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감원 '칼바람' 분다…"아직 안돼요" 구조조정 '난항'

조성필 2024. 8. 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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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전 플랫폼 '몸집 줄이기'
경기 침체 탓 퇴직 희망자 많지 않아

유통업계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실적 부진을 겪고있는 오프라인 유통기업은 물론, 이른바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태무·쉬인)'로 불리는 C커머스가 국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e커머스 기업들도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티몬과 위메프(티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해 모기업인 큐텐 계열사 e커머스 플랫폼이 일제히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감원 칼바람'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 5일부터 희망퇴직을 실시 중이다. 신청 대상은 만 43세 이상 중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인 직원 또는 직급 장기 체류자다. 신청자에게는 통상임금 32개월분과 재취업 지원금 2000만원을 지급한다. 대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직원에게는 자녀당(최대 3명) 1000만원의 학자금을 추가 지원한다.

롯데면세점은 임금피크 대상자에 대해선 별도 명예퇴직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임금피크 1년차(66년생)에게는 기본급 17개월분, 2년차(65년생)에겐 기본급 11개월을 지급한다. 3년차(64년생)에게는 기본급 3개월 치를 준다.

서울의 한 면세점에는 중국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이번 희망퇴직은 오는 30일까지 진행된다. 다만 롯데면세점은 광복절 이전 신청자에게 유급휴가 10일을 부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희망퇴직 신청자 수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안팎에선 희망퇴직 신청자 수가 앞서 2022년 12월 진행한 희망퇴직 당시 수준(20명)에 그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가계 경제가 좋지 않다 보니 희망퇴직을 망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 3월 희망퇴직을 받은 이마트도 신청자 수가 20여명으로, 예상보다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마트는 전년 실적 부진 여파로 창사 31년 만에 첫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바 있다. 이마트와 합병을 앞두고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이마트에브리데이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시너지 창출을 위해 희망퇴직을 받았으나 신청자 규모는 미미했다고 한다.

인력 감축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더욱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신세계 그룹 산하 이커머스 업체 SSG닷컴은 지난달 근속 2년 이상의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SSG닷컴이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것은 2019년 3월 이마트에서 물적 분할돼 법인으로 출범한 이래 처음이었다. 당시 회사 측은 "e커머스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효율적인 조직을 구성하고 직원 개개인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히고자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구 순화동 이마트 본사.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당시 희망퇴직은 최훈학 신임 대표의 첫 행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적자가 이어지면서 비용 줄이기가 시급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SSG닷컴은 지난해 1030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런 배경 탓에 G마켓도 희망퇴직을 실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G마켓은 2021년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이후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롯데그룹 e커머스 계열사 롯데온도 지난 6월 근속 3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바 있다. 또 11번가 역시 지난해 말과 올해 3월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이들 회사의 희망퇴직은 C커머스 업체가 한국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 토종 e커머스의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알리·테무 등 C커머스 업체는 저가 상품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 중이다.

e커머스 업계에선 또 티몬과 위메프(티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큐텐 계열사 인터파크커머스가 전날부터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인터파크커머스는 티메프 사태 직후 판매자가 줄줄이 이탈하며 자금 경색 위기가 현실화했고 지난달 말부터 정산이 지연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해 3월 큐텐으로 넘어간 인터파크커머스는 그동안 인터파크쇼핑과 인터파크도서, AK몰 등 3개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해왔다. 이 회사는 최근 큐텐에서 벗어나 독자 경영하겠다고 선언하고 매각, 펀딩 등의 자구안을 모색해왔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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