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메신저로 대박…월 사용자 3억명 [천억클럽]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8. 1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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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센드버드

월간 사용자 수가 3억명을 넘는 메시지 서비스가 있다. 서비스 이용자가 한 달에 보내는 메시지 건수만 60억건에 달한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치다. 사용량만 따지고 보면 ‘왓츠앱’ ‘라인’과 같은 글로벌 채팅 앱에 뒤처지지 않는다. 수억 명 넘는 이가 사용하는 메시지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는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이 아니다. 바로 스타트업 ‘센드버드’다.

스타트업이라고 얕보면 큰일 난다. 시리즈C까지 받은 누적 투자액이 2507억원을 훌쩍 넘는다. 투자사 면모도 화려하다. 실리콘밸리의 큰손이라 불리는 ‘와이콤비네이터’부터 타이거글로벌, 소프트뱅크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투자사가 참여했다. 최근에는 AI 분야로 발을 넓히며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센드버드는 기업들을 상대로 메시징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사진은 쇼피파이 앱 스토어와 협업해 만든 AI 챗봇. (센드버드 제공)
김동신 대표가 2013년 창업

‘메시지’ 기능으로 피벗해 대박

센드버드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채팅 기능을 구현하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한다. 가령 플랫폼 앱이 앱 내에서 채팅 기능을 구현할 때 센드버드 솔루션을 사용하거나, 푸시 메시지를 발송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센드버드 기술을 활용한다.

창업자는 김동신 대표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2013년 센드버드를 창업했다. 김 대표는 다소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대학생 시절 게임에 푹 빠져 있던 그는 삼성전자 프로 e스포츠 게임단 ‘삼성 칸’에서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다. 본인 스스로 게임 폐인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게임에 열중하다 졸업 후 진로도 ‘게임’을 택했다. 엔씨소프트에서 개발자로 일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한창 일하던 김 대표는 2007년 소셜 게임 개발사 ‘파프리카랩’을 창업하며 CEO의 길에 들어선다. 게임을 별도로 설치하지 않아도 SNS와 웹상에 접속만 하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주로 만들었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150만명을 기록한 ‘히어로시티’ 등이 성공하며 유명세를 탔다. 2012년 일본의 게입 업체 그리(GREE)에 회사를 매각, ‘엑시트’에 성공했다.

이듬해인 2013년 김 대표는 오랫동안 몸을 담가왔던 게임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었다. 워킹맘을 위한 육아 커뮤니티 ‘스마일패밀리’를 창업한 것.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위해 30개가 넘는 미국 벤처캐피털(VC)을 찾아갔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사업의 지속성에 대해 의문이 생기던 시점이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스마일패밀리의 ‘메시지 기능’이다. 2010년대 당시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모바일 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기업마다 자체 플랫폼을 만들기 시작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사 플랫폼을 사용하는 고객 관리를 위한 챗봇, 메시지 송출 서비스의 수요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2015년 회사의 주요 사업을 ‘기업용 메시징 솔루션’으로 전환했다. 사명도 지금의 ‘센드버드’로 바꿨다. 이후 상승세를 탔다. 2016년 실리콘밸리 대형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의 육성 프로그램에 합격했다. 투자금을 토대로 메시징 솔루션 서비스를 발전시켰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기업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2019년부터는 글로벌 마케팅과 영업 조직을 확대, 세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기술과 마케팅이 합쳐지면서 센드버드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2024년 기준 센드버드의 누적 사용자 수는 65억명에 달한다. 한 달 동안 센드버드 메시지를 사용하는 인원은 3억2000만명이다.

앱 사용자 수가 나날이 증가하는 덕분에 실적도 상승세를 탔다. 센드버드 북미 본사는 실적 공개를 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 법인 실적으로 가늠이 가능하다. 한국 법인 센드버드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241억원, 영업이익 17억원을 기록했다. 외형 성장을 넘어 내실까지 다지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다음 목표는 AI·SBM 시장

노코드 AI 챗봇으로 승부

김 대표가 이끄는 센드버드의 다음 목표는 AI와 비즈니스 메시징(SBM) 시장 안착이다. 올해 1월 ‘센드버드 AI 챗봇’을 선보이며 AI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용자가 센드버드 대시보드에서 챗봇을 디자인하고 생성한 한 줄의 코드를 자사 웹사이트 관리자 페이지에 붙여 넣으면 끝이다. 5분 정도면 연동이 가능하다. 모든 과정은 코딩 없이 단순 입력 등의 절차로 진행된다. 별도 코딩 절차가 필요 없어 고객사로부터 인기가 상당하다. 2024년 4월 기준 센드버드 AI 챗봇을 이용하는 기업은 전 세계 4200여곳에 달한다.

