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어깃장 인사', 국민과 싸우자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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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삼복더위에 지친 국민들의 염장을 지르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윤 대통령 인사가 최악인 것은 해당 분야에서 부적격자로 판명된 사람을 쓴다는 거다.
윤 대통령의 기이한 인사스타일을 두고 말이 많지만 자신에게 충성할 수 있는 사람을 쓰는 건 분명해보인다.
윤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장관을 5개월 넘게 임명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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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8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취임식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독립기념관이 어떤 곳인가. 일본의 역사왜곡에 맞서 국민 성금으로 건립한 독립운동의 총본산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그런 독립기념관의 수장에 뉴라이트 인사를 앉히는 게 제정신인가. 독립기념관을 '친일기념관'으로 만들고 싶다는 발상이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인사다. 그러니 "용산에 밀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광복회장의 말이 허투로 들리지 않는 것이다.
이진숙·김문수 등 해당 분야 부적격자 등용, 충성심 유도
윤 대통령 인사가 최악인 것은 해당 분야에서 부적격자로 판명된 사람을 쓴다는 거다. 가장 기용해선 안 되는 인물을 골라 발탁한다는 게 어이없고 황당한 것이다.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만 해도 그렇다. 기자 출신인 그는 언론계에서 이미 평가가 끝난 인물이다.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과 태도, 도덕성 등에서 심각한 결함이 있다. 그런 인물을 내세워 언론을 공정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이 가당키나 한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노동계에서 고개를 흔드는 대표적인 인사다.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노동부에 가장 반노동적인 인물을 등용한다는 것부터가 자가당착이다. "무노조에 감동받았다"는 사람을 내세워 무슨 노동개혁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혹시 윤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노조파괴'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
윤 대통령의 기이한 인사스타일을 두고 말이 많지만 자신에게 충성할 수 있는 사람을 쓰는 건 분명해보인다. 윤석열 정부를 지탱하는 양대 축이 검찰과 관료라는 게 그 증거다. 검찰의 상명하복 문화를 철저히 꿰뚫고 있는 윤 대통령에게 검찰은 절대 배신하지 않을 집단으로 인식돼 있다. 검찰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숱한 의혹에 꿋꿋하게 눈 감고 있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통령실과 정부 요직 곳곳에 포진한 관료 출신들의 굴종적 자세도 예견된 일이다. 감세와 재정 건전성이 양립할 수 없는 명제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경제관료들이 이를 호도하는 걸 보라. 아무리 영혼없는 관료라지만 적어도 국가경제를 생각한다면 쓴소리를 내야 하지만 그런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자신도 관료 출신인 윤 대통령이 그런 특성을 간파하고 이들을 중용한 것일 게다.
윤석열 정부의 개혁이 지지부진하고 변변한 성과조차 없는 원인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인사 실패다. 자질과 능력이 아닌 충성심과 친밀도에 따라 뽑힌 이들이 누굴 쳐다볼지는 보나마나다. 아부꾼만 넘쳐나는 대통령실과 무능과 무책임한 내각에서 무슨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국가와 국민이 아니라 오로지 대통령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생각만 하고 있으니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총선에서 참패하고 여당 대표도 뜻대로 만들지 못한 윤 대통령에게 남은 건 오기밖에 없는 듯하다. 여론에 귀닫고 내 맘대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태도를 숨기지 않는다. 부적격인사를 기용하고 어떤 잘못이 발견돼도 임명을 고집하는 것도 '오기 정치'의 한 단면이다.
윤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장관을 5개월 넘게 임명하지 않고 있다. 평소 이 부처에 가졌던 불편한 심기의 표출이겠지만 타당성과는 별개로 윤 대통령에게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격미달자나 충성파를 임명하느니 차라리 여가부처럼 그냥 비워두는 것이다. '어깃장 인사'로 나라가 망가지는 것보다는 그게 더 낫겠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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