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놓치고 펑펑… 태권도 중량급 기대주 서건우 “마지막 눈물 되길”

이누리 2024. 8. 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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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심히 준비해서 다음 올림픽 가야죠. 슬퍼서 우는 건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한국 태권도 중량급 첫 메달을 노렸던 서건우(21·한국체대)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고배를 마신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서건우(세계랭킹 4위)는 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태권도 80㎏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덴마크의 에디 흐르니치(14위)에 0대 2(2-15, 8-11)로 져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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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건우(오른쪽)가 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태권도 80㎏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덴마크의 에디 흐르니치에 0대 2(2-15, 8-11)로 진 후 오혜리 코치의 격려를 받고 있다. 파리=윤웅 기자

“다시 열심히 준비해서 다음 올림픽 가야죠. 슬퍼서 우는 건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한국 태권도 중량급 첫 메달을 노렸던 서건우(21·한국체대)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고배를 마신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감정이 북받쳐 인터뷰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그는 “(코치진에) 잠깐 들렀다 다시 오겠다”고 말한 후 그대로 트레이너와 코치의 품에 안겨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한동안 취재진의 시야에 완전히 사라졌던 서건우는 약 10분 후 울음을 그치고 인터뷰에 응했다. 서건우는 “상대 선수들이 더 열심히 준비하고 분석해서 나왔다고 느꼈다”며 “다음 올림픽을 뛰게 된다면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서건우(세계랭킹 4위)는 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태권도 80㎏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덴마크의 에디 흐르니치(14위)에 0대 2(2-15, 8-11)로 져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서건우(오른쪽)가 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태권도 80㎏급 덴마크의 에디 흐르니치와 동메달 결정전에서 발차기를 시도하고 있다. 파리=윤웅 기자

한국 태권도의 취약 체급인 중량급에 사상 첫 메달을 안길 기대주로 꼽혔으나 이번에는 제 실력이 다 발휘되지 못했다. 결승전 1라운드에선 단 한 번도 유효타를 때리지 못했다. 반면 흐르니치는 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몸통 연타에 성공했다. 순식간에 주도권을 내준 서건우는 상대 감점으로만 점수를 벌어 1라운드를 2-15로 아쉽게 마쳤다.

2라운드 강공 전략 역시 통하지 않았다. 선취점을 허용한 후 서건우는 회심의 헤드킥이 비디오 판독 결과 인정되지 않자 곧바로 달려들어 점수를 만회했다. 근접 거리에서 상대 머리를 향해 여러 차례 발을 뻗으며 6-8까지 바짝 쫓았다. 그러나 이후 점수 차가 더 벌어지며 패배를 받아들였다. 종료 직후 서건우는 상대에게 악수를 청하며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를 마무리했다.

비록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남자 태권도 80㎏급에서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의 첫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한국은 80㎏급에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국가당 남녀 2체급씩만 출전을 허가하는 조항 탓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80kg급엔 선수를 내보내지 않았고, 제한이 풀린 2016 리우올림픽 이후에도 랭킹 5위 안에 드는 선수가 없었다.

서건우는 이 체급 개척자의 길을 계속 걸어 나가려 한다. 그는 “80㎏급을 선택한 후 좋은 감정도 나쁜 감정도 정말 많이 느꼈다”며 “이 경험과 감정을 가지고 업그레이드해서 더 나은,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상대 코치 역시 서건우를 치켜세웠다. 결승전에서 만난 덴마크 흐르니치의 코치는 서건우가 우는 모습을 보고 조심스레 다가가 귓속말로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서건우는 “‘네가 세계 최고니까 괜찮다’고,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말해줬다”며 “앞으로도 서건우의 태권도를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전했다.

파리=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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