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안심? '젊은 뇌졸중' 위험 늘었다…이런 스포츠가 문제
더 이상 노인병 아닌 뇌졸중
우리나라 전체 뇌졸중 환자의 약 15%는 55세 미만이다. 45세 미만, 넓게는 55세 미만에서 발생하는 뇌졸중을 ‘젊은 뇌졸중’이라고 한다. 고령층에서 뇌졸중은 나이와 함께 고혈압, 당뇨, 심장병 등 원인이 비교적 명확하다. 뇌졸중은 55세를 넘으면 10년마다 발병 위험이 두배씩 높아진다. 반면 연령과 연관성이 적은 젊은 뇌졸중에는 숨어있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은평성모병원 신경과 김용재 교수(대한뇌졸중학회장)는 “젊은 뇌졸중에서는 명확한 원인을 찾아내야 또 다른 사고를 막는다. 뇌졸중은 원인에 따라 예방과 재발 방지 치료가 완전히 달라지는 병”이라고 말했다.
스포츠·레저 인구 증가는 젊은 뇌졸중과 관련 있는 생활 양식 변화다. 목·머리가 급격하게 움직여지는 활동을 주의해야 한다. 목을 과도하게 비틀거나 당기는 동작도 마찬가지다. 목을 지나는 경동맥 벽이 충격으로 찢어지면(박리) 혈전이 떨어져 올라가 뇌혈관이 막힌다. 경동맥은 심장에서 뇌로 향하는 혈액의 80%가 지나가는 통로다.
경동맥 박리는 45세 미만 뇌졸중의 10~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용재 교수는 “젊은 뇌졸중의 원인으로 스포츠 손상과 연관된 혈관 박리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처음엔 목 통증만 있다가 이후 팔다리 마비가 온다. 다행히 초기 관리만 잘하면 재발 방지를 위한 평생 치료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 혈관 건강 나빠도 관리 소홀
젊은 뇌졸중의 또 다른 특징은 감춰져 있던 병의 그림자란 점이다. 지난 3월 미국심장협회지 ‘순환기(Circulation)’에는 ‘45세 미만 성인에게서 편두통, 혈액 응고 장애, 신부전, 자가면역질환 같은 비전통적 뇌졸중 위험 요소는 고혈압과 같은 전통적인 위험 요소만큼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두통이 나타나기 전 시야 일부분이 흐릿해지고 주변이 반짝거리는 조짐 증상이 오는 편두통 유형이 있다. 조짐이 발생할 때 혈관이 수축하거나 확장하면서 혈류 변동이 생긴다. 루푸스와 같은 자가면역질환은 심각한 전신 염증을 유발해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젊은 뇌졸중에서는 혈액이 과응고하는 원인을 찾고, 선천성 심장병 등 질병과 연관성이 있는지 식별하는 게 숙제다.
김 교수는 “뇌졸중으로 왔는데 혈액 응고 이상을 일으키는 난소암, 자궁내막암 같은 부인암이 원인이었던 젊은 환자들이 있었다”며 “드물지만 파브리병·모야모야병 같은 유전 질환과 관련 있는지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일, 55세 이하 한국인 뇌졸중 환자의 유전체 정보를 연구자에게 처음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한국인에서 조기 뇌졸중의 위험 요인을 찾아내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생활 습관 변화와 함께 달라질 미래 젊은 뇌졸중 발병 지도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혈관 건강이 나쁜 20, 30대가 흔해졌다. 30대 남성 2명 중 1명은 비만이다. 지난해 고혈압 치료를 받은 30대는 22만여명이었다. 20대 고혈압·당뇨병 진료 환자는 10년 새 각각 1.8배, 2.2배 증가했다. 전 연령 평균(고혈압 1.4배, 당뇨병 1.6배)보다 높다. 김 교수는 “이른 나이 비만·고혈압 같은 위험요인을 가진 사람이 많아져 미래 뇌졸중 환자 증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는 혈관 건강이 나빠도 관리에 소홀한 경향이 있다. 특히 30대는 고혈압·당뇨·고콜레스테롤혈증 같은 질환이 있어도 이를 인지하고 치료하는 사람이 적다. 예컨대 30대 고혈압 환자 4명 중 3명은 본인에게 고혈압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고혈압을 꾸준히 치료받는 사람은 5명 중 1명에 불과하다.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율은 남녀 모두 10%대에 머물고 있다. 현재 큰 불편함이 없어서 문제를 가볍게 여긴다.
35세에 고혈압을 방치하면 45세에 뇌졸중 합병증으로 쓰러질 수 있다. 고혈압을 5년 정도 앓으면 혈관이 변하고, 10년 지나면 뇌졸중·심근경색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사회활동이 왕성한 나이임에도 수십 년 동안 합병증과 싸우며 살아가야 한다.
평소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숫자 숙지를
이른 나이에 발생한 돌연사는 종종 고혈압 같은 관련 질환이 있었음에도 인지하지 못했거나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경우다. 병이 잠복해 있는 상태에서 과격한 운동, 정신적 스트레스,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가 치명적인 방아쇠가 된다. 전조 증상이 나타나도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병원에 가기를 주저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친다. 김 교수는 “뇌졸중을 너무 두려워하거나 반대로 증상 없으니 다 나았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극단적인 태도를 갖거나 너무 고민하기보다는 뇌졸중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답을 얻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건강 행동 실천으로는 자신의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숫자를 아는 게 먼저다. 건강검진 결과를 챙겨야 한다. 전자 담배를 포함한 흡연은 혈액 응고 인자를 부른다. 니코틴이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액 점도를 높여 혈전 형성을 촉진한다.
외국에서는 불법 약물 남용을 젊은 뇌졸중의 위험인자로 지목한다. 코카인, 암페타민 같은 각성제 과사용은 중추 신경계를 자극한다. 혈압·심박수를 높이고 혈관 경련, 뇌출혈을 일으킨다. 김 교수는 “우리는 아직 불법 약물 사용으로 인한 뇌졸중 문제가 전면으로 올라오진 않았지만 미래 환자를 막아내는 면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때”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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