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현대인의 마음을 위로하는 백자 달항아리
[오광해 기자]
한 작품은 작가의 모든 것을 반영한다. 작가의 지난한 역사와 삶으로 이루어지고 드러난 결과가 작품의 터무니일 수 있는 것이다. 평면의 회화에도 수많은 수식이 있고 단순해 보이는 점과 선 하나에도 살아온 내력과 감정이 읽힐 수 있고 의도된 표현을 하지 않아도 작가의 여운과 무늬는 남는다. 어린이 그림에서는 무구한 동심을 읽을 수 있고 원로 작가의 작품에서는 묵직한 연륜과 이력이 엿보이는 이치일 것이다.
작품 하나를 보고 그 모든 것을 유추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좋은 작품에서는 유무형의 자연스러운 소통과 아우라를 경험할 수 있고 시공을 초월한 여행과 생각에 지친 습관적 의식을 깨우고 가능한 꿈을 갖게도 한다.
여기 소개하는 김스미 작가의 작품에서도 오롯이 스민 산문적 감상이다. 대학 강의를 하고 일간지에 <김스미의 미술산책〉이란 칼럼을 연재 하며 지금까지의 작품을 위해 탄탄하고도 견고한 수련을 해 온 작가는 자신이 목표한 결과를 위해 집요하고도 면밀하게 준비해 온 태생적 작가임이 분명해 보인다.
작가는 인물 등에서도 뛰어난 표현력을 보여 주지만 아무래도 달항아리에 역량을 쏟는 듯 보인다. 이런 달항아리 시리즈는 오래전부터 도자기 공방에서 직접 물성과 입체의 공간감을 이해하며 평면 회화를 위한 습작과 소묘도 꾸준히 한 결과물로 보인다.
▲ 달항아리-전설(LEGEND Ⅰ), 150x150cm, 혼합재료, 2024 전설, LEGEND〉는 출생연도와 관련된 띠 동물을 12지신으로 의인화한 디자인을 오마주하여 작업하였다. |
ⓒ 김스미 |
김스미 작가는 인간은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힘을 가진 존재라고 말한다. 힘든 시절을 달항아리와 그림을 통해 극복하는 과정을 겪었던 작가는 우리 모두의 삶에 대한 은유를 달항아리 그림에 담아 꿈의 시간을 소환하는 존재의 심연으로 표현한다.
달항아리가 가진 에너지의 파장을 통해 심리적 안정과 정서를 보듬는 색채 심리의 무의식적 치유의 모티프를 평면으로 형상화하였다. 달항아리의 이미지를 회화로 이행시키는 작업은 형태적 특징보다는 항아리 본연의 감성적 이미지 표현에 주안점을 두었다.
▲ 달항아리-무상, 60.0x60.0cm, 혼합재료, 2024 혹여 사족이라도 있을라 일체의 해석을 자제하며 달항아리의 원형을 재현한 '무상' |
ⓒ 김스미 |
김 작가는 2019년, 1920년 〈김스미전〉, 2021년 〈영원한 꿈〉, 2022년 〈We are Dreaming〉, 〈삶에 지친 그대에게〉, 〈추억을 소환하다〉, 2023년 〈달달(達達)한 판타지Ⅰ,Ⅱ〉등, 전시마다 달항아리와 각기 다른 주제를 선택하여 작업한다.
▲ 김스미 작가 사진 작업실의 김스미 작가 |
ⓒ 김스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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