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탄핵소추 대상 검사 청문회 증인 출석 요구 위법"…이원석 총장 불출석하기로
민주당도 개정법 발의하며 제안이유에 밝혀
오는 14일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사 탄핵소추 사건 조사 청문회'에 이원석 검찰총장과 탄핵소추 대상자인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가 증인으로 채택된 가운데 9일 대검찰청이 청문회 당사자인 소추대상자를 증인으로 출석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고 위법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해 답변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취지의 불출석 사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대검은 이날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민주당과 관련된 수사와 재판을 담당한 검사들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시켜 조사하겠다는 것은, 민주당이 직접 수사와 재판을 하겠다는 것으로 헌법상 삼권분립과 법치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위헌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행 중인 수사와 재판에 관여하고 해당 검사의 기능과 활동을 현저히 저해시키는 것으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하 국감국조법) 제8조, 제14조에 규정된 국회 조사권한의 한계를 넘어선 위법한 절차"라고 덧붙였다.
국감국조법 제8조(감사 또는 조사의 한계)는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이다.
또 같은 법 제14조(주의의무) 1항은 '감사 또는 조사를 할 때에는 그 대상기관의 기능과 활동이 현저히 저해되거나 기밀이 누설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대검은 민주당이 이 같은 현행법의 한계를 벗어나 일선 수사 검사들에게 청문회 증인 출석을 강요할 경우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불법 대북송금 사건, 대선 여론조작 사건 등 탄핵사유로 언급된 사건들의 수사·재판에 영향을 주게 되고, 해당 검사들이 담당하고 있는 다른 사건에 대한 직무수행도 현저히 저해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대검은 "탄핵 당사자인 김 차장검사를 이번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해 출석을 요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한 절차"라고 밝혔다.
대검은 그 같은 판단의 근거로 ▲소추대상자는 탄핵절차의 당사자로서 제3자인 증인이 될 수 없다는 점 ▲탄핵소추 당사자에게 진술을 강요하는 것은 헌법의 취지에 반한다는 점 ▲소추대상자의 출석을 요구할 법률상 근거가 없다는 점 등을 들었다.
또 대검은 민주당이 김 차장검사가 출석하지 않을 경우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현행법상 국회 법사위의 동행명령은 법률상 근거가 없어 불가능하다"고 반발했다.
먼저 대검은 "국회법에 따라 법사위의 탄핵소추 조사절차에는 국감국조법이 준용되고, 특히 증인·감정인·참고인의 증언 등에 관한 절차에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이 적용된다"라며 "재판 중인 피고인은 사건의 '당사자'로서 그 사건의 '제3자'인 증인이 될 수 없듯이 소추대상자는 절차의 당사자로서 본인에 대한 탄핵소추사건 조사절차의 증인이 될 수 없고, 국회법도 '소추대상자'와 '증인'을 구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사자를 제외한 제3자만 증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당사자를 증인으로 채택해 출석을 요구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취지다.
