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과 함께 살아가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장마 전에 우습게 보이던 풀들이 하루에 10cm는 족히 자란 듯한 모양이다.
거름기 하나 없는(아마 땅속 깊은 곳에서 햇빛을 본 적도 없었을) 흙은 풀씨 하나 없는 순결한 상태였다.
예쁘지 않다고 천대받는 풀 한 포기에 마당 생태계가 다채로워지고 풍성해졌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용인시민신문 송미란]
▲ 필자 정원에 찾아온 새 손님 홍줄노린재 |
ⓒ 용인시민신문 |
손가락만 하던 풀들은 필자 키를 훌떡 뛰어넘고도 남았고, 잘 자라던 고구마순은 풀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다. 게으른 농부의 결과다. 뒤늦은 후회로 다시 풀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풀을 뽑았다.
몇 년 전 기존 밭이었던 터에 1m 가까이 마사토를 쌓아 집터를 조성했다. 거름기 하나 없는(아마 땅속 깊은 곳에서 햇빛을 본 적도 없었을) 흙은 풀씨 하나 없는 순결한 상태였다.
흙을 쌓아주던 기사님이 새 흙이니 풀 걱정은 없을 거라고 했는데, 정말 첫해는 풀이 자라지 않아 편하게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풀이 안 자라는 땅은 당연히 정원수나 꽃에도 좋은 환경일 리 없었다.
▲ 작은 그늘을 만들어 주는 풀 |
ⓒ 용인시민신문 |
첫해 딱딱하게 굳은 마사토로 삽질하기도 어려웠던 흙은 올해 유난히 부드러워지고 색깔도 짙은 갈색으로 변했다. 풀뿌리가 땅속 깊이, 혹은 얕지만 넓게 퍼져 딱딱하게 굳어있던 흙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잘 자란 풀잎은 그늘을 만들어줘 지렁이나 벌레들이 땡볕에 노출되지 않아 잘 살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지렁이들이 잘살게 되니 흙 상태는 점점 더 좋아졌다.
▲ 올해에도 찾아온 산호랑나비 애벌레 |
ⓒ 용인시민신문 |
여러 마리가 한 나무에 붙어있는 모습은 신기하면서도 생경한 풍경이다. 나비와 벌, 등애는 꿀을 찾아 여러 꽃 사이를 배회한다. 넘쳐나는 벌레는 새들의 좋은 먹잇감이니 새들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맛집이라고 소문난 듯 갖가지 새들이 마당을 훑고 다닌다.
예쁘지 않다고 천대받는 풀 한 포기에 마당 생태계가 다채로워지고 풍성해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필자는 팔을 걷어붙이고 풀을 뽑는다. 분명 풀과의 전쟁에서 질 테고 그 덕분에 풍요로워질 생태계를 예측하지만, 정원의 아름다움을 포기할 수 없기에 오늘도 호미를 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석열 감사원, 지금까지 이런 감사는 없었다
- 반도체 보도의 수준... 대통령님이 믿을까 걱정됩니다
- 사격 김예지 '원픽'한 감독의 리더십 "매년 인권교육 해요"
- '김건희 명품백 ' 조사 지휘, 권익위 국장 사망...무슨 일 있었나
- '박종철상' 박정훈 작심 발언 "VIP, 도이치모터스, 마약사건..."
-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어깃장 인사', 국민과 싸우자는 건가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안에선 격노, 밖에선 격려
- 김경수 광복절 복권 대상 포함, 야권분열 노림수?
- 김경수, 8.15 복권 대상 포함된 듯... 김두관 "환영"
- 김유진, 태권도 여자 57㎏급 금메달… 16년 만의 '쾌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