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왜 끓여" 김동연 격노에…안희정 전 비서 "강한 기시감"

김은빈 2024. 8. 9. 12: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 김동연 경기지사 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김동연 경기지사가 컵라면을 끓여온 여성 비서관을 훈계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두고 공방이 이어진 가운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였던 문상철씨가 "강한 기시감을 느낀다"고 했다.

2011~2017년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로 근무한 문씨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의 눈높이는 달라졌는데 정치인은 그대로다"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라면이 이미 준비된 걸 알았다면 직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자신이 김치나 물을 가지러 갔다면 어땠을까"라며 "도청의 문화를 바꾸고 싶어 꼭 지적해야 했다면 카메라부터 끄게 하고 비서실 직원들에게 조용히 이야기했다면 어땠을까"라고 했다.

이어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저렇게 공개적으로 윽박지르는 도지사에게, 그 영상을 자신의 SNS 계정에 홍보용으로 올리는 도청 조직에게 변화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씨는 "화내는 도지사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촬영하고, 그 영상에 감정을 강요하는 음악들을 깔아 편집한 영상을 도지사의 계정에 올리기까지 김동연 지사의 승인과 많은 참모진의 논의를 거쳤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답답한 도청의 문화, 여성 직원의 단순 업무 탈피는 배려를 가장한 윽박지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도지사의 솔선수범과 공정한 리더십, 생색내지 않는 진정성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며 "사적인 심부름 금지는 관찰을 가장한 카메라 앞의 선언보다 평소 생활의 실천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문씨는 "김동연 지사에게 조직과 정치는 비판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이 곧 조직과 정치의 중심에 있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며 "도지사가 된 지 2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도청 문화를 바꾸고 싶다고 카메라 앞에서 직원에게 화를 낸다면 앞으로의 변화는 누구에게 기대해야 할까"라고 덧붙였다.

앞서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2일 김 지사의 인스타그램에는 '김동연 격노 그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김 지사는 회의로 점심을 거른 자신을 위해 컵라면을 끓여온 여성 비서관에게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지사라고 이런 것 부탁하는 것 싫다. 우리 이런 룰 깨자고"라며 "유리천장처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영상은 7000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리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경기도의회 고준호 국민의힘 의원 등이 연출 의혹을 제기하며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 자료를 통해 "동영상은 3~4개월 전 것으로 당시 회의 촬영을 맡은 비서관이 휴대전화로 촬영했다가 이번에 관련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올린 것"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