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미국 농구팀, 프랑스와 결승 리턴매치

이준목 2024. 8. 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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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와 접전 끝에 역전승... 11일 최종 승자 가린다

[이준목 기자]

 8일(현지시각)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농구 준결승에서 미국과 세르비아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드림팀'으로 불리는 미국 남자농구 대표팀(FIBA 랭킹 1위)이 올림픽 준결승에서 하마터면 대이변의 희생양이 될 뻔하는 위기를 극복하고 간신히 결승전에 올랐다.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베르시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농구 준결승전에서 미국은 세르비아와 접전 끝에 무려 17점차 열세를 딛고 95-91로 역전승했다.

미국은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부터 8강까지 4연승을 거두는 동안 '전 경기 100득점 이상, 평균 점수차 24.75점'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기세를 이어갔다. 브라질과의 지난 8강전에는 122-87로 대승하며 이번 대회 최다득점-최다점수차(35점차)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너무 쉬운 승리의 연속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일까. FIBA 랭킹 4위의 세르비아는 NBA 최우수선수(MVP) 출신 니콜라 요키치를 보유한 유럽의 강호다. 미국은 올림픽 직전 치러진 평가전과 조별리그에서 세르비아에 각두 경기 연속 26점차 대승을 거두며 전력의 우위를 과시한 바 있다.

준결승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초반부터 미국을 강하게 몰아붙인 세르비아는 2쿼터 중반 42-25, 최대 17점 차까지 크게 앞섰다. 미국은 3쿼터가 끝날 때까지 63-76, 13점차로 크게 뒤지며 이번 대회 처음으로 패배의 위기감에 휩싸였다. 미국 농구가 드림팀이 첫 결성된 1992년 이후 유일하게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던 2004년 아테네 대회 준결승(VS 아르헨티나 81-89 패)의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미국의 저력은 마지막 4쿼터에 빛을 발했다. '역대 최고의 3점 슈터'인 스테판 커리의 슛이 불을 뿜었다.

미국은 4쿼터 시작과 함께 커리와 르브론 제임스의 연속 득점으로 추격을 시작했다. 세르비아는 요키치의 3점 플레이로 점수차를 벌렸지만, 이번엔 케빈 듀란트와 데빈 부커의 연속 3점슛이 터지면서 순식간에 5점차까지 점수를 좁혔다.

일진일퇴의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종료 5분을 남겨두고 미국은 풀코트 프레스로 승부수를 던졌다. 부진하던 엠비드가 골밑 득점에 이어 블록슛을 성공시키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미국은 3분 41초를 남기고 르브론의 돌파에 이은 골밑 득점으로 마침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2분 24초 전에는 커리의 3점포로 역전에 성공했다.

기세가 오른 미국은 연이은 수비 성공에 이은 제임스와 커리의 속공이 득점으로 이어지며 격차를 벌렸다. 세르비아는 막판 요키치의 득점으로 2점차까지 추격했지만, 마지막 파울 작전에도 불구하고 커리가 자유투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재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세르비아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대어를 잡을 기회를 놓쳤다.

커리는 이날 3점슛 9개를 포함해 개인 최다인 무려 36득점을 터뜨리는 맹활약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올림픽 첫 출전인 커리는 8강까지 4경기에서 평균 19분을 뛰며 7.3득점, 야투 성공률 36%, 3점슛 성공률 25%에 그쳤으나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에이스 본능을 발휘하며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맏형 르브론 제임스는 4강전에서 16점, 12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을 달성했다.

'드림팀'과 '홈팀'의 대결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올림픽 5연패에 도전하고 있는 미국의 마지막 관문은 '홈팀' 프랑스(FIBA랭킹 9위)와의 결승전이다. 프랑스는 '2023 FIBA 월드컵 챔피언'인 독일과의 4강전에서 73-69로 승리하며 미국보다 앞서 결승에 선착했다.

