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갇힌 Z세대… 우울 먹고 자란다

맹경환 2024. 8. 9.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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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불안 세대
조너선 하이트 지음, 이충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528쪽, 2만4800원
게티이미지뱅크


세계적인 사회심리학자이자 미국 뉴욕대 교수인 저자는 1996년 이후 출생한 Z세대의 정신 질환 위기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통계를 제시한다. 우울증 증상을 겪은 미국 10대의 비율은 2010년 이후 2021년까지 150%가량 증가했다. 우울증 발생 빈도가 2.5배나 증가했다는 얘기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별다른 위기 징후는 없었지만 2010~15년을 거치면서 급격한 증가 현상이 발생했다. 응급실을 방문한 자해 청소년이나 실제 자살한 청소년의 비율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영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주요 영어권 국가와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났다. 도대체 이 시기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 시기는 2007년에 나온 애플의 아이폰과 함께 본격화된 스마트폰 시대와 들어맞는다. 특히 2010년 전면 카메라가 장착된 아이폰4가 출시되고, 2012년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에 인수된 이후 급속히 성장한 시기다. 책은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사춘기를 보낸 첫 번째 세대에서 불안과 우울증, 자해, 자살 비율이 이전 세대에 비해 많이 증가한 것은 놀이 기반 아동기가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로 대재편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인간의 뇌는 5세 무렵에 완전한 크기의 90%까지 자라지만 제대로 완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느린 성장의 아동기는 자신의 문화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학습하는 ‘도제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동들은 놀이, 특히 자유 놀이를 통해 신체적 기술뿐만 아니라 갈등 해결 같은 사회성 기술을 배운다. 다소 위험한 놀이를 통해서는 비교적 안전한 상태에서 공포에 대항하는 정신력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종일 들고 생활했던 Z세대들은 놀이를 통한 경험이 차단된 상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10대 2명 중 1명은 ‘거의 항상’ 온라인에 접속해 있다고 답했다. 책은 ‘거의 항상’이라는 말에 주목했다. 교실에서 수업을 받거나 친구와 대화를 나눌 때 등 현실 세계에서 다른 활동을 하고 있을 때도 “가상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주시하거나 염려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놀이 기반 아동기가 종말을 고했다는 것은 Z세대가 ‘불안 세대’가 된 배경일 뿐이다. 책은 직접 SNS로 인한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에 발생하는 해악을 열거한다. 우선 친구와 대면 활동을 하는 시간이 대폭 감소하는 ‘사회적 박탈’이 일어났다. 한 통계에 따르면 2012년 하루 122분이던 것이 2019년에는 67분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또한 수면의 양 뿐만 아니라 질도 떨어졌다. 수면 부족은 우울증, 불안, 성적 저하, 사고 증가 등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너무도 많다. 집중력도 크게 상실됐다. 책은 “많은 청소년이 하루에 수백 건의 알림 신호를 받는데, 이것은 방해받지 않고 생각을 계속할 수 있는 시간이 5~10분을 넘기 힘들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심각한 해악은 중독이다. SNS 기업의 ‘중독 기술자’들이 치밀한 설계를 통해 청소년들의 뇌를 ‘사로잡아’ 자기 제품의 과도한 사용자로 만들기 위해 심리학적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책은 고발한다. 연구자들은 청소년들이 슬롯머신 도박에 중독되는 방식으로 (디지털) 중독에 빠져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책은 청소년 정신 질환의 대유행을 종식시키기 위해 정부와 회사, 학교, 부모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본적인 개혁 방안을 제시한다. 우선 고등학생이 되기 전 스마트폰을 금지하자고 제안한다. 그전까지는 문자와 통화만 가능한 휴대전화만 제공해 24시간 내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16세 미만의 아이들이 SNS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계정을 만들 때 실제 연령을 신분증 등으로 확인하자고 주장한다. SNS의 해악에 노출되는 시기를 민감한 뇌 발달 시기 이후로 미루자는 취지다. 또한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사회성과 자립성, 불안 극복 능력을 키우기 위해 감독받지 않는 놀이와 독립적인 행동을 더 많이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이러한 제안은 막대한 양의 직접적 경험을 배워야 하는 현실 세계에서 아이를 과잉보호하고, 사춘기 시절 취약성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온라인에서 과소보호해 온 어른들의 두 가지 큰 실수를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 세·줄·평 ★ ★ ★
·많은 부모를 후회하게 만들 책이다
·SNS의 해악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잠깐이라도 디지털 금식을 실천해 보자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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