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기주 아주대 총장 "자유전공학부 도입…융복합 인재 양성 앞장"
대학 연구·개발 기술사업화 성과
창의 교육 위해 학과 경계 허물어
첨단 분야 학과·단과대학 설립
"학생들이 자유롭고 진취적으로 세상에 부딪혀봤으면 좋겠습니다."
최기주 아주대학교 총장의 교육 철학은 강물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어떤 공간에서 정체되는 게 아닌, 끊임없이 흐르는 변화의 과정. 안주(安住)를 경계하며, 세상을 향한 전진을 멈추지 않는 선택이다. 이는 ‘21세기에 아시아를 리드하는 최고의 대학’을 꿈꾸는 아주대 지향점과도 맞닿아 있다.
눈앞의 달콤함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내다보는 결정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리더라면 품이 넓은 그런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최 총장에게 재기발랄한 학생이 진로를 상담한 일이 있다. 학생의 뛰어난 역량을 고려할 때 아주대에서 석사, 박사까지 이어가는 것을 권유할 법도 하지만, 최 총장은 더 넓은 무대인 미국 유학의 길을 터줬다.
"훗날 아주대로 돌아와 학생들을 가르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최 총장의 시야는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 내일을 준비하는 이러한 선택이 켜켜이 쌓이면 아주대 미래는 든든할 수밖에 없다. 최 총장은 100년 역사를 향해 나아가는 아주대 역사의 반환점을 경험한 총장이다. 최 총장 재임 시기인 지난해 아주대 50주년 행사는 도약의 대장정을 세상에 알리는 자리였다.
최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다산(茶山)형 인재’에 주목한다. 다산형 인재란 실사구시 융복합 창조인이다. 아주대는 1973년 개교 이래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아가는 경기도를 대표하는 대학을 넘어 세계일가(世界一家)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세계 인류가 하나가 되어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야 한다는 아주대 이념은 현재 진행형이다.
아주대는 현재 67개국 345개 대학·기관과 교류를 맺고 있으며 1대 1 교환학생, 복수학위, 단기 학생 파견 등 각종 해외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미국 버지니아대학, 퍼듀대학, 미시간대학,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서든 캘리포니아대학 등과 학생 교류와 연구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은 총장과의 일문일답 전문.
-총장 취임 이후 여러 비전을 제시했는데.
▲아주대에 융합, 연결, 혁신,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끊임없이 경계를 넘나들며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혁신과 문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첨단 분야에서 학과와 단과대학을 설립하는 등 대학 구조적 차원에서의 혁신을 추진하고, 각종 인프라 개선을 점진적으로 추진해 왔다.
-‘세상의 A+가 되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지.
▲50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아주대가 이룬 놀라운 성과와 존재 가치에 대한 자신감과 긍지를 담았다. 다른 사립대학들에 비하면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내실을 다지며 급성장했고 ‘대학을 바꾸는 대학’으로서 여러 혁신과 도전에 나섰다. 50년을 넘어 100년을 준비하며 우리 사회를 끌어나갈 리더를 키우고, 사회와 세상에 기여하는 대학으로 성장해 나가겠다.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는 아주대 중장기 발전계획은 무엇인지.
▲지난해 개교 50주년을 맞아 ‘가치 창출과 혁신으로 미래를 바꾸는 대학’을 비전으로 25개 전략과제를 담았다. 목표는 미래 선도형 인재 양성, 세계적 수준의 연구성과 창출, 사회적 가치 실현, 국제화 역량 강화로 좁혀진다. 어떻게 하면 대학에서 학생들의 ‘더 큰 배움’이 가능할까 하는 고민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수한 연구 인력을 확보하고, 질적 연구역량 강화 제도 정착, 프리미어 연구 그룹 육성 등을 계획하고 있다.
-산학연 협력 특성화는 어떤 것들이 추진되고 있나.
