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발견] 편의로운 로컬 생활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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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열세 번째 여름을 보내는 중이다.
인터넷 연결에 한 달쯤 걸리고 대도시 바르셀로나에서도 물건을 주문하면 일주일은 기본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편의로운 생활에 익숙해져 스페인으로 돌아갔을 때 마주할 상황이 겁난다고도 했다.
'도시의 익명성' '외로운 현대인'의 상징이기도 한 편의점이지만, 제주의 편의점은 도시적 편의 이상의 바이브가 있다.
저마다 자연스럽게 마을에 스며든 제주의 편의점들은 지금 편의로운 로컬 생활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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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열세 번째 여름을 보내는 중이다. 게다가 10년 넘게 살던 서귀포를 떠나 지난주엔 제주시 탑동으로 이사를 왔다. 회사와 집 이사를 동시에 진행하느라 어찌나 땀을 흘렸는지 모른다. 그동안 살았던 세 곳의 동네에 들러 인사도 건넸다. ‘우리 동네’ 리스트에 올랐던 세 동네, 대평리와 중문 그리고 사계리까지. 아닌 줄 알았는데, 사계리를 떠나던 날엔 서운함에 슬쩍 눈물이 났다.
전투 같던 삼복더위 이사를 마치고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서귀포에 살 땐 택배에 최소 사흘이 걸렸는데 제주시엔 주문 다음날 도착한다는 것. 메께라!(제주말로 감탄사) 우리는 지금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졌다는 이 섬에도 하루면 택배 물건이 도착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후배가 십수 년 전 바르셀로나에 정착해 살다가, 한 달 전쯤 두 아이를 데리고 제주로 1년살이 하러 왔다. 한림읍에 집을 얻었는데, 주문한 냉장고를 다음날 받은 이야기를 하며 유럽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호들갑을 떨었다. 인터넷 연결에 한 달쯤 걸리고 대도시 바르셀로나에서도 물건을 주문하면 일주일은 기본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편의로운 생활에 익숙해져 스페인으로 돌아갔을 때 마주할 상황이 겁난다고도 했다.
아이들 교육을 비롯해 여러모로 한국이 살기 편한 곳이라는 이야기도 여러 번 했다. 비록 서울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로컬에서 편의적 생활의 정점은 단연 편의점이다. 처음 서귀포 안덕면 대평리에 정착했을 땐 동네 사랑방 역할의 삼거리슈퍼가 전부였다. 이듬해 마을 입구에 편의점이 들어섰는데, 늦은 밤까지 운영하는 데다 트렌디한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편의점이 때론 고맙기도 했다.
‘도시의 익명성’ ‘외로운 현대인’의 상징이기도 한 편의점이지만, 제주의 편의점은 도시적 편의 이상의 바이브가 있다. S편의점 서귀포 온평점은 바다 바로 앞에 자리잡아 노을 맛집으로 소문났는데 바나나우유 마시며 감상하는 일몰이 진짜 멋지다. 제주민속촌 S편의점은 제주 전통의 이엉지붕을 얹었고 제주 기념품을 잘 갖춰 인기.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해발고도의 편의점인 1100고지 G편의점에선 고급 커피머신으로 내린 커피를 마시며 웅장한 한라산을 감상할 수 있다. 팔각지붕의 이 편의점은 눈 쌓인 겨울에 진면목을 드러내는데, 뜨끈한 어묵과 붕어빵에 독특한 제주 기념품들을 판다. 또 돌고래 전망대를 갖춘 대정읍의 C편의점 서귀영락해안도로점, 캠핑카 여행자를 위한 덤프존을 갖춘 남원읍 S편의점 서귀포동백마을점, 노을과 탁 트인 경관 맛집으로 손꼽히는 G편의점 애월신엄해안점도 일부러 찾아가는 여행자들이 있는 데다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23년 7월 기준 제주에는 1359곳의 편의점이 있다. 제주 출신의 소설가 차영민은 제주를 삼다도라 불리게 하는 것이 돌, 바람, 여자에서 ‘편의점, 카페, 책방’으로 바뀌었다고 쓰기도 했다. 저마다 자연스럽게 마을에 스며든 제주의 편의점들은 지금 편의로운 로컬 생활을 돕고 있다.
고선영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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