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가는 곳간, 커지는 부가세 인상론에…정부 손사래 치는 이유

김민중 2024. 8. 1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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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 가운데 세수 확보를 위해 부가가치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손사래를 친다. 조세 저항이 워낙 클 전망이라서다.

지난달 1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빈센트 코엔 경제검토국 국가분석실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 한국경제보고서’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장기적으로 새로운 세수를 찾을 필요가 있다”며 “대안 중 하나가 부가가치세 인상”이라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국세 수입(168조6000억원)이 전년 동기보다 5.6%(9조9800억원) 감소하며 2년 연속 ‘세수 구멍’이 확실시 되는 등 재정 기반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코엔 실장이 부가가치세를 지목한 건 다른 주요 세목(소득세·법인세)과 다르게 간접세라서다.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자연스럽게 부과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빠르고 쉽게 걷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해 안정적으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의 부가가치 세율(10%)이 OECD 회원국 평균(2022년 19.3%)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에서도 부가가치세를 올릴 명분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달 6일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조세재정브리프’를 통해 “부가가치 세수를 통한 세원 확보 방안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선 2012년 조세연은 “2030년 부가가치세 수입이 154조9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현재 예상하는 2030년 전망치는 최대 126조7000억원으로 28조원 넘게 낮아졌다. 2050년에 대한 전망치 하향 조정 폭은 100조원가량에 달한다. 저출산·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 구조 변화와 경제 성장률 둔화가 과거 예상했던 것보다 가팔라져서다.

정근영 디자이너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중앙일보에 “세수 확보 측면만 생각하면 부가가치세 인상이 가장 효과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가가치세 증세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는 부가가치세를 올렸다가 강력한 조세 저항에 부딪히는 걸 두려워한다. 해외에선 부가가치세를 올리고 정권이 교체된 사례가 많다. 일본의 경우 1997년 소비세를 3%에서 5%로 인상했던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가 이듬해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해 물러난 게 대표적이다. 한국에선 박정희 정부가 1977년 부가가치세를 도입했다가 서민경제 파탄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부마(부산·마산) 항쟁’으로 이어졌다. 박 정부의 몰락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또한 부가가치세를 올릴 경우 부유층과 비교해 서민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상품·서비스 가격을 올려 내수 침체를 부채질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오히려 지난달 25일 상속세 최고 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는 등 잇단 감세 정책을 펼치고 있다. 가계나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고용·생산·소비가 살아나 세수를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4·10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3월28일 정부에 “서민의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해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절반(5%)으로 낮추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수를 확대하고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세금 줄이는 이야기만 하고 야당은 재정 지출을 늘리자는 이야기만 하는데,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다”라며 “마지막 카드로 고려할 만한 부가가치세 인상론이 다시 확대되는 건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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