‘SBM’은 올해 4월 처음 선보인 서비스다. 대다수 기업은 고객에게 광고 문구를 보내기 위해 인앱 알림(앱 내부에서 발송하는 알림 문자), SMS, 카카오톡 등을 활용한다. 다만, 문자를 보내는 채널이 여러 개다 보니 관리가 쉽지 않다. SBM은 기업이 고객에 메시지를 보내는 모든 채널을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업은 알림 채널별 메시지 발송·도달·노출·읽음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추후 두 기능을 합친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김 대표는 “SBM과 AI 챗봇 솔루션을 결합한 ‘AI 기반 비즈니스 메시징’을 올해 하반기에 선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글로벌’ 성장세 증명하니…돈이 모였다
센드버드는 초창기 어려움을 딛고, 25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모았다. 기업가치는 1조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B2B 스타트업 중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다. 글로벌 투자사까지 매료시킨 센드버드의 강점은 무엇일까. 김동신 대표에게 직접 물어봤다.
Q. 투자자가 센드버드를 주목한 이유를 무엇이라 보는가.

A. 첫째, 빠른 속도다. 많은 스타트업이 밀집한 실리콘밸리에서 성장 속도가 빠른 편에 속한 회사였다. 성장 속도에 비해 내실이 탄탄하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빠르게 성장하는 데 비해 비용이 적게 나갔다. B2B가 중심인 API 사업의 특징, 주요 고객이 구매 의사 결정이 단순한 개발자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마케팅 비용을 비교적 적게 들이고도 성장세를 유지했다. 정통적인 기업용 소프트웨어 제조사보다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성장해왔다는 점을 주목하는 투자자가 많았다.

둘째는 확장성이다. 미국과 한국 사업장을 중심으로 운영했지만, 북미 혹은 아시아만 집중하지 않았다. 중동, 유럽, 아시아, 북·남미를 아울러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 고르게 성장했다.

이 두 가지 강점 덕분에 많은 투자자가 센드버드가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이 될 씨앗을 봤다고 생각한다.

Q. 양한 메시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주력하는 분야는 무엇인가.

A. 올해 1월 새롭게 선보인 AI 챗봇이다. 개발자가 없는 작은 기업이나 소상공인들도 쓸 수 있도록 코딩이 필요 없는 노코드 방식으로 만들었다. GPT-4o를 도입해, 생성형 AI가 전문 상담사처럼 대화하고 고객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다. 올 6월에는 쇼피파이(Shopify) 앱 스토어 방문자를 구매자로 전환할 수 있는 이커머스 맞춤형 AI 챗봇 서비스도 공개했다. 이커머스 셀러(판매자) 고객 소통 업무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4월 선보인 비즈니스 메시징 솔루션(SBM)에도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비스 기업들은 자사 마케팅을 홍보하기 위해 앱 내 알림, 카카오톡 등의 SNS 메시지, 이메일, 문자메시지 발송을 병행한다. SBM은 최종 이용자가 앱 내 알림을 확인할 경우 이를 인지하고 SNS 메시지,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문자메시지에 지불하는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과 동시에 이용자가 앱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 매출 증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 문자메시지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문제도 예방할 수 있다. 실제로 필리핀 테크 스타트업 마야는 매달 20억원에 달했던 문자메시지 비용을 94% 절감했다. 당초 1년에 7억건 규모로 센드버드 솔루션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미 월 6억건을 돌파했다.

Q. 향후 목표를 알려달라.

A. 글로벌 비즈니스 메시징 시장의 강자가 되는 것이다. 시장 규모가 연간 약 70조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시장이다. B2C 분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적극 공략해 신규 고객을 늘리고 매출을 계속해서 확대해, 글로벌 비즈니스 메시징 시장의 혁신의 주인공이 되겠다. 구체적으로는 3년 이내에 월 10억명이 센드버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현재 회사 매출의 대부분은 센드버드 챗 서비스에서 나오는데, 2년 후 SBM과 AI 챗봇 등 신사업의 매출 기여도가 절반을 뛰어넘도록 매진하겠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1호 (2024.08.07~2024.08.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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