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복서 찡그린 얼굴→남한 복서 웃는 얼굴…그래도 한 마디에 웃었다

김준형 기자 2024. 8. 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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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임애지와 북한 방철미는 9일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 메달 시상식에서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방예지는 임애지와 셀카를 찍을 때도 굳은 표정을 지었지만 마지막에 임애지의 말 한마디에는 살짝 미소를 짓기도 했다. 둘은 2년 뒤 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기약했다.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김준형 기자) 남북 여자 복서 임애지(화순군청)와 방철미(북한)가 나란히 시상대에 올랐다. 시상식에서 두 사람의 표정은 상반됐지만 기자회견에서는 함께 웃는 장면이 포착됐다.

임애지와 방철미는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 메달 시상식에서 나란히 3위 단상에 섰다.

복싱은 동메달 결정전을 따로 하지 않기에 준결승에서 패한 두 사람이 동메달의 주인공이 된다. 임애지와 방철미 모두 준결승에서 떨어지며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임애지와 방철미는 지난 4일 준결승전에서 모두 패배했다. 두 선수 모두 아쉬운 판정패였다.

임애지는 4일 프랑스 파리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복싱 여자 54kg급 준결승전에서 하티세 아크바시(튀르키예)에게 2-3(28-29 27-30 29-28 27-30 29-28) 판정패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남한 임애지와 북한 방철미는 9일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 메달 시상식에서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방예지는 임애지와 셀카를 찍을 때도 굳은 표정을 지었지만 마지막에 임애지의 말 한마디에는 살짝 미소를 짓기도 했다. 둘은 2년 뒤 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기약했다. 연합뉴스

임애지와 아크바시는 1라운드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지만 임애지가 2-3으로 조금 뒤처졌다. 2라운드에서는 아크바시의 긴 리치를 극복하지 못하고 1-4로 크게 뒤졌다.

임애지는 열세인 상황에서 치른 3라운드에서 공세를 펼치며 선전했으나 판정은 아크바시의 손을 들어줬다. 임애지는 판정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고개를 떨궜다.

준결승에서 떨어졌지만 16강부터 임애지의 경기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메달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에 중계로도 임애지의 경기를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임애지는 자신의 경기력으로 많은 주목을 끌었다.

임애지는 부전승으로 오른 16강에서 지난해 팬 아메리카 경기 대회에서 2위에 오른 타티아나 레지나 지 헤수스 샤가스(브라질)를 상대로 4-1 판정승을 거뒀다. 부심 5명 중 4명이 30-27의 점수로 임애지의 승리로 채점했다.

남한 임애지와 북한 방철미는 9일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 메달 시상식에서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방예지는 임애지와 셀카를 찍을 때도 굳은 표정을 지었지만 마지막에 임애지의 말 한마디에는 살짝 미소를 짓기도 했다. 둘은 2년 뒤 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기약했다. 연합뉴스

동메달이 걸린 8강 상대는 예니 마르셀로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콜롬비아)였다. 임애지는 3-2 판정승으로 극적인 승리를 따내며 한국 여자 복싱 최초의 올림픽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방철미도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준결승전에서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창위안(중국)에게 2-3(29-28 28-29 28-29 27-30 29-28)으로 판정패했다.

방철미는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54kg급에서는 창위안을 꺾고 금메달을 땄지만 파리 올림픽에서는 창위안에 무릎을 꿇었다.

남한 임애지와 북한 방철미는 9일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 메달 시상식에서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방예지는 임애지와 셀카를 찍을 때도 굳은 표정을 지었지만 마지막에 임애지의 말 한마디에는 살짝 미소를 짓기도 했다. 둘은 2년 뒤 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기약했다. 연합뉴스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두 사람의 표정은 상반됐다. 시상대로 향할 때 맨 앞에 선 임애지는 환한 미소로 관중에게 인사했으나 뒤에 따라온 방철미는 굳은 표정이었다. 메달을 목에 걸어줄 때도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메달 수여식이 끝나고 시상식에서 '빅토리 세리머니'를 할 때 두 사람은 작은 몸짓을 나눴다. 사진을 찍기 위해 방철미는 창위안이 있는 금메달 시상대에 먼저 올랐고 임애지가 머뭇거리자, 그에게 손짓을 보냈다.

이번 대회를 상징하는 '셀카 세리머니'는 임애지의 몫이었다. 사진을 촬영할 때도 다른 선수는 모두 웃고 있었지만 방철미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남한 임애지와 북한 방철미는 9일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 메달 시상식에서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방예지는 임애지와 셀카를 찍을 때도 굳은 표정을 지었지만 마지막에 임애지의 말 한마디에는 살짝 미소를 짓기도 했다. 둘은 2년 뒤 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기약했다. 연합뉴스

기자회견에서도 두 사람의 답변은 온도 차가 분명했다. 임애지는 기쁨을 드러냈지만 방철미는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에 초점을 맞췄다.

임애지는 동메달 소감에 대해 "파리 올림픽에서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서 행복했다. 관중 함성을 들으며 더 힘을 얻었다. 올림픽같이 축제를 즐길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철미는 "이번 경기에서 1등을 생각하고 왔지만 3등밖에 쟁취하지 못했다. 올림픽은 여느 경기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큰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바라는 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남북에 관한 질문도 마찬가지였다. 임애지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방철미는 큰 생각이 없다는 듯한 말투였다.

임애지는 "지금은 (남북이) 나뉘어졌지만 같이 힘을 내서 메달을 따서 좋았다. 다음에는 (방철미와)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방철미는 "선수로 같은 순위에 선 것 외에 다른 것은 없다. 다른 감정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남한 임애지와 북한 방철미는 9일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 메달 시상식에서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방예지는 임애지와 셀카를 찍을 때도 굳은 표정을 지었지만 마지막에 임애지의 말 한마디에는 살짝 미소를 짓기도 했다. 둘은 2년 뒤 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기약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미소가 나온 순간이 있었다. 일본 기자가 '임애지가 준결승 끝나고 시상식에서 방철미를 안아주고 싶다고 했는데, 안 보이는 곳에서 실제로 안아줬는가?'라는 질문에 임애지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한동안 정적이 흐르고 임애지는 "비밀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했고 방철미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사진=연합뉴스

김준형 기자 junhyong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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