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지표에 과잉 발작 '새가슴 美증시'…롤러코스터 장세 온다
경기침체·연착륙 전망 팽팽
악재 산적 변동성 확대 우려
고용발(發)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면서 뉴욕증시가 단일 경제지표에 과잉 반응하고 있다. 지난주 7월 고용 보고서 쇼크 후 이번 주 들어 단 하나의 재료에 급등락을 반복하며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모습이다. 미 경제를 놓고 침체와 연착륙 전망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인공지능(AI) 거품 논란, 중동 확전 우려, 오는 11월 대선 등 많은 변수가 남아 있어 뉴욕증시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다우 평균 지수는 전일 대비 1.76% 상승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2.3%, 2.87% 급등했다. 전날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한 이후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뉴욕증시 상승 동력은 고용 지표 개선이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1만7000건 줄어든 23만3000건으로, 1년 만에 감소폭이 가장 컸다. 7월 고용 보고서 발표 후 급속히 번졌던 노동시장 냉각 우려를 일부 씻어내며 투심이 급격히 개선됐다.
하지만 주간 단위로 발표되는 실업수당 청구 건수로 증시가 큰 폭으로 움직이는 것 자체가 시장이 상당히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계절적 요인이 많이 반영돼 고용 시장의 큰 흐름을 파악하기엔 부족하다. 더구나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87만5000건으로 전망치(187만건)와 직전 주 수정치(186만9000건) 모두 웃돌았다. 실업률이 지난 6월 4.1%에서 7월 4.3%로 뛰었다는 내용의 고용 보고서 발표 후 시장에 번진 경기 침체 공포가 워낙 커 시장이 단일 지표에 과잉 반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소파이의 리즈 영 토머스 수석 투자 전략가는 "시장이 들어오는 모든 데이터에 더 민감해지고 있다"며 "이는 충돌 여지가 있는 데이터가 나올 경우 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질 것임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전날 뉴욕증시를 움직인 것도 미 국채 수요 부진이었다. 오전까지만 해도 일본은행(BOJ)이 금리 인상 계획을 접겠다고 밝히며 상승했지만, 오후 미 재무부의 10년 만기 국채 입찰 수요가 부진했다는 소식에 국채 금리가 뛰자 이 재료 하나에 금세 하락세로 전환해 약세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고 각종 불안 요인이 남아 있어 뉴욕증시가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당국자들은 고용이 완만히 둔화되고 있다며 시장 불안을 진화하고 있지만, 시티그룹은 연내 실업률이 5%로 치솟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AI 랠리 피로도 누적되고 있다.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 2라운드가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UBS에 따르면 2011년 이후 누적된 달러·엔 캐리트레이드 규모는 약 5000억달러(약 690조원)로 이 가운데 지난 몇 주간 청산된 규모는 2000억달러(약 270조원) 수준이다.
오는 11월 대선 역시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이민 억제, 관세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이 급등할 수 있어 국채 금리가 뛰고 증시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면전 등 중동 확전 가능성도 우려 요인이다.
게이트웨이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의 조지프 페라라 투자 전략가는 "최근 시장의 변동성 충격은 올해 남은 기간을 미리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며 "경제에 대한 우려, 지정학적 갈등, 다가오는 11월 대선이 앞으로 몇 달 동안 투자자들을 긴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지금부터 연말까지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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