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여행만리]풍덩, 첨벙 첨벙~폭염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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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을 따라 걷습니다.
길이 끊어지면 바위를 오르고 바윗길도 끊어지면 계곡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면 그만입니다.
굴구지마을에서 용소(4㎞)까지 바위와 물길을 타고 넘는 계곡 트레킹을 하거나 용소에서 속사마을(5㎞)까지 생태탐방로를 이용하는것.
물길을 따라 걷다보면 산비탈을 오르거나 깊은 계속 속으로 접어들면서 발목을 스쳐가는 시원한 물줄기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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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굽이 굴구지 지나 왕피천으로
실패 없는 여름휴가, 물길 트레킹
물길을 따라 걷습니다. 물을 헤치는 발소리 외에는 조용하기 그지없습니다. 간혹 산새들만 재잘대며 지날 뿐입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시원한 물소리를 음악 삼아 계곡을 따라 걸으면 됩니다. 길이 끊어지면 바위를 오르고 바윗길도 끊어지면 계곡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면 그만입니다.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계곡물에 몸을 던져보고 싶어집니다. 폭염으로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더라도 계곡물을 헤쳐 나가다 보면 더위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습니다. 일상에 찌든 스트레스도 한 방에 날려 버릴 수도 있습니다. 휴가철 여행장소는 저마다 각각이지만 액티비티한 즐거움이 있는 계곡 도보여행만 한 게 있을까요. 울진 왕피천 계곡으로 떠나봅니다. 울진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곳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생태경관보전지역입니다.
왕피천(60.95㎞)은 영양군에서 발원해 울진군을 거쳐 동해로 흘러든다. 산과 절벽으로 둘러싸여 접근이 쉽지 않아 오지로 손꼽힌다.
왕피천은 고려 말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피신했다 해서 지어진 이름. 왕피천을 둘러싼 산자락 또한 공민왕이 기울어진 국운을 통곡하며 넘었다는 통고산(通高山ㆍ1067m)이다.
'왕피천 굴구지마을' 표지판을 따라 아홉 고개를 넘어서면 작은 마을이 나온다. 트레킹의 들머리인 '굴구지'다. 왕피천을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다. 굴구지마을에서 용소(4㎞)까지 바위와 물길을 타고 넘는 계곡 트레킹을 하거나 용소에서 속사마을(5㎞)까지 생태탐방로를 이용하는것. 이 두 가지(6시간 이상 걸림)를 모두 즐길 수 있다.
트레킹에 나선다. 왕피천 트레킹은 S자로 휘어지는 계곡을 따라 모래톱과 자갈톱을 걷고, 바위를 오르고 폭 5~8m 물을 건너는 계곡 트레킹이 가장 인기가 있다. 물길을 따라 걷다보면 산비탈을 오르거나 깊은 계속 속으로 접어들면서 발목을 스쳐가는 시원한 물줄기를 느끼게 된다. 왕피천 트레킹은 그래서 발을 적시며 걸어야 제맛이라고 한다.
왕피천은 이름만큼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람들로 여름이면 반짝 북적이지만, 여느 계곡과는 비교도 못할 정도로 한적하다. 사람 손을 덜 탄 덕분에 자연 그대로의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 수정같이 맑은 물길을 따라 자갈밭과 모래톱 그리고 하얀 바위 위를 걷는 맛은 각별하다.
계곡엔 사람이 없다. 사박사박 걷는 발소리 외에는 조용하기 그지없다. 간혹 산새들만 재잘대며 지날 뿐이다. 물소리만 지운다면 이런 적막이 따로 없다.
굴구지마을에서 4km 정도 걸으니, 왕피천 최고의 절경 용소(龍沼)가 등장했다. 용소 일대는 절벽이 험하고 꽤 거칠었다. 수심도 무려 10m나 된단다.
생태탐방로에 마련된 용소전망대에서 바라보면 굽이치는 왕피천계곡과 기암절벽, 회색빛 도는 웅장한 바위들이 장관이다. 우렁찬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계곡물에 온몸이 다 짜릿해지는 느낌이다.
왕피천은 수온이 높은 편이고 하상이 완만해 물길을 따라 걸어도 별로 힘들지 않지만, ?용소나 물살이 급한 곳은 생태탐방로로 우회하는것이 좋다.
명소인 용소와 학소대(鶴巢臺)를 지나면 금강송과 참나무가 빼곡한 숲길이다. 참나무 군락지다. 옛날 서면 왕피리 사람들은 이 길을 따라 근남면 장터까지 오갔다.
계곡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나면 송이바위, 거북바위가 있는 협곡에 다다른다. 그저 바위 모양을 보고 지은 이름인데 기가 막히게 닮았다.
속사마을까지 완주가 목표가 아니면 용소 부근까지만 다녀오는게 일반적인 계곡 트레킹코스다. 발길을 돌려 물길에 몸을 맡긴다. 금강송숲에서 불어는 바람이 상쾌하다. 폭염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왕피천-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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