대검은 또 "탄핵심판절차에는 형사소송절차가 준용되고, 탄핵소추절차에 적용되는 증인 선서의 방식과 내용, 증언거부사유, 증인에 대한 위증죄 처벌 등은 모두 형사소송법과 동일한 내용이므로, 이번 청문회 조사절차에도 형사소송 관련 규정의 취지가 반영돼야 한다"라며 "소추대상자가 증인으로 채택되면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한다'는 선서를 하고 위증죄의 부담을 지게 되므로 당사자인 소추대상자의 진술을 강제하는 결과가 돼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규정한 헌법 제12조 2항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대검은 "국정 전반에 대해 이뤄지는 국정감사와,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해 이뤄지는 국정조사에서는 '당사자'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관련자 누구든 증인으로 출석시킬 수 있으나, '특정인'의 탄핵 조사를 위한 청문회의 경우 소추대상자라는 '당사자'가 존재한다"라며 "그런데 증인·감정인·참고인 외에 '당사자'인 소추대상자에 대해서는 출석을 요구할 수 있는 규정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국회법 제131조(회부된 탄핵소추사건의 조사) 2항은 법사위의 탄핵소추안과 관련된 조사에 국감국조법의 조사 방법과 주의의무에 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리고 국감국조법 제10조(감사 또는 조사의 방법) 1항은 '위원회, 제5조 1항에 따른 소위원회 또는 반은 감사 또는 조사를 위하여 그 의결로 감사 또는 조사와 관련된 보고 또는 서류등의 제출을 관계인 또는 그 밖의 기관에 요구하고, 증인·감정인·참고인의 출석을 요구하고 검증을 할 수 있다'고 규정, 증인·감정인·참고인에 대한 출석요구 권한을 규정한 반면 조사 대상인 당사자는 출석을 요구할 수 있는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대검은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에서도 청문의 당사자인 공직후보자와 제3자인 증인을 명확히 구별해 출석요구 절차가 별도의 항에 다르게 규정돼 있고, 공직후보자의 선서에는 증인선서와 달리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으며, 공직후보자에 대한 위증죄 처벌규정도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인사청문회법 제4조 2항은 '위원회는 필요한 경우 증인·감정인 또는 참고인으로부터 증언·진술을 청취하는 등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7조 2항은 공직후보자가 선서할 내용으로 '공직후보자인 본인은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할 것을 맹서합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법적 근거를 들어 대검은 "따라서 탄핵소추절차의 당사자인 검사들을 청문회의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한 조치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석시킬 경우 법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검은 민주당이 예고한 '동행명령장 발부' 역시 현행법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검은 "민주당은 증인 출석 불응 시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겠다고 하고 있으나, 현행법상 동행명령은 '국정감사나 국정조사를 위한 위원회'에 한정해 가능하기 때문에 안건심사를 위한 상임위원회인 법사위에서는 탄핵소추사건 조사 명목으로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 역시 현행 법률상 동행명령이 불가능함을 전제로,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외에 안건심사, 기타 청문회를 위한 위원회에서도 동행명령이 가능하도록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6월 20일 대표발의한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에 기재된 제안이유를 공개했다.
대검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입법 및 현안 등을 확인하기 위한 청문회에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 현행법상 동행명령 등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청문회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고 개정안 제안이유를 밝혔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도 현행법상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증인이 불출석한다고 해서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면서도, 법적 근거가 없는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겠다고 엄포를 놨다는 취지다.
한편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번 청문회 역시 앞서 지난달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청원 청문회 때와 마찬가지로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대검에 따르면 이 총장은 불출석 사유와 관련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해 범죄수사 및 소추에 관한 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할 경우,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할 수사와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주게 되고 이로 인해 검찰의 준사법적 기능이 저해되며 정치적 중립성은 훼손된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국감국조법에도 진행 중인 수사 또는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감사·조사권이 행사돼서는 안된다고 국회 권한의 한계를 규정하고 있으며, 감사·조사로 인해 대상기관의 기능과 활동이 현저히 저해되거나 기밀이 누설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라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존중하는 이와 같은 헌법과 법령의 취지에 따라 검찰총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이외에는 국회에 출석하지 않아 왔고, 국무위원으로서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하는 헌법적 관행이 확립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 왔다"고 했다.
이 총장은 "국회의 출석요구서에 첨부된 증인신문 요지는 '검사 탄핵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 확인 필요'라고 돼 있어, 탄핵소추안에 포함된 장시호에 대한 위증교사 및 공무상비밀누설 사건, 민주당 전당대회 정당법 위반 사건, 대통령 배우자와 관련된 코바나컨텐츠 대기업 협찬 사건 등이 그 대상으로 보인다"라며 "장시호에 대한 위증교사 및 공무상비밀누설 사건은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에서 수사 중이고, 민주당 전당대회 정당법 위반 사건은 검찰 수사와 법원의 재판이 진행 중이므로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해 답변할 경우 해당 수사 또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배우자와 관련된 코바나컨텐츠 대기업 협찬 사건·아크로비스타 전세권 설정 사건·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수 사건은 전 정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배제됐거나 공수처에서 수사 중이므로 검찰총장이 출석해 답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총장은 "검사탄핵 청문회에 검찰총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진행 중인 수사와 재판에 관한 답변을 요구하는 것은 입법권의 한계를 넘어 사법을 정쟁으로 끌어들여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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