 시간을 할애하기도 하죠. 방학에 전지 훈련 가서 합숙하고 다 같이 저녁으로 카레 끓여 먹는 것은 운동부 '국룰'이라고도 하네요. 아마 우리나라였으면 "학원 안 가고 노는 것이냐"하고 한 소리 들었을 텐데. 이 부분은 조금 부럽기도 합니다.
취향 존중·취미 존중…소·버섯 키우는 이색동아리도 많아
또 부원만 모집하면 얼마든지 동아리로 키울 수 있습니다. 이색 동아리가 정말 많은데요. 일단 일본에서도 유명한 이색동아리 중 하나는 소 동아리입니다. 정말 '우부(牛部)'라는 이름으로 소 키우는 동아리입니다. 저도 이 동아리는 못 들어봐서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이 동아리가 있는 학교들이 꽤 되더라고요. 보통 학교가 농업지역에 위치하거나, 우리나라 농업고등학교처럼 관련 학과가 있는 학교에 있습니다. 농장이랑 결연을 하고 방과 후나 주말에 소 젖을 짜고 먹이를 주는 등의 활동이 주를 이룬다고 합니다. 또 소 공진회(품평회)에도 매년 참가해 전국 각지의 소, 소와 관련된 체험 등도 이뤄진다고 하네요.
표고버섯 동아리도 있습니다. 심지어 이것은 학교 게시판에서 찾은 것인데요. 신입생이 '야마다고등학교에서 추천하는 동아리가 있나요?'라는 질문에 '저는 표고버섯 동아리에서 활동했습니다'라는 답변이 실제로 달렸더라고요. 찾아보니 표고버섯을 다 같이 재배하고, 재배하는 기간 어떻게 해야 잘 자라는지 등을 연구하고, 다 자란 표고버섯은 나눠 먹는데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를 또 연구하고 서로 레시피도 공유하는 동아리입니다. 저도 표고버섯 동아리를 만들고 싶네요.
이 밖에도 철도 마니아들이 모이는 '교통기관 연구부', 인명 구조를 배우는 '라이프 세이빙부', '남미음악연구부', 종류별 향나무의 향을 즐기고 감별하는 '향도부' 등 다양한 이색 동아리들이 있다고 합니다.
재능발견 기회의 장 되기도
일본의 동아리 활동은 매번 올림픽 때마다 재조명됩니다. 운동 동아리가 전신이기 때문입니다. 1886년 도쿄대의 전신 제국대에서 학생들이 설립한 '제국대 운동회'가 시초인데요, 일본에서는 원래 검도 등 심신을 단련하는 무술이나 무도가 인기 있는 운동 종목이었는데, 개화와 함께 선교사들이 스포츠를 전파하면서 학생들이 다양한 운동을 경험하게 됩니다. 1912년 일본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한 '일본 마라톤의 아버지' 가나쿠리 시조도 대학생 때 동아리 활동으로 마라톤에 입문한 경우죠.
또 동아리에 일단 가입하면 1년 내내 방과 후나 휴일에 담당 교사의 지도 아래 활동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운동 동아리의 경우 보통 관심이 많거나, 본인이 해당 종목에 뛰어난 경우 담당하는 일이 많습니다. 한때 야구선수를 꿈꿨던 선생님이 야구부를 맡거나 하는 식이죠.
운이 좋으면 초·중·고등학교 생활을 하는 동안 한 스포츠에 10년 이상 몰두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1949년부터 현 내에 빙상장이 있던 군마현의 경우 올림픽에 출전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중 군마현의 초·중·고교에서 빙상부 소속으로 활동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기도 하죠.
이렇다 보니 한 동아리가 끊임없이 프로 선수를 배출하는 명문이 되기도 하는데요. 가령 '체조 명문'으로 불리는 오사카시 세이후 중·고등학교의 체조부는 지금까지 15명의 체조선수를 올림픽에 내보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선배 중에 올림픽 선수가 나오면 학교에 방문해 후배들과 만남의 장을 갖고, 이를 통해 후배들도 자극을 받아 좋은 성적을 내게 된다는 것이죠. 노하우를 전수받고 이어가다 보니 자연스레 명품 선수가 탄생한다는 것인데요.
물론 일본도 요즘은 점점 동아리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합니다. 저출산으로 부원을 모집하지 못해 없어질 동아리도 많다고 하는데요.
그래도 동아리에서는 학교 공부 외에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죠. 대회, 축제 등 부원들끼리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수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나 단합력은 말할 것도 없고요. 팀원을 이끄는 리더십, 갈등을 조정하는 법 등은 돈 주고 학원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들이죠. 나라를 떠나 공부 말고 다른 것에 몰두해보는 경험은 학창 시절에 정말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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