▲재학생 창업 도전을 돕기 위한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창업 교과목을 정규 과목으로 개설하고, 창업 지원 프로그램 ‘아주 스타트업 4by4’를 통해 분야별·단계별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기업협업센터(ICC)는 대학 연구진과 산업체의 협력을 위한 종합 패키지형 프로그램이다. 현재 아주대의 특성화 분야를 중심으로 켐바이오메디신, 첨단 의료 바이오, 스마트에너지, 탄소·제로 신재생 에너지시스템, ACES모빌리티, 첨단반도체 응용,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등 7개 분야에서 운영되고 있다. 아울러 대학 연구개발(R&D)의 최정점인 ‘기술사업화’ 부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28억3000만원 상당의 기술이전 수입액을 기록했다. 이는 전국 대학 10위권 이내의 규모다.
-전통적으로 공대가 강하다고 알려졌는데, 아주대만의 강점을 설명한다면.
▲공과대학으로 출발해서 그런 인식이 있다. 그러나 인문·사회 쪽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김경일 심리학과 교수 등 스타 교수들이 있고, 법학전문대학원은 경기도 유일의 로스쿨로 실력 있는 법률가들을 배출해 왔다. 아주대는 상대적으로 젊고,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이런 학풍은 남들의 기준에 맞추는 교육과 연구가 아니라 아주대만의 기준을 세우는 데에 일조했다. 2022년 말 기준 아주대의 정부 일반 재정지원사업 금액이 1200억원 규모다.
-융복합 학문 시대에 발맞춰 인문·사회대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질문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새로운 것을 생산해 낼 수 있는 힘은 인문학, 사회과학에서 나온다. 2022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연구소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디지털 역사학의 정립과 확산:생애주기 역사 데이터 기반 조선 시대 지배 엘리트의 연망 연구를 기반으로’라는 주제로 연구한다. 디지털화된 역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거시적인 분석이 필요해 사학과 교수진뿐 아니라 금융공학과, 사이버보안학과, 산업공학과, 미디어학과 교수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내년부터 도입하는 자유전공학부 취지와 기대효과는.
▲아주대는 2025학년도부터 454명을 무전공으로 선발하고, 오는 9월 초부터 학생 모집이 시작된다. 학문 간의 활발한 교류와 창의적·혁신적 교육을 위해 학과 간의 경계를 과감히 허물었다. 무전공 선발은 크게 아주 혁신대학 모델(에이아이랩)과 자유전공학부가 있다. 에이아이랩은 학부 내 학과를 폐지해 폭넓은 전공 선택권과 유연한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프런티어과학학부와 경제정치사회융합학부로 구성되고, 각각 109명과 104명을 정원으로 한다. 프런티어과학학부는 물리, 화학, 생명과학을 바탕으로 하고 경제정치사회융합학부는 경제, 정치, 사회 분야를 기본으로 한다. 자유전공학부는 자연 분야와 인문 분야로 나뉘고 108명과 58명을 각각 선발한다.
-신설된 첨단바이오융합대학와 미래모빌리티공학과에 대해 소개해달라.
▲반도체와 AI, 모빌리티뿐 아니라 첨단 바이오산업도 미래를 바꿀 게임 체인저 기술 중 하나다. 아주대는 이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의대, 약대, 공대와 자연대가 모두 한 캠퍼스 안에 있어 융합 및 공동 연구에 매우 유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미래모빌리티공학과는 내년부터 AI모빌리티공학과를 확대 개편해 운영하는 것이다. 자율주행 및 전기차만이 아니라 우주와 통신, AI와 지능형 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적용되고 있는 소프트웨어적 지식을 포괄하는 교육을 진행한다.
-평소 학생들과의 소통에 힘을 쏟는다는 평가를 받는데.
▲상대방 눈높이에 맞춰 소통해야 한다는 개인적인 철학이 있다.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려 하고 그들에게 녹아 들어가려고 한다. 저에게 학생들이 보내는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소홀히 여기지 않고 하나하나 답장해 준다. 문제 사항이 있을 경우 직접 학생을 면담하고 총장으로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한다. 이러한 평상시 교류가 중요하다고 본다. 심지어 축제 때는 무대에 올라가서 인사하고, 무반주에 노래도 불렀다. 이러한 만남이 학교에서 재미를 느끼고 추억을 만들어 가는 데 조금이나마 역할을 했다면 기쁜 마음이다.
대담=류정민 사회부장
정리=임춘한 기자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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