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학가 ‘마약 동아리’ 수사, 텔레그램방 회원 9000명으로 확대
파워엘리트층 자녀 등으로 불똥 튈지 촉각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대학가 일명 '마약 동아리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마약 수사에 대비해 증거인멸하는 방법을 공유한 텔레그램 단체채팅방 회원들을 겨냥한 수사 확대에도 나섰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대검찰청과 공조해 채팅방 운영자를 추적 중인데, 운영자뿐 아니라 9000명에 달하는 회원도 수사망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검찰은 인공지능(AI)이 탑재된 내부 시스템을 통해 이런 채팅방을 다수 파악했고, 이 가운데 최대 규모이자 이번 마약 동아리 사건에 등장한 채팅방을 겨누고 있다. 수도권 13곳 대학 출신 14명이 적발된 것을 계기로 수사 확대를 통해 전국적으로 퍼진 마약사범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계 인물들 추가 수사 중"…'마약 동아리 사건' , 전국으로 뻗나
"마약 수사 대비 방법을 알려주는 텔레그램 채널에 대학생 등 약 9000명이 가입한 것을 확인했다.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에 대해 대검찰청 인터넷 마약류범죄 모니터링 시스템('E-drug 모니터링시스템') 등을 통해 대검과 공조해 추적 수사 중이다. 피의자들 역시 텔레그램 채널에 가입해 '휴대전화 저장자료 영구 삭제 등 포렌식 대비, 모발 탈·염색, 사설기관 모발검사, 피의자 신문조사 모의 답변' 등 위 채널에서 지득(知得)한 대비 방법을 범죄에 활용했다. 검찰은 피의자들의 범죄집단 조직 및 활동 혐의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다."
서울남부지검(부장검사 남수연)이 8월5일 밝힌 수사 결과의 일부다. 검찰은 이날 수도권 대학 연합 동아리 '깐부'를 이용한 마약 유통·매매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처럼 강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검찰은 텔레그램 채널 가입자들 역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 추적 중인 것으로 취재 결과 파악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마약 수사 대비방' 가운데 최대 규모인 해당 채널과 가입자들을 전체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증거인멸 등을 포함한 마약 수사를 피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행위는 현행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검찰 측 판단이다. "이번 기회에 9000여 명이 가입한 채널을 집중적으로 파겠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으론 AI를 기반으로 한 'E-drug 모니터링시스템'이 주목됐다. 당초 검찰은 2016년경 온라인상 마약 거래를 들여다보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마약범죄를 적발하는 등 시스템의 효과도 봤다. 그러나 마약상들의 거래 수법이 다변화한 데다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을 맞아 시스템을 개발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올해 초 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AI를 탑재하는 등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이후 문제의 텔레그램 채널을 파악했고, '마약 동아리 사건' 속 피고인들의 가입 채널과 같은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다른 채널방 가입자들 역시 범죄 혐의점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판검사가 잡은 마약 사건…검찰, 제도 개편 고심
이에 따라 검찰이 이번에 적발한 14명 외의 추가 기소 가능성도 주목된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동아리를 만든 주범 A씨 등을 포함한 6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긴 상황이다. 단순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대학생 8명은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치료-재활 연계 모델)을 내렸다. 이들은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약 1년간 향정신성의약품과 대마를 매매하고 투약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시사저널 8월9일자 기사 참조).
'엘리트층에도 파고든 마약'이라는 특이점은 논란을 더하는 요소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이화여대·경희대·국민대·가천대·용인대 등 수도권 소재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이번에 적발됐다. 연합 동아리를 만든 주범으로 지목된 A씨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KAIST 대학원에서 제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전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영상 촬영 및 협박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동아리 남성 회원들과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모아 집단 성매매를 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유흥업소 종사자 등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수사 확대에 따라서는 사건의 파장이 대학가에서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연합 동아리의 가입 조건이 학벌뿐 아니라 '집안'인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로선 검찰의 수사망에 걸린 이들 가운데 유력가 자제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텔레그램 채널 가입자 등 전방위적 수사 결과에 따라 정·재계로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마약범죄 전문 '강력통'이 아닌 공판검사가 사건을 포착했다는 점이다. A씨는 앞서 다른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었다. 그런데 공판을 유지하던 검사가 그의 거래 내역을 수상하게 여기면서 이번 마약 동아리 사건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애초 A씨의 사건을 다룬 수사팀에 과실이 있다"는 주장과 함께 "지난 정부에서 쪼그라든 마약범죄 수사상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는 이야기가 동시에 나온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자체적인 마약상담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국내 마약사범의 증가세가 이어지자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현재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검찰은 과거에 상담센터를 운영했었다. 문제는 검찰 자체 예산과 인력으로 하다 보니 센터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상담센터가 전문부서가 아닌 당직실에서 운영된 점이 특히 실책이었다. 그러나 마약 문제가 두드러지자 센터를 부활시키기로 최근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검찰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 중인 '1342 용기한걸음센터'와의 통합 내지 자체 운영 등의 방안을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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