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의 과거였던 낙동강의 지금… 대체 강에 무슨 짓을 한 걸까

박은영 2024. 8. 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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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천막 소식 101일-102일차] 백로의 평화로운 날개짓이 있는 금강 천막농성장

[박은영 기자]

 천막농성장에 놀러오는 새친구들
ⓒ 이경호
'툭'

천막 지붕으로 새똥이 떨어지는 소리다. 새로 친 천막에도 여지없이 새들의 흔적이 남기 시작했다. 새 천막에 떨어지니 약간 속상하지만 우리가 나가지 않는 이상, 천막 지붕은 전에 쳤던 천막처럼 곧 새똥 천지가 될 것이 뻔하다. 새들의 화장실이 더 넓어져서 다행인가도 싶다.

입추가 지나서일까. 바람이 어느 순간 더 시원해졌다. 아직 한낮의 더위는 뜨겁기 이를데 없지만 아침저녁으로 달라진 바람의 기운에 제법 살만하다. 기후위기다 뭐다해도 제 시간을 잘 찾아오는 절기가 신기하기도, 고맙기도 하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인간들의 욕심이 사그라들기는커녕 더 왕왕해지는 시대에 절기라도 제 시간에 맞게 와주니 말이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최고온도가 40도까지 올랐다는 뉴스를 보니 절망적이다. 이렇게 손 놓고 쳐다볼 일이 아니라 우리 집에 불이 난 것처럼 한시라도 빨리 이 불을 꺼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너무 한가하게 불구경을 하고 있다.

9월 7일 기후정의행진… 4대강 보 철거 목소리도 높이자
 907 기후정의행진 선포 기자회견
ⓒ 녹색당
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907 기후정의행진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150여 명의 시민들이 '기후가 아닌 세상을 바꾸자'라는 슬로건 아래 정부와 자본 그리고 지금의 세대들에게 기후정의를 촉구하며 연 행진이다(관련기사 : 허구헌 날 폭염과 폭우…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https://omn.kr/29q61).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도 선포식에 참여했고, 발언을 통해 4대강 사업과 댐 건설이 결국 토건세력의 입에 우리 산과 강을 떠먹이는 일이기에, 댐 건설 중단하고 4대강 16개 보를 철거하는 것이 진짜 홍수와 가뭄을 대비하는 환경부의 일임을 강조했다. 선포식에 함께한 이들과 '강물아 흘러라'를 함께 외치기도 했다.

이번 기후정의행진에 여러 요구안 중 '이윤을 위한 생태 파괴, 신공항 건설과 국립공원 개발 4대강 보 사업을 철회'하라는 요구도 포함되어 있다. 세종보 천막농성을 포함해 전국에 생태 파괴 건설 사업이 횡횡한 탓에 매년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시민들의 요구는 명확하다. 돈을 더 벌기 위해, 일부 토건자본 세력의 이득만을 채우기 위해 모두가 누려야 할 생태 환경을 파괴하지 말라는 것이다. 9월 7일, 그 목소리가 전국에 울려퍼질 것이다.

낙동강은 살아있다… 강을 흐르게 하라
 저녁에 만난 낙동강 3강의 모습. 모래사장 위 강태공들의 모습이 보인다.
ⓒ 임도훈
 저녁 노을빛 어린 낙동강 3강의 모습
ⓒ 임도훈
회룡포, 내성천, 금천
낙동강과 만나는 세 강이다. 휘돌아 나가는 강, 넓게 반달모양으로 깔린 모래사장, 깎아지르는 절벽까지 강 본연의 모습 그대로 살아있다. 지난 8일, 낙동강 녹조 조사에서 만난 낙동강 상류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강에서 강수욕을 즐기는 이들이 보였다. 웃통을 벗고 물안경까지 동원해 물속에서 놀고 있는 짝꿍을, 모래사장 끝에 앉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시민 강태공은 세월을 낚고 있고 저 멀리, 붉게 타고 있는 하늘이 보인다. 이것이 강 본연의 모습이다.
 상주보 인근 녹조가 가득한 낙동강 모습
ⓒ 임도훈
8개 보의 영향을 받지 않는 낙동강 상류와 달리 현재 보가 있는 곳은 충격적이다. 물이 거의 흐르지 않고 강 수온이 32, 33도에 육박하니 녹조가 띠를 만들어 수면에 무늬를 만들고, 막을 만든다. 물살이들이 숨 쉴 구멍조차 없다. 녹조의 씨앗이 저수지에서 번식하고 그 물은 고스란히 낙동강 인근 농업용수로 논, 밭으로 흘러간다. 2022년 낙동강 쌀과 대구 식수에서 녹조 독성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것이 보가 있는 낙동강의 현재 모습이다.

상주보는 낙동강 보 중 가장 상류에 있는데, 엄청난 강 폭에도 수문이 단 2개다. 약 80%가 고정보로 막혀있어 저수지와 다름 없다. 강 바닥 퇴적토를 퍼보니 4급수 지표종인 붉은깔따구, 실지렁이가 나온다. 현장을 함께 조사하는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상주보를 만들기 전 이곳은 양쪽 강변에 백사장이 넓게 자리잡고 그 사이로 강물이 흐르는 곳이었단다.

대체 강에 무슨 짓을 벌인 걸까? 보가 있고 없고, 그것이 산 강과 죽은 강을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이다. 낙동강을 살리려면 낙동강 보를 철거해야 한다.
 녹조 가득한 영주댐 모습
ⓒ 임도훈
"낙동강에서 백로를 통 못 봤어요."

낙동강 현장조사에 나선 나귀도훈이 한 말이다. 금강과 지류하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로가 보로 막힌 낙동강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금강 세종 구간도 수문이 닫혀있던 때는 강 바닥에 펄이 잔뜩있고, 그 안에는 붉은 갈따구 실지렁이가 바글바글했다. 하지만 수문이 열리고 이제 강 바닥에 펄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세종보 수문을 닫는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낙동강을 가보니 더욱 실감한다. 세종보 재가동을 꼭 막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진다. 죽은 강의 모습이 얼마나 처참한지를 지금, 낙동강이 보여주고 있다. 낙동강을 살리기 위해 금강의 담수는 꼭 막아내야 한다.
 금강을 노니는 평화로운 백로의 모습
ⓒ 이경호
평화롭게 노는 백로의 모습이 멀리서 보인다. 까치와 할미새가 총총 뛰며 사이좋게 산책한다. 강의 평화는 세상의 평화와 같다. 생명이 뛰어놀고 자연이 있는 모습 그대로 생동하는 지금의 평화를 지키는 일이 바로 강을 지키는 일이고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일임을, 백로의 날갯짓을 통해 또 배운다. 오늘의 평화가 내일도 이어지길, 오늘 흐르는 금강이 내일도 흐르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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