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도화지라면 무엇을 그릴 것인가

김헌식 2024. 8. 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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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재 작가 <삶은 예술로 빛난다>

[김헌식 기자]

예술이라고 하면 대개 작품을 떠올리게 된다. 아울러 그 작품의 창작자를 연상하게 된다. 이렇게 작품과 작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 삶 자체를 예술과 연결을 시키지 못하는 오래된 사회적 관성 때문일 수도 있다.
 삶은 예술로 빛난다 -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대답, 조원재 (지은이)
ⓒ 다산초당(다산북스)
조원재 작가의 <삶은 예술로 빛난다>는 우리가 흔히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 바꿔 놓는다. 흔히 예술은 그냥 작품으로 앞에 있고 우리는 감상하는 수준에 머무르면 족했다. 좀 더 전문가들의 해석과 설명이 이해를 돕는다면 좋았다. 한편으로 학생들은 온갖 작품을 기계적으로 외우거나 아니면 어른이라도 남에게 과시하듯 예술작품을 장식처럼 걸치고는 했다.

또한 치열한 예술가 정신을 생각할 수 있다. 예컨대, 고흐처럼 온갖 고난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예술혼에 감동하거나 찬양하기도 했다. 예술가들이 보여준 인생 역정의 스토리는 작품의 가치를 더 높여주기도 했다. 그런 스토리가 없다면, 작품에 대한 감동도 덜한 듯싶다.

하지만 정작 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삶은 예술가들처럼 살 수가 없다. 더구나 평범한 생활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예술가들의 삶도 결국 인간의 삶이 아닌가. 그렇다면 예술에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도 있을 듯싶다. 그런데도 이를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는 책은 없었다. 사실 예술가들조차 그런 말을 잘 하지 않는다. 어쩌면 예술가와 일반인의 철저한 이분법이 삶과 예술의 분리라는 점에서 그간 공통적이었던 게 우리 사회였을지 모른다.

예컨대 이 책에서 "삶은 단 한 장의 백지를 던지고 우리에게 묻는다. 무엇을 그릴 거냐고. 삶이 던진 그 백지 앞에 우리는 붓이 된다"라고 언급한 부분은 의미심장했다. 예술작품이 좋은 것 같은데 그렇게 와닿지 않았던 것은 내가 스스로 붓이고 연필이며 조각칼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삶을 시작할 때 백지인 상태였고 이 시간에도 붓처럼 뭔가 그려가고 있는 내 인생 예술의 작가인데 말이다. 달리 보면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예술가인 셈이다.

이러한 관점은 예술을 일상과 분리하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삶과도 분리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더욱 필요한 관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이 점이 이 책을 많은 독자가 선택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삶이 아트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 더 나은 가치와 소중한 그 무엇을 삶에 담아내고 싶어진다. 백지에 아무것이나 그리려는 붓은 없기 때문이다.

흔히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삶에도 정답이 있을 수 없다. 각자의 개성과 다양성만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삶에는 정답이 있는 것처럼 한국 사회는 가르치려고 한다. 자꾸 남의 삶과 비교하고 우위를 따진다. 그렇게 할수록 사회 구성원의 삶과 일상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예술작품을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더는 예술의 발전은 가능하지 않다. 이런 면에서 예술은 다른 누군가 주목하지 않아도 의미부여나 가치의 창조를 한다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물론 그런 예술은 처음에 주목받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꼭 빛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예술이 꼭 주목을 받아야 하는 것도 삶이 명성을 얻어야 하는 것도 아닌 게 분명하다.

예술로 보는 삶은 개인만이 아니라 관계에서도 중요하다. 분명 그러한 예술로 삶을 바라본다면 자신의 삶도 소중하고 다른 사람의 삶도 매우 소중하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이 우리 사회에는 정말 부족했다. 그렇기에 예술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개성과 다양성이 결핍되며 개인들은 행복이 덜했는지 모른다.

자신이 스스로 도화지를 채워가는 붓이라는 생각도, 실제로 그려보지도 못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 그림이 화려하든, 빛나지 않든 오늘도 예술가처럼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자세가 우리에게는 정말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이러한 점을 인식하며 이 순간에도 백지를 완성해 가야 한다. 그것은 나와 너 우리가 모두가 함께 그리는 공동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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