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선수에 패배한 北유도선수 "은메달 땄다고 탄광 끌려갔다"

배재성 2024. 8. 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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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방송화면 캡처

1990 북경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대한민국에 패해 은메달을 획득했음에도 탄광에 끌려가는 수모를 겪었던 북한 유도 선수 이창수의 목숨을 건 탈북 스토리가 공개됐다.

7일 방송된 티캐스트 E채널 ‘사이코멘트리-한끗 차이’에서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현실판이기도 한, 북한 유도 영웅의 목숨을 건 탈북 스토리가 공개됐다.

1991년 북한의 ‘공훈체육인’으로, 나라에서 받은 훈장만 4개에 달했던 ‘유도 영웅’ 이창수가 남한으로 망명했다.

당시 귀순 기자회견에서 이창수는 “대만 여성과 4년여에 걸친 교제를 통해 깊은 정을 쌓았고, 남한으로의 귀순을 더욱 다짐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사진 방송화면 캡처


그 상대는 대만 여자 유도 국가대표였던 진영진이었다. 두 사람은 1989년 세계 유도 선수권 대회에서 처음 만난 뒤 인연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이창수가 1990년 아시안게임 유도 결승전에서 대한민국 선수에게 져 은메달을 획득했고, 이 일로 인해 이창수는 탄광에 끌려가는 고초를 겪었다.

이창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나는 진짜 나라를 위해서 열심히 살았는데 2등 했다고 탄광을 보내고, 운동을 그만두지도 못하게 했다”며 “그 땅에서 내 새끼를 낳을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창수는 김일성의 사위로 당시 북한의 실세였던 장성택의 도움으로 탄광에서 탈출, 탈북을 계획할 결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1년 이창수는 또다시 참석한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함께 출전한 진영진에게 미리 탈북 계획을 털어놨다.

사진 방송화면 캡처

그는 진영진에게 “당신은 꼭 내 사랑이오. 그때까지 기다려주오”라는 편지와 함께 한국에 가서 다시 찾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감시하는 코치가 잠이 든 틈을 타,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리는 목숨 건 탈북을 감행했다.

박지선 교수는 “이창수의 탈북 결심은 나라에 대한 배신감이 크게 작용했다”며 “그때 따뜻하게 다가와 준 진영진 씨로 인해 용기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방송화면 캡처

이후 이창수의 귀순 기사를 본 진영진은 가족과 친구들의 반대에도 “그 사람은 나만 믿고 온 거다. 나도 가서 찾아야 한다”라며 한국으로 향했다.

결국 두 사람은 한국에서 재회한 지 3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이창수는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힘들 때 날 많이 도와줘서 이 사람하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짜 ‘사랑의 불시착’은 우리다”라고 말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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