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망빙 가실분" 모르는 女 넷 모였다…요즘 젊은이는 'n빵'

이보람 2024. 8.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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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챗GPT

1990년대 중반~ 2010년대 초반 태어난 이른바 ‘젠지(Gen Z)’ 세대 사이에서 고가의 물건이나 음식 등을 나눠 부담하는 ‘n빵’ 문화가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다. ‘n빵’은 전체 금액을 인원수(n)로 나눠 내는(더치페이) 지불 방식을 뜻한다. 한 명이 내기는 어려운 가격대 높은 제품이나 경험의 경제적 부담은 줄이는 대신 원하는 즐거움은 그대로 누리자는 취지다.

대학생인 A(21‧여)씨는 지난달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호텔 망고빙수 먹으러 가실 분?”이란 내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이 글을 보고 연락을 준 비슷한 또래 여성 3명과 함께 일정을 맞춰 최근 서울 시내 유명 특급호텔의 유명 망고빙수를 맛봤다고 한다. 망고빙수 가격은 10만2000원. 2잔에 3만2000원인 스파클링 와인 등 다른 음료도 함께 주문해 마셨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사진도 찍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A씨는 “밖에서 밥 한 끼 먹을 가격으로 기대했던 망고빙수를 먹어 보는 재밌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Gen Z’들 사이에선 온라인 생일선물 펀딩 플랫폼도 인기다. 친구 한 명이선 사 주기 어려운 비싼 선물을 여러 명으로부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받도록 중개해주는 서비스다. 원하는 상품 링크와 지인들이 볼 편지 내용, 원하는 날짜, 펀딩 목표 금액 등을 입력한 뒤 사이트에서 승인하면 펀딩이 시작된다. 사용자는 펀딩 링크를 SNS를 통해 지인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지인들은 이 링크를 본 뒤 원하는 금액을 펀딩할 수 있고 펀딩 금액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한 생일선물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올라온 후기. 온라인 캡처

이 플랫폼을 통해 친구들로부터 고가의 액션캠을 선물 받은 한 네티즌은 “여러분이 선물해 준 고프로(액션캠) 덕분에 앞으로 많은 추억을 생생하게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나 함께해주는 소중한 우정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후기를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은 펀딩으로 애플 워치를 받았다며 “그동안 갖고 싶었던 선물을 친구들이 펀딩해줘서 정말 좋았다”며 “생일선물로 매번 기프티콘을 받아 아직도 쌓여있는데 앞으로는 이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선물을 주고받아야겠다”고 했다.

전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에도 지난해 ‘정산하기’ 기능이 생겼다. 채팅방에서 전체 금액과 나눠 낼 친구들을 선택해 정산을 요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번거롭게 은행 앱(애플리케이션)을 켤 필요 없이 택시 동승자를 구하고 택시비를 ‘n빵’할 수 있는 앱도 등장했다.

하지만 ‘n빵’이 간혹 친구 사이를 망치는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과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친구들 여럿이 술을 마시러 갔는데, 술을 안 먹는 친구가 있으면 술값과 안줏값을 따로 n빵 해야 하느냐”는 글이 올라와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런 소비 방식이 자리 잡은 데 대해 “자신의 개인적인 만족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Gen Z 세대는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자랐지만, 취업 등이 어려워 스스로 그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나를 위한 소비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소비수준을 낮추지 않고 비용은 적게 들이는 나눠내기를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본다”고 풀이했다. 또 “기성세대는 펀딩이나 이런 것들을 번거로워하지만,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나눠 내는 것 자체를 하나의 체험이고 즐거움으로 여긴다”고 분석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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