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 탈락, 그래도 웃는 불혹의 댄서 "이제는 자유네요!" [2024 파리]

차승윤 2024. 8. 11.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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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프랑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이제는 자유다 싶어요."

불혹의 비보이 김홍열(Hong10·40·도봉구청)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올림픽 무대를 마무리했다.

'홍텐' 김홍열은 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비보이(남자부) 조별리그 C조 3경기에 출전했으나 2개 라운드만 따내며 조 3위로 8강 진출에 실패하고 대회르 마감했다.

브레이킹은 1 대 1 댄스 배틀 형태 종목이다. 9명의 심판이 두 사람의 춤을 본 후 투표하고, 더 많은 표를 얻은 선수가 승리한다. 조별리그에서는 2개 라운드 점수가 1-1로 같으면 두 라운드에서 얻은 총투표수가 승패로 승자를 결정한다. 채점 기준은 기술성, 다양성, 독창성, 수행력, 음악성 등 5가지로 고려해 점수가 매겨진다.

김홍열은 조별리그에서 총 27표를 얻어 조 2위인 네덜란드의 레이라우 데미러(Lee·29표)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따낸 라운드 수는 2-4로 밀렸다. 1차전에서는 네덜란드의 신예 레이라우 데미러(Lee)에게 라운드 점수 0-2(2-7 3-6)로 졌다. 2차전에선 가에탕 알린(Lagaet·프랑스)를 1-1(7-2 4-5·총투표수 11-7)로 이겼으나 3차전에서 제프리 루이스(Jeffro·미국)와 대결을 벌여 라운드 점수 1-1(3-6 8-1·총투표수 11-7)에 그쳤다. 루이스와 두 라운드를 모두 잡아야 했으나 실패하면서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이 사라졌다.

조별리그가 끝난 김홍열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났다. 탈락의 눈물을 짓기보다 미소로 취재진을 맞았지만, "이제 막 끝났는데 역시 아쉽다"며 결국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김홍열은 "조금이라도 올라가고 싶었다. 8강까지는 가고 싶었는데 안 돼서 아쉽다"며 "그래도 1년 넘게 계속 노력해서 달려왔는데 끝났다. 이제 자유라는 생각이 든다"고 복잡한 표정으로 복잡한 마음을 전했다.

올림픽은 처음이지만, 무대에 선 세월만 23년인 베테랑이다. 그래도 긴장은 됐다. 김홍열은 "최근 긴장을 많이 안 해서 올림픽에서도 같을 줄 알았는데, 결국 긴장하더라"며 "콩코르드 광장 무대도 멋졌고, 무대 한 편에는 오벨리스크가, 다른 한 편에는 에펠탑이 보이는 배경도 멋있다. 그래서 더 긴장했다"고 추억했다.

김홍열은 댄스 외길만 23년을 걷느라 올림픽에 대해서도 아는 게 많지 않았다고 쑥쓰럽게 웃었다. 그는 "스포츠에 문외한이라 올림픽도 잘 몰랐다. 그런 곳을 내가 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더라"며 "다음 올림픽에서도 정식 종목이면 (나를 이을) 다음 세대 선수가 나올 텐데, (정식 종목) 그게 안 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브레이킹은 2028 LA 대회에서는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김홍열은 1984년생이다. 8년 뒤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에서 종목이 부활하더라도 출전이 쉽지 않다.

김홍열은 "조금 더 무리해서 준비했다. 브레이킹이 솔로 배틀뿐만 아니라 여러 명이 하는 것도 있다. 그랬다면 부담을 나눌 수 있는데, (올림픽은 솔로 배틀뿐이라) 혼자 짊어져야 해서 힘들더라"며 "그럴 때마다 '한 달 뒤면 자유다, 며칠 뒤면 자유다, 몇 시간 뒤면 자유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버텼다"고 떠올렸다.

김홍열은 불혹의 나이에도 "체력은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는다"고 웃었다. 그런 그가 은퇴를 생각하는 이유는 다른 이유, 에너지 때문이라고 했다. 김홍열은 "젊은 선수보다 에너지에서 밀리더라. 그들은 기량이 증가하는데, 나는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홍열은 조별리그 탈락에 대해 결국 첫 경기 패배부터 조각이 잘 맞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김홍열은 "첫 단추가 잘 안 맞았다. 약간 긴장해서 잘 안됐다. 첫 경기 두 번째 라운드는 내가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심사표 보니까 졌더라. 그 순간 딱 '오늘은 날이 아니구나'라는 느낌이 오더라"고 돌아봤다.

한국에 돌아가서 맛있는 걸 마음껏 먹고 싶다고 한 그는 "치킨이나 떡볶이"라며 소소한 행복을 떠올렸다. 바다로 여행도 떠나겠다며 미소지었다.

공동취재구역을 떠나기 전 그에게 마지막 말을 묻자 그는 "후배들이 내가 여기서 당한 걸 다 복수해줬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파리(프랑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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