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영수회담'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

서소정 2024. 8. 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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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만나고 싶다'면서 세 번째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의 진정성이 의심된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회담 이후 2차 영수회담 성사 여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용산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지난 4월 29일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악수한 후 요구사항이 포함된 A4 용지 10장 분량의 원고를 약 10분간 일방적으로 읽어 내려갔고, 총선 참패를 의식한 윤 대통령은 이를 용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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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행위 그친 4월 회담 도돌이표 안돼
여·야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에서 이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면서 세 번째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의 진정성이 의심된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회담 이후 2차 영수회담 성사 여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용산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다시 만나고 싶다'며 소통의 제스처를 취하는 이 대표 후보에 이어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윤석열 정부 혼자의 힘만으로는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며 회담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입법 독주를 지속하던 민주당이 대화를 자청하며 깜짝 태세 전환에 나서자 물음표를 던지는 시각이 적잖다. 여권 일각에서는 '법안 강행 처리'와 '거부권 행사'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대화와 협치의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워낙 인기와 존재감이 없으니 영수회담은 국면전환용 카드 아니겠느냐"는 의심 어린 시선이 팽배하다. 용산은 표면적으로 "아직 민주당 대표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18일 이후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며 긍정과 부정,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쪽은 되레 윤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면 밤잠을 이루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아무리 일을 하고 싶어도 제대로 일하기 어려운 정치 상황"이라며 "22대 국회가 시작됐지만 거대 야당이 정쟁에 몰두해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거대 야당의 벽 앞에서 무력감을 토로한 발언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4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야당의 영수회담 제안이 마냥 반갑지 않은 이유는 첫 번째 영수회담의 쓰라린 추억도 한몫했다. 전 국민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회담이 열렸지만, 양측은 서로의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지난 4월 29일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악수한 후 요구사항이 포함된 A4 용지 10장 분량의 원고를 약 10분간 일방적으로 읽어 내려갔고, 총선 참패를 의식한 윤 대통령은 이를 용인했다. 이후 비공개로 전환한 회담은 끝내 공동합의문도 내놓지 못해 '빈손 회담'이라는 오명까지 붙었다.

당시 소통·협치의 물꼬를 텄다며 만남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여주기식 행동'을 평소에도 극도로 싫어하는 윤 대통령의 특성상, 만나는 제스처를 언론에 보여주기 위해 다시 회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히려 분기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국정 브리핑을 하고 국정 현안에 대해 국민들께 보고하는 형태로 현 시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지난해 4월 16년간 독일을 이끌었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에게 독일 최고의 명예 훈장이 수여됐는데, 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CDU) 출신 메르켈 전 총리에게 훈장을 수여한 사람은 다름 아닌 진보 성향의 사회민주당(SPD) 소속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었다. 양대 정당의 총리 후보로 메르켈 맞수였던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메르켈 전 총리에게 "비교 불가능한 정치인"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국민들이 바라는 영수회담은 그저 사진이나 찍자는 요식행위가 아니다. 가뜩이나 폭염으로 지치는데, 바닥까지 곤두박질친 '국회의 품격'에 환멸과 피로감만 더해가는 요즘, 여야는 진정성 있는 협치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를 바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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