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개국 진출…콘크리트 펌프카 제조사 [IPO 기업 대해부]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8. 1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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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전진건설로봇

콘크리트 펌프카 전문기업 전진건설로봇이 올해 5번째로 코스피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돌입한다.

전진건설로봇은 현재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콘크리트 펌프카(CPC) 제조업체다. 글로벌 시장 입지도 탄탄한 편이다.

다만 이번 기업공개(IPO)가 신주 발행 없이 구주매출 100% 구조라는 점에서 우려도 나온다. 시장에서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공모 구조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IPO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전진건설로봇이 생산하는 콘크리트 펌프카 ‘JM-ZR35’ 모델. (전진건설로봇 제공)
글로벌 입지 ‘탄탄’

국내 시장점유율 1위

1999년 설립된 전진건설로봇은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CPC 제조사다. CPC는 건설 현장에서 시멘트나 콘크리트를 펌프로 이동시켜 고층이나 원거리 작업을 가능케 하는 특수 차량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 관심을 끈다. 글로벌 CPC 시장은 전진건설로봇을 포함해 상위 6곳 업체가 주도한다.

전진건설로봇은 현재 북미와 유럽 등 글로벌 65개국에서 영업 활동을 하고 있다. 국가별 대리점을 통해 제품 판매와 사후관리(AS), 정비, 부품 공급 등 고객 맞춤형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KB증권에 따르면 전진건설로봇의 올해 1분기 매출 중 수출 비중은 약 72%다. 지역별로는 북미 매출이 가장 높으며, 매출액 대비 38%를 차지한다.

최근 실적 개선세도 돋보인다. 해외 인프라 건설에 힘입어 지난 3년간 높은 실적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전진건설로봇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2020년 912억원에서 지난해 1584억원으로 3년간 74%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2억원에서 329억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 연평균 성장률이 각각 20%, 43%에 달한다.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 복구에 콘크리트 펌프카를 공급하는 등 유럽과 중동 시장에 공을 들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바탕으로 이번 IPO를 통해 2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기대한다. 이번 IPO에서 회사가 제시한 공모가 희망범위는 1만3800~1만5700원.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2120억~2412억원 수준이다.

전진건설로봇과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으로 진성티이씨와 수산중공업을 선정했다. 재무 상태와 사업 유사성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회사의 올해 1분기 기준 과거 12개월 당기순이익에 비교기업 2곳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인 10배를 적용한 뒤 주식 수(1536만574주)로 나눴다. 여기에 할인율 18~28%를 적용해 공모가를 산정했다.

전진건설로봇 관계자는 “산업과 사업 유사성, 영업성 등을 검토해 진성티이씨와 수산중공업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며 “PER은 산업과 기업 특성에 따른 위험이나 성장률을 반영하고 수익성을 중시하는 대표적인 지표”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모 예정 금액은 425억~483억원이며, 미래에셋증권이 상장을 주관한다. 7월 30일부터 8월 5일까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8월 8~9일 공모주 청약을 거쳐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다.

공모 구조 한계 극복해야

차입금 갚고 신사업 박차

다만 전진건설로봇 공모 구조는 시장의 우려를 키운다. 투자자가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구주매출 100% 구조라는 점에서다. 전진건설로봇은 공모 예정 주식 307만7650주 전량을 별도 신주 발행 없이 100% 구주매출로 구성했다. 일반적으로 구주매출은 회사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지 않고 기존 주주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투자자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다.

이번 IPO에서 구주매출의 50%에 해당하는 153만8825주는 전진건설로봇 최대주주인 모트렉스가 지분 100%를 쥐고 있는 모트렉스전진1호주식회사의 보유 물량이다. 모트렉스전진1호주식회사는 모트렉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나머지 50%는 전진건설로봇의 자사주다. 즉, 공모 예정 금액의 50%인 최소 212억원에서 최대 242억원의 자금은 전진건설로봇이 아닌 모트렉스가 챙기는 구조다. 이번 공모 절차가 마무리되면 전진건설로봇에 대한 모트렉스 지분율은 89.5%에서 74.5%로 낮아진다.

전진건설로봇이 이 같은 공모 구조를 택한 이유는 모트렉스의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모트렉스의 올해 1분기 기준 차입금은 2299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수준이다. 이 중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1188억원에 달한다. 모트렉스 단기차입금 규모는 1년간 122% 증가했다. 반면 올해 1분기 현금성자산은 790억원에 불과해 현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모트렉스는 지난 2018년 전진건설로봇을 인수할 당시 약 962억원에 달하는 인수금융을 일으켰다. 당시 일으킨 인수금융을 상환할 자금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전진건설로봇 IPO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뚜렷한 재무 개선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진건설로봇 IPO를 통해 확보 가능한 자금은 최대 242억원으로, 회사가 갚아야 할 차입금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실적도 내리막을 걷는 중이다. 모트렉스의 지난해 매출은 5310억원, 영업이익은 532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7%, 10%씩 하락한 것. 실적 하락에 따른 현금흐름도 좋지 않은 편이다. 모트렉스는 올해 1분기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 마이너스(-)215억원을 기록했다.

그 외 악재도 있다. 전진건설로봇은 한 차례 증권신고서를 정정했다. 캐나다에서 콘크리트 펌프카 관련 사망 사고가 발생해 유족이 피해 보상을 청구하는 소송에 나선 사안이 직전 신고서에는 일부 누락됐기 때문이다. 전진건설로봇은 지난 7월 24일 금융감독원에 IPO를 위한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인수인의 의견’ 부분에 ‘제조물 책임법(PL)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기존 신고서에는 표기되지 않은 내용이다.

지난 2021년 3월 16일 캐나다에 수출된 전진건설로봇의 콘크리트 펌프카 사용 중 파손 사고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유족은 전진건설로봇과 현지 딜러, 펌프카 검사 업체 등을 대상으로 2022년 3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4월 1차 심문을 마쳤고, 8월 2차 심문을 앞두고 있다. 재판기일은 2025년 9월이다.

전진건설로봇은 이 소송에서 패소해도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진건설로봇 관계자는 “PL 소송의 경우 현재 제조물책임보험에 가입돼 있어 보험처리를 진행 중”이라며 “향후 재무 상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일부 리스크는 있지만 투자 매력도는 높다는 것이 증권가 진단이다. 글로벌 인프라 재건 사업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전진건설로봇의 수출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전진건설로봇의 북미 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미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한유건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외 투자 정책과 원자재 가격 변동 가능성 등 리스크 요인은 존재한다”면서도 “향후 8년간 1조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시장의 인프라 투자 수혜를 전진건설로봇이 누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튀르키예 지진 복구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등 글로벌 재건 사업이 가속화되면서 핵심 장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전진건설로봇에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1호 (2024.08.07~2024.08.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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