두 팀은 올림픽에서만 2회 연속 결승에서 만나게 됐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에서 일찌감치 미국의 우승을 저지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항마로 꼽혔다. 차세대 NBA 슈퍼스타로 꼽히는 신인왕 빅터 웸반야마와 '수비왕' 루디 고베어 등 강력한 골밑과 호화멤버를 보유한 프랑스의 전력은 미국 다음으로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팀은 4년전 도쿄올림픽에서는 두 번 맞붙어 1승 1패를 기록했다. 당시 조별리그에서 프랑스가 미국의 덜미를 잡는 이변을 일으켰으나 정작 결승 리턴매치에서는 듀란트의 활약을 앞세워 미국이 설욕에 성공해 프랑스는 아쉬운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또한 프랑스와 미국 간에는 이른바 '엠비드라마'로 불리는 악연도 있다. 현재 미국 국가대표팀 주전 센터인 조엘 엠비드는 원래 프랑스 대표팀으로 뛸 수도 있었다. 엠비드는 2021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게 해달라며 공개서한까지 보낸 일도 있었다. 당시만 해도 엠비드는 프랑스 대표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막상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서는 변심해 금메달이 유력한 미국 대표팀을 선택했다.

강력한 전력에 비해 그나마 골밑에 약점이 있던 미국 대표팀은 엠비드의 합류로 센터 포지션을 보강할 수 있게 됐다. 반면 프랑스는 믿었던 엠비드의 배신에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만일 엠비드가 프랑스 대표팀을 선택했다면 고베어-웸반야마-엠비드라는 NBA 올스타급 초호화 빅맨진을 구성할 수 있었다. 수비자 3초룰을 두지 않는 국제농구연맹(FIBA) 대회 룰 특성상 빅맨의 전략적인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제아무리 미국이라도 프랑스를 상대하기가 더욱 까다로워졌을 것이다.

엠비드는 이번 대회 미국 드림팀에 합류했지만 부상 후유증과 훈련 부족으로 기대에 걸맞은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올림픽을 앞두고 주전 센터를 앤서니 데이비스나 벰 아데바요로 교체하고 엠비드를 벤치로 내려야 한다는 굴욕적인 평가까지 나오기도 했다.

다행히 커리, 르브론, 듀란트 등 뛰어난 전천후 득점원이 넘쳐나는 미국이었기에 엠비드의 부진은 큰 변수가 되지는 않았다. 엠비드는 최대 고비였던 세르비와의 4강전에서 '천적' 요키치를 상대로 모처럼 제몫을 해내며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엠비드가 출전한다면 홈팬들의 엄청난 야유를 받을 수도 있다.
 8일(현지시각)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농구 준결승전에서 프랑스와 독일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 AFP=연합뉴스
프랑스는 결승까지 올라오는 과정이 험난했다. 조별리그에서는 출전국 중 최약체로 꼽혔던 일본에게 홈콜 논란 끝에 간신히 신승하는 졸전을 펼치기도 했다.

당초 기대했던 웸반야마와 고베어의 '트윈타워'가 예상보다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자 토너먼트에서는 아예 고베어의 출전 시간을 줄이고 수비와 기동력 중심으로 전술을 변화하면서 경기력이 살아나고 있다. 독일과의 4강전에서는 웸반야마가 고전하고 고베어는 고작 3분 출전에 그친 반면, 거숀 야부셀레, 이사야 코르디니에 등이 오히려 공격을 이끄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결승전에서도 웸반야마-고베어의 전략적 활용법을 찾지 못한다면 미국의 거센 화력을 제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르비아와의 4강전에서 증명된 미국의 최대 강점은 '두터운 선수층'이다. 평가전에서는 듀란트의 부상 공백에도 불구하고 전승을 달렸고, 올림픽 본무대에서는 8강까지 커리와 엠비드가 부진하고도 르브론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치며 약점을 메웠다.

지난해 우승팀인 보스턴 셀틱스의 에이스이자 파이널 MVP인 제이슨 테이텀조차 미국 대표팀에서는 백업 멤버로 출전 시간을 거의 얻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세르비아처럼 한때 미국에 주도권을 잡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1.2진의 기량 차이가 거의 없는 NBA 올스타들의 '물량공세'를 감당하기에는 힘이 부친다.

미국와 프랑스의 대망의 결승전은 한국 시각으로 11일 오전 4시 30분에 시작한다. 미국이 5연패로 다시 한번 세계 최강의 위상을 확인할지, 홈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프랑스가 사상 최초로 드림팀을 결승에서 무너뜨리는 이변을 연출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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