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심야작업 중 30대 직원 2명 사망…"새 매뉴얼 없었다"
서울 구로역에서 밤사이 선로를 점검·보수하던 장비 차량 두 대가 부딪혀 코레일 직원 2명이 사망했다.
9일 소방 당국과 코레일 등에 따르면, 사고가 난 이날 오전 2시 20분쯤 1호선 구로역 상행선(구일역 방향) 선로에서 코레일 직원 3명이 지상철 고압 선로를 점검·보수하고 있었다. 이들은 점검차에 달린 리프트 형태의 작업대를 타고 지상에서 약 5~6m 높이에 설치된 전차선을 교체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옆 선로를 따라 이동하던 또 다른 선로 점검차가 이들을 보지 못한 채 공중에 있던 작업대를 들이받았다. 그 충격으로 작업대에 있던 3명이 모두 추락했다. 이 사고로 30대 남성 직원 1명이 복합 골절 등으로 숨졌고, 또 다른 30대 남성 직원 1명도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또 다른 50대 남성 직원 1명은 다리 골절로 병원에 이송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점검차에 달린 작업대가 수직뿐 아니라 좌우로도 기울어질 수도 있는데 옆 선로를 침범한 상태에서 운행중이던 다른 점검차와 부딪힌 것 같다”며 “야간 선로 작업 중 차량 충돌로 생긴 사망 사고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두 선로 사이 거리는 1.5m가량이었다. 선로 보수 업무를 하는 작업자들은 “새로 들여온 점검차에 대한 새 안전 매뉴얼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 코레일 소속 직원은 “약 2년 전 새로 도입한 점검차의 작업대는 이전 장비와 달리 넓게 이동할 수 있어 옆 선로로 넘어갈 가능성이 컸다”며 “하지만 안전 매뉴얼은 ‘작업 중인 선로를 차단해야 한다’라는 기존 내용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업자의 주의에 기댈 게 아니라 인접 선로 통행도 차단하는 등 세부적인 내용을 담아 매뉴얼을 개정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직원은 “밤이라 양쪽 선로에서 서로 못 봤을 가능성이 크고, 옆 선로에서 무전을 쳐도 작업 소음 때문에 못 듣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코레일 열차운행선로 지장작업 업무 세칙 제3조에는 “유지·보수 또는 교체 작업 시 선로 운행을 중지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작업이 이뤄지는 해당 선로와 그 작업이 영향을 미치는 다른 선로를 차단한다는 뜻”이라며 “차량과 작업 종류에 따라 인접 선로까지 통행을 차단해야 한다는 지침”이라고 해명했다.
코레일은 사고 현장에 긴급대응팀을 투입하고 경찰과 함께 사고 원인 및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코레일 측은 “최대한의 예우로 장례와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도 철도안전정책관과 교통안전공단 조사관, 철도 경찰 등을 현장에 파견했다. 국토부는 열차 작업 중 안전 규정 및 수칙을 준수했는지 조사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구로역은 이날 오전 사고가 난 선로 입구를 통제하고 열차 운행을 잠시 중단했다. 사고 수습을 위해 오전 5시 40분쯤까지 경부선 전동차 10대와 고속 열차 5대가 10~30분가량 늦게 운행됐다. 1호선 구로역 상·하행 지하철도 첫차부터 오전 10시까지 지연됐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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