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늑장에 코인 0원 됐다”...법원, 거래소 배상 책임 첫 인정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4. 8. 1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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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마련 필요하다”며 오입금 반환 지연
그사이 투자 코인 1억5000여만원→560원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손해를 본 투자자에게 법원이 ‘코인 거래소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 관심을 모은다. 투자자가 여러 차례 출금 요청을 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거래소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다.

2022년 발생한 테라-루나 폭락 사태에 따른 투자자 손해에 대해 “거래소 업비트가 책임져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와 관심을 모은다. (한주형 기자)
서울중앙지법 민사70단독 박재민 판사는 개인 투자자 A씨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두나무는 A씨에게 1억4700여만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이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거래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다.

앞서 A씨는 2022년 3월 베트남에 거주하면서 업비트 전자지갑에 보유하던 루나 코인 1310개를 해외 거래소인 바이낸스 본인 명의 전자지갑으로 보냈다. A씨는 코인 송금을 위한 1·2차 주소 입력 과정에서 2차 주소를 누락하는 실수를 범했고 바이낸스는 다음 날 A씨 코인을 반환했다. 이 과정에서 코인이 A씨가 아닌 업비트 전자지갑으로 입급됐다.

A씨는 업비트에 오입금을 복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업비트는 “내부 자금 세탁 방지 규칙 준수를 위한 절차를 마련한 뒤 복구해주겠다”고 답했다. 이후 A씨가 최소 10차례 복구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업비트는 “절차 마련 후 복구해주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그러던 중 5월 10일 테라-루나 사태가 터지면서 A씨가 보유한 루나 코인 가치가 급락했다. 송금 시도 시점 당시 1억4700여만원이었던 A씨 코인 가치는 560원으로 급락했다.

이에 반발해 A씨가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재판부는 두나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두나무는 반환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인식했고 복구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았으며 이를 위한 비용과 노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폭락으로 채무가 이행 불능이 된 것으로 이는 채무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두나무도 항변에 나섰다. 반환이 지체되지 않았더라고 해도 A씨 손해가 필연적으로 발생했을 것이라는 점, 또 잘못된 주소를 입력해 생긴 오출금 사고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약관에 따라 본사는 귀책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는 4월 24일 모친의 병원비가 필요하다며 루나 코인을 처분할 예정임을 알렸다. 손해가 필연적으로 발생했을 것이라는 두나무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출금 약관에 대해서는 “그처럼 해석한다면 약관법상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무효”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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