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찰, 한인여성에 총 쏜 뒤 욕설…그도 실수란 걸 알았다"
미국 뉴저지주(州)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20대 한인 여성이 현지 경찰의 총격에 숨졌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40대 한인 남성이 경찰 총격에 사망한지 불과 3개월 만에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면서 현지 한인 사회에선 경찰의 과잉 대응에 대한 의혹과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뉴저지한인회 등에 따르면 뉴저지주 포트리의 한 아파트에 사는 빅토리아 이(26)씨는 지난달 28일 새벽 1시 25분쯤 자택에서 현지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2017년 조울증 진단을 받은 바 있는 이씨는 이날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이씨의 어머니와 오빠는 이씨를 평소 진료받던 병원으로 옮기려 했다. 이를 위해 오빠가 911에 구급차를 요청했으나, 상담원이 관련 규정상 경찰이 동행해야 한다고 알렸다. 이런 내용을 전해들은 이씨가 병원 이송을 거부하며 택배 상자를 열 때 사용하는 소형 접이식 주머니칼을 들었다. 이씨 가족은 경찰이 오해하지 않도록 이 상황을 911에 설명했다고 한다.
사건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직후 발생했다. 상황 악화를 우려한 이씨 가족은 출동한 경찰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은 채 이씨가 진정되길 기다리려고 했지만, 경찰은 10여차례 노크한 뒤 현관을 부수고 이씨 집에 진입했다. 이후 곧바로 19L 크기의 생수통을 들고 있던 이씨를 향해 총격을 1회 가했다. 총알은 흉부를 관통했고, 이씨는 새벽 1시 58분쯤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건 발생 1주일 뒤인 지난 5일 뉴저지주 검찰은 이씨에게 발포한 경찰의 이름이 토니 피켄슨 주니어라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관련 법규에 따라 경찰이 적법하게 대응했는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씨의 유족과 뉴저지한인회 측은 경찰이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과잉 대응을 했다고 주장한다. 뉴저지한인회와 이씨 측 변호인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보디캠(출동 당시 경찰이 착용한 카메라) 영상 공개와 함께 투명한 진상조사를 주 당국에 촉구했다.
이씨가 들고 있었다는 흉기에 대한 주장도 엇갈리고 있다. 앞서 뉴저지주 검찰은 현장에서 이씨가 들고 있던 칼을 수거했다고 밝혔는데, 이씨 측 변호인은 “이씨는 경찰이 진입할 때 두려움을 느껴 물통을 들고 있었을 뿐 칼은 바닥에 놨다”며 “해당 칼은 아파트 현관문에서 약 2m(7피트)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딸을 진정시키기 위해 들어오지 말라는 어머니의 외침을 무시하고 현관문을 발로 차서 부순 뒤 비무장 상태인 이씨에게 총을 쐈다”고 덧붙였다. 뉴저지한인회는 “병원 이송을 위해 구급차를 요청한 가족의 요청에 경찰이 무력을 먼저 사용한 이번 사건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비극”이라고 말했다.
총격을 한 경찰관이 사건 당시 총격이 실수였음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씨와 같은 아파트 같은 층에 거주하는 데이비드 스미스는 뉴욕중앙일보에 “(경찰관은) 총격을 가한 뒤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알았는지 욕도 하고 엘리베이터 인근 벽을 다 부수고 갔다”며 “(총격이) 실수란 걸 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한인을 포함한 정신질환자가 경찰이 쏜 총에 숨지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월 LA에서 정신질환 치료를 요청한 한인 양용(사망 당시 40세) 씨가 경찰의 총격에 숨졌다. LA 경찰국(LAPD)이 공개한 해당 경찰관들의 보디캠 영상에 따르면 경찰은 양씨의 아파트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나서 양씨를 맞닥뜨린 지 약 8초 만에 총격을 3차례 가했다.
지난 3월에도 뉴욕 퀸스의 한 주택가에 살던 방글라데시 출신 이민자 윈 로사리오(사망 당시 19세)가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뉴욕의 정신건강 지원 비영리단체 커뮤니티액세스에 따르면 2007년 이후 현재까지 정신건강 위기를 겪고 있던 뉴욕시민 최소 26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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