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가 졌다고요?" 태권도 서건우, 가슴 철렁한 16강전 오류
한국 태권도 중량급 간판 서건우(20·한국체대)가 파리올림픽 무대에서 판정 시스템 오작동으로 인해 조기 탈락할 뻔 했다.
세계랭킹 4위 서건우는 9일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대회 남자 80㎏급 16강전에서 호아킨 추르칠(칠레·24위)을 라운드 점수 2-1(6-8 16-16 14-1)로 누르고 8강에 올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슴 철렁한 해프닝을 겪었다. 라운드 동점시 승자를 가리기 위해 적용하는 채점의 지표가 잘못 설정돼 최초 판정이 뒤바뀐 채 내려졌기 때문이다.
1라운드를 6-8로 내준 서건우는 2라운드에서도 종료 34초 전까지 6-15로 밀리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심기일전한 서건우가 발차기 공격을 잇달아 성공시키면서 막판 흐름이 요동쳤다. 회전 몸통 공격을 성공시키며 종료 13초를 남기고 11-16까지 따라붙었고, 종료 직전 몸을 돌려 시도한 뒤차기가 상대 몸통에 꽂혔다. 동시에 추르칠이 경기장 밖으로 밀려나며 추가 감점이 이뤄진 상태에서 2라운드가 끝났다.
서건우의 마지막 공격은 당초 2점으로 판정 받았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회전하며 발차기한 점이 인정돼 뒤늦게 4점으로 정정됐고, 상대 선수의 감점까지 더해 16-16 동점으로 스코어가 바뀌었다.
판정 오류는 이 시점에 발생했다. 올림픽 태권도를 주관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은 라운드 동점인 경우 판정의 우선순위를 ①회전차기로 딴 점수가 더 많은 선수 ②머리-몸통-주먹-감점 순으로 낸 점수가 더 많은 선수 ③전자호구 유효 타격이 더 많은 선수 순으로 정해두고 있다.
현장 심판진은 당초 해당 기준을 바탕으로 추르칠의 승리를 선언했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 공식 정보 사이트에도 추르칠이 8강에 진출한 것으로 기록됐다.
서건우와 한국대표팀 오혜리 코치는 즉각 심판진에 항의했다. 오 코치는 심판진과 본부석을 오가며 “서건우가 회전 공격을 두 차례 성공시켜 추르칠(1회)에 앞섰는데도 ①번 항목을 건너뛰고 ②번 항목부터 채점 기준에 적용시킨 건 부당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심판진이 2라운드 경기 영상을 다시 돌려보며 다시 한 번 채점에 나섰고, 그 결과 서건우의 승리로 결과가 번복됐다. 이와 관련해 WT는 “경기 현장에서 운영 미숙으로 인해 논란의 소지가 있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경기 종료 후 30분 이내에 결과를 정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우승 후보로 지목 됐다가 첫 판에 어이없는 패배와 함께 조기 탈락할 뻔 했던 서건우는 이후 마음을 가다듬은 뒤 3라운드에 14-1 완승을 거두며 8강에 올랐다.
올림픽 태권도에서 채점 관련 논란이 발생한 건 이전 대회와 비교해 파리올림픽의 점수 체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3라운드까지 점수를 모두 합산한 뒤 승부를 가리지 못할 경우 연장전 개념의 4라운드를 치러 먼저 2점을 뽑는 선수가 승리하는 ‘골든 포인트’ 방식을 활용했다. 하지만 WT는 더 재미있는 승부를 유도하기 위해 2022년부터 각 라운드별로 점수를 따로 매기고 두 라운드를 먼저 가져간 선수가 승리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변경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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