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전이야"…마약 동아리로 드러난 '수사대비 텔레방'의 실체
마약 집단 투약 소굴로 전락한 대학생 연합 동아리의 임원들이 검찰 수사망이 조여오자 A 텔레그램 채널에 입장했다. 참여자가 9000여명인 A 채널은 마약 수사 대비 방법을 공유하는 곳이다. 동아리 임원들은 A 채널에서 배운 방법으로 증거 인멸을 시도했고 “‘팀전’이란 말이야. 우리 다 같이 다물어야 돼”라고 입을 맞추는 등 검찰 수사에 대응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 남수연)는 피의자 14명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가상자산 거래 내역을 추적해 SKY 명문대생을 포함한 수도권 대학생 14명(6명 기소, 8명 기소유예)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검찰은 인터넷 마약류 범죄 모니터링 시스템(E-drug)을 이용해 A 채널 운영자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 투약이 증가하면서 수사 회피하는 방법도 광범위하게 전파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A 채널처럼 텔레그램을 통해 검‧경 수사를 피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채널은 최소 20곳 이상으로 알려졌다. 수사 대비 범죄 종류도 마약, 음란물, 탈세 등 각양각색이었다. 과학·법률적 근거로 설명하거나 범죄 혐의로 수사기관 조사를 받은 이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식이었다. 한 채널에선 피의자 조사 대응 방법을 소개하면서 “경찰과 검찰은 조무래기일 뿐”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범죄 수사 대비 텔레그램 운영의 목적은 범죄 유입으로 추정된다. 일부 범죄 수사 대비 텔레그램은 마약·음란물 유통 텔레그램 채널과 연동된다. 한 경찰 관계자는 “마약 수사 대비 텔레그램 채널은 마약류 판매 확대를 위해 예비 투약자를 안심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마약 유통책이 하부책을 두고 수사 대비 채널을 운영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말했다.
수사 대비 채널은 사법 제재를 회피하고 또 다른 범죄를 야기하지만, 특정 키워드나 은어로 검색만 해도 채널 주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네이버와 다음보다 구글이 더욱 취약하다. 구글 측은 “자동시스템으로 문제 되는 검색결과를 차단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수사 대비 채널 주소는 검색할 수 있다.
지난해 2월 텔레그램 채널 순위를 매겨주는 유사 포털사이트도 등장했지만, 소관 부처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치하고 있다. 이에 해당 사이트에서는 수사 대비 채널 주소가 아직도 공유되고 있다. 한 마약 수사관은 “올해 초부턴 텔레그램 채널 입장 시 ‘비슷한 채널’이 나온다”며 “수사대비 채널 한 곳만 입장해도 다양한 범죄 채널로 접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사 대비 채널의 접근은 쉽지만, 검거는 상대적으로 어렵다. 수사 대비 채널의 주 활동 무대인 텔레그램 측에서 대상자 특정 등 수사 공조에 비협조적이기 때문이다. 부족한 수사 인력 부족과 유통판매책 검거에 우선시하는 경향도 하나의 요인이다. 또 채널을 없애고 다른 채널을 새롭게 만드는 방법으로 추적을 피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수사 대비 텔레그램 차단에 힘쓰고, 수사 기법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찰 마약 수사관 출신 윤흥희 남서울대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마약 유통·판매가 대부분 사이버상으로 이뤄진다. 마약류 수사와 사이버수사의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수사 대비 텔레그램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검색 포털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에서 위장수사가 가능해 큰 성과를 얻고 있다. 마약 등 다른 범죄도 위장수사를 할 수 있도록 검토해야 한다”며 “범죄에 텔레그램이 이용되는 등 수사 장기화 가능성이 큰 만큼, 수사인력 보강은 필수”라고